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피플 사설
자연스럽지 못한 ‘생얼’
최근 연예인이나 일반 대중들 할 것 없이 외모에 있어 화두가 되고 있는 게 있으니, 바로 ‘생얼’ 즉 ‘生 얼굴’을 일컫는 말이다.
연예인들의 화장발이 얼마나 심했으면 화장을 안 하고 나온 연예인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더 많이 쏟아진다. 물론 화장을 안 했다고 제 피부를 강조하는 연예인들조차 누가 봐도 엷은 화장을 한 모습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정도는 ‘화장’이 아니라는 기준에서 하는 말인 것 같다.
생얼이 유행하기 이전에는 한창 투명화장이 인기를 모은 적이 있는데 그건 말 그대로 투명, 한 듯 안 한 듯한 화장으로 자연스럽게 보이는(?) 화장법을 말한다. 특히 배우 이영애가 투명화장의 대명사로 불리는데, 이러한 투명화장을 하기 위해 무려 2~3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도대체 무엇을 위한, 어떻게 하는 투명화장인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물론 아침방송을 맡은 아나운서들 역시 새벽 4시부터 출근해 비슷한 시간을 화장과 미용하는 데 시간을 소요한다는 사실은 이미 너무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생얼? 좋다. 누구나 자연스러운 모습이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법이다. 하지만 요즘 말하는 생얼은 그다지 자연스럽지 못하다. 정말 세수 한 번 하고 나온 피부를 생얼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화장을 안한 것 같이 보이는 그 경계까지가 생얼인 것이다.
쉽게 말해 가공과 비가공의 경계라고도 할 수 있겠다. 실제 생얼 트렌드가 인기를 모으면서 젊은 여성들의 지갑은 오히려 더 많이 외모에 지출되고 있다. 너무나 아이러니컬하지만 생얼의 기본을 유지하기 위해 피부 미백은 물론 박피까지 서슴지 않고 고등학생, 대학생 할 것 없이 100만원을 호가하는 마사지 회원권까지 끊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영구문신이 아닌 3~4년만 유지되다 지워지는 문신을 눈썹·속눈썹·입술에까지 서슴지 않음으로써 화장을 하지 않아도 완벽하게 화장한 것 같은 효과를 안겨주고 있다.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생얼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생얼은 무엇보다 자기 만족감을 의미한다. 얼굴 생김새나 피부에 대한 자신감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자신감이다. 여성을 보다 여성스럽게 만드는 화장을 안 함으로써 어필하는 부분 역시 그들에게는 있다. 예나 지금이나 생얼은 항상 있어왔다. 하지만 요즘 말하는 생얼은 젊은 여성 중 화장을 안 해도 예쁜 여성을 의미하는 대명사가 된 듯하다. 똑같이 화장을 안 해도 젊은 여대생과 중년 아줌마가 불리는 말은 너무도 확연하다. 전자가 생얼이라면 후자는 그냥 화장 안 한 (그래서 보기 안 좋은) 아줌마일 뿐이다.
생얼이고 뭐고 자신의 얼굴에 대한 관리를 하는 것에 왈가왈부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자연화장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가고 있다는 것. 아무리 값비싼 화장품, 그리고 유아전용 화장품이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산화방지제·유화제 등의 성분은 필수로 첨가돼 있는 만큼 이런 화장품을 사서 쓰느니 직접 만들어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여느 백화점에 가도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1층에는 이름과 가격만 들어도 ‘와~’ 소리가 나는 온갖 수입화장품이 진열돼 있다. 그리고 항상 젊은 여성들부터 나이 든 중년에 이르기까지 북적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정말 그 화장품이 그렇게 좋아서일까.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수입화장품이 결코 동양사람,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 피부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애써 그 화장품에 피부를 맞추는 건 아닌지, 효과가 없어도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비싼 돈 들이며 사용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어떻게 보면 생얼 열풍은 우리나라와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는 유행인지도 모른다. 외국에서처럼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차원에서의 생얼이 아닌, 외모지상주의가 최극치에 달한 상황에서의 생얼은 보다 많은 ‘가공’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과연 나는 몇 %의 생얼을 하고 다니는지’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누구를 위한 생얼인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편집부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편집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포토뉴스
[포토] 대한건설보건학회 후기 학술대회
[포토] 한국물환경학회-대한상하수도학회 공동학술발표회 개최
[포토]최병암 산림청 차장, 생활밀착형 숲 조성사업 준공식 참석
[포토] ‘제22회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 시상식 개최
수원에서 첫 얼음 관측
여백
여백
여백
오피니언&피플
제9대 임익상 국회예산정책처장 임명제9대 임익상 국회예산정책처장 임명
김만흠 국회입법조사처장 취임김만흠 국회입법조사처장 취임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