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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관리기본법 제정, 신중해야 한다
물관리 정책의 중요 기본원칙 결여
법안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 필요

[#사진1]현재 우리나라 물관리 정책의 가장 큰 당면과제 중 하나는 물관리 전반에 대한 핵심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기본법이 없다는 것이다. 물관리기본법의 부재는 종합적이고 일관성 있는 물관리를 어렵게 한다. 물관리기본법은 우리나라 물관리의 큰 밑그림을 제시하고 기존의 물관리 관련법에서 개별적으로 제시한 물관리 원칙 및 전략을 종합해 궁극적으로 지속가능개발을 실현하는 데 그 중요성이 있다. 이 시점에서 지난 8월 말 물관리기본법이 입법 예고돼 늦게나마 우리나라 물관리 정책의 기본 패러다임이 제시됐다는 사실을 환영한다.

그러나 제시된 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나라 물관리 정책 전반의 주요 사항에 대한 언급이 빠져 있을 뿐 아니라 지난 세기부터 전 세계적으로 논의돼 온 물관리 정책의 핵심개념을 방기함으로써 물관리의 ‘기본’을 도외시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선적으로 제시된 안은 물관리 정책의 중요 기본원칙이 결여돼 있다. 세계 물관리 정책의 발전·변화 흐름을 볼 때 물관리기본법에는 환경보호·오염 방지, 물관리의 경제원칙 반영 및 관련 이해 당사자의 정책수립 및 시행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제시된 안에서는 첫째 및 둘째 원칙은 아주 미미하게 언급됐고, 특히 경제원칙과 관련 상하수도 문제가 완전히 배제돼 있다. 상하수도 분야 논의는 국민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런 중요한 사안이 물관리기본법에 빠져 있다는 것은 기본법의 의미를 퇴색케 하고 있다.

또한 최근 세계 물관리정책 핵심논의 사항 중 하나는 ‘거버넌스(Governance)’ 개념인데, 이것은 중앙정부의 단독 정책 수립·시행을 지양하고 관련 이해당사자, 즉 정부부처, 전문가, 시민단체 및 사용자 등의 참여를 보장함으로써 다자간 합의에 바탕을 둔 새로운 정책수립 및 시행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이번 안은 이해당사자의 정책 수립·참여에 대한 언급이 누락돼 있어 90년대 중반 이후 우리나라 물관리 정책 발전에 기여해온 환경단체 및 일반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물관리기본법안은 현재 건설교통부·환경부를 축으로 여러 부처가 관여하는 다원화된 물관리 정책의 개선을 위해 국가물관리위원회 구성과 운영을 규정하고 있고 이를 통해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율해 종합적인 물관리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위원회의 실무위원장을 국무조정실장으로 임명한다는 점은 ‘전문성’을 떨어뜨리는 정책 실패로 가는 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위원장의 정치, 행정적 입지로 인해 중앙정부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정한 독립적 지위를 보장받지 못해 정책수립 및 추진에 있어 정치적 입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실무위원장의 민간전문가 영입과 함께 보다 포괄적이면서 여러 부문의 전문성을 반영하기 위해 실무위원장을 보조할 전문조직을 명시하고 운영해야 한다.

부분적으로 시행돼 온 유역물관리와 관련해 물관리기본법안은 유역별 물관리계획수립 (제9조) 및 위원회 구성과 운영(제13조)을 언급하고 있지만 종합적인 유역물관리를 위한 ‘유역물관리위원회’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현재 중앙정부 중심, 행정구역별로 시행되는 물관리 정책에 대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비판의 소리가 높아왔고, 대안으로 제시된 유역물관리체제는 그 효율성이 영국 및 프랑스 사례를 통해 입증됐다.
유역물관리위원회는 이미 언급한 ‘거버넌스’의 개념과 맞물려 정부·전문가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및 사용자들이 참여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 유역물관리위원회 조직의 설치 및 운영이 갖는 중요성은 현재 중앙정부 주도의 물관리에서 지역상황에 맞는 유역물관리를 시행함으로써 지역사회의 지속가능발전에 물의 효율적 이용 및 보전이 보다 큰 기여를 하는 데 있다.

우리나라 물관리 정책에 대한 종합적 패러다임을 반영하는 것이 물관리기본법이라고 한다면 제시된 안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물관리기본법 개정을 통해 영국과 프랑스가 유역물관리체제를 수립·시행한 예에서 보듯 물관리기본법은 향후 그 국가의 가장 중요한 환경자원 중 하나인 물의 효율적 보존 및 이용의 향방을 결정한다는 의미에서 어느 국가에서든 오랜 시간 토론·협의 및 연구를 거쳐 신중하게 제정해 왔다. 정부는 현 물관리기본법안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핵심사항에 대한 연구·토론 및 협의를 거쳐 전반적 재검토를 해야 할 것이다.

박순주  psj29@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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