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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본부 고발 한 달 후
질병관리본부(인근 독성연구원, 식품의약품안전청도 마찬가지)의 감염성폐기물 불법폐기가 고발된 지 한 달이 지났다.
환경부는 질병관리본부의 불법을 알고 난 지 한 달 만인 최근에야 가까스로 점검을 나갔으며 몇 군데 휙~ 둘러보고는 “별 문제없더라”라는 말을 너무나 쉽게 내던졌다. 여기서 ‘휙~’ 둘러봤다고 단정하는 이유는 직접 단속을 나간 사무관이 말끝마다 “…그럴 겁니다”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할 것이라고 합니다”라는 말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단속을 나가긴 한 건지, 제대로 둘러보기는 한 건지, 앉아서 질병관리본부 담당자 말만 듣고 단속을 끝낸건지 우스울 따름이다.

물론 환경부 담당자가 사실(본지 기사)을 부정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본지 기사에서 지적한 대로 개선됐으며 아직 개선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곧 방침을 마련할 것이므로 기다려 달라는 것이었다. 물론 그 이전에 전제는 “그래도 국가기관인데…” “우리보다 위험성을 더 잘 아는 사람들인데…”였다. 본지에서 질병관리본부를 고발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환경부 담당자들의 대응은 안일하기 짝이 없어 보인다.

그렇게 아량 있는 마음을 가진 환경부가 왜 그리도 불법 영세업체에게 빨간줄 긋는 일은 서슴지 않은 것인지 안타깝고도 또 안타깝다.

영세해서 환경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는 업체들 문 닫게 하는 일은 서슴지 않았으면서 국가기관에서의 그런 엄청난 불법에 대해서는 왜 그리 관용을 베푸느냐는 것이다. 이번에 환경부에서 조치한 것과 같이 불법을 알고도 한 달 넘게 대처하도록 유예기간을 주고, 한 달이 넘어서 단속을 나가도 ‘앞으로 잘 개선하겠다’고 하면 아무런 문제도 안 되는 게 과연 그간의 단속에서도 적용됐었느냐는 것이다.

최근 SBS에서도 질병관리본부 일대 연구단지에서의 폐기물 불법배출 현황을 보도한 바 있다. 질병관리본부 실험실 내부까지 살펴봤기에 불법을 확신했던 본지와는 달리 국회 및 SBS 관계자들은 단순히 밖에 쌓여 있는 쓰레기통을 뒤엎은 것뿐이다. 그것 하나만 보고도 많은 사람들이 놀람을 금치 못했는데, 실험실 안에서 온갖 감염균을 그냥 싱크대에 흘려보냈다는 본지 기사가 당시 얼마나 충격적이었을지 가늠이 되고도 남는다.

실제 이번 보도를 본 누리꾼들이 영화 ‘괴물’ 얘기를 운운하고 민간기관이었다면 당장 간판 내렸을 것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 점만 봐도 문제의 심각성을 동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번 문제를 접한 관계자들 역시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국가기관이 그 모양인데…” 생략된 뒷말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환경부에 대한 비난이 만만치 않음은 당연지사. 일부 환경부 시스템을 아는 관계자들은 비난에 약간의 동정이 섞여 있는 것도 사실이다. “힘이 없으니까…” “지자체? 단속 나갈 인력이 있나?” “환경부에 감폐 담당자 한 명 있나?” 등등. 하지만 이제까지 단속 잘 해왔다. 얼마 전 환경감시대는 불법 많이 적발했다고 자랑스럽게 보도자료까지 뿌리지 않았던가. 그런 정신이 왜 하필 질병관리본부 건에서는 시들했느냐는 것이다. 국가연구기관이라 돈이 없는 것도 아니요, 더군다나 기관에서 돈을 벌어야 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건 무지와 안일 때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본지 기사가 나가고 며칠 안 돼 환경부 담당자는 쉽게 말해 환경부를 떴다. 그리고 새롭게 이번 일을 맡게 된 환경부 담당자는 “국가기관인데… 개선도 됐고… 그냥 믿어주죠”라는 말을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던졌다.

마치 “그냥 믿어주자”는 말이 “그냥 묻어두자”는 말로 들릴 정도였지만 설상 두 말을 헛갈린다 해도 그다지 잘못 받아들인 것 같지는 않다. 물론 환경부나 질병관리본부에서는 후자를 바라고 있겠지만 말이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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