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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폐 ‘비빔밥’ 막아라
하룻밤 자고 나니 멀쩡하던 밭이 사라졌다. 한 일주일 논에 나가지 않았더니 누구 땅인지 모르게 작은 동산이 생겼다. 흥부 놀부 시절 얘기가 아니다. 턱없는 헐값의 처리비를 받은 처리업체가 남의 논밭에 건설폐기물을 불법 매립한 탓이다. 농사를 지어서는 이윤이 맞지 않자 땅값을 올려 보려는 한 촌노는 논에 흙을 메워 파밭을 만든다. 그러다가 적당한 때가 되면 다시 한 번 형질을 바꿔 되판단다. 그런데 그 많은 흙을 그냥 채워준다는 소리만 믿고 뭐가 들어 있는지도 모를 건설폐기물을 고맙다며 덮게 하고는 파밭을 만든다.

문제는 이렇게 알게 모르게 메워진 것들 중 상당량이 양질의 흙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건설현장에서 적정처리를 하기에는 처리비가 너무 많이 들다보니 처리업체에 떠넘기기 식으로 넘긴 결과 무엇인지도 모를 온갖 건설폐기물들이 섞인 이른바 ‘비빔밥’이라는 것이다. 이런 비빔밥은 양질의 흙들과 섞여 있기에 육안으로는 당장 식별이 불가능하지만 논과 밭에 성토되면 침출수가 흘러 주변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기도 한다. 각종 건설현장에서도 보조기층재로 많은 양이 알게 모르게 사용돼 왔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건설폐기물의 양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03년 기준으로 전국에서 하루 평균 13만4420톤이 발생하고 서울만도 3만3967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설폐기물의 급증은 매립지의 수명을 현격히 단축시키고 재생자재 활용률을 저하시킨다. 양도 양이지만 무엇보다 먼저 마구잡이식 혼합을 막아야 한다. 공기단축, 비용절감 등의 이유로 인해 앞으로도 각종 물질이 혼재된 혼합 건설폐기물은 늘어날 추세다. 특히 석면이나 오염 토양과 함께 섞인 건설폐기물은 심각한 문제지만, 지금까지 정부 당국이나 지자체들은 통제의 어려움을 내세우며 별 대책 없이 방치했던 것이 사실이다.

얼마 전 한 시민단체의 연구발표에서는 철거 전 사전 석면처리는 거의 99%가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뉴타운건설 및 재개발을 위한 해체 공사현장의 경우 대부분 노후 주택과 석면함유 슬레이트 지붕이 마구 혼합 파쇄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적정 처리를 위장하기 위해 일부만 이중 비닐포장으로 한쪽에 쌓아두고 나머지는 일반폐기물과 혼합 처리하는 사례를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의 경우 특히 아파트단지가 본격 들어선 지 30여 년이 지나면서 잠실·반포 등 대규모 재개발 대상지가 점점 늘어 앞으로도 상당량의 건설폐기물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돼 사전에 철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현장관리가 필요하다. 가장 우선은 최대한 분리 해체하는 것이다. 독일은 주택단지를 재개발할 때 ‘파쇄’가 아닌 철저한 ‘해체’를 통해 재활용이나 재사용이 가능한 모든 것들을 최대한 먼저 떼어 놓기 때문에 최종 파쇄 때는 그야말로 소각이나 매립 대상물만 남게 된다. 우리도 지난 1994년 11월 남산에 있던 2개동의 아파트를 해체할 때는 많은 이목이 집중되면서 철저한 분리해체 후에 폭파시킨 바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무차별 혼합파쇄로 일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를 만들어 놓고 해결하기는 어렵다. 일단 파쇄하고 보자는 식은 방법이 아니다. 철저한 계획에 입각한 분리 선별해체와 각 과정에 맞는 개선안의 모색 및 실행이 시급하다. 건설폐기물 처리체계상 발주 단계에서의 적정 처리비 산정은 사실상 불법으로 가는가 아닌가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된다.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최저가 입찰은 재하도급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결국 불법을 양산하고 말기 때문이다. 적정처리비를 산정해 환경비용을 현실화하고, 현장 환경관리인제도를 도입하자. 이제라도 좀 해보자.

편집부  webmaster@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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