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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나자 '안전불감'
흔히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용어가 바로 ‘안전불감증’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안전불감증 하면 사건·사고를 떠올리고 있는 것 또한 이미 여러 차례의 경험을 통해 각인된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떠한 사건·사고도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안전불감증도 있다. 그리고 그들의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누가 될지 모를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쉽게 말해 병원이나 연구기관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영화 ‘괴물’에서도 한강에 포르말린을 버린 결과 제3의 생물체가 나타났듯 이들 기관에서 온갖 감염체, 유독물을 다루면서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것 자체가 그들의 안전불감증이고, 그들로 인한 피해자는 우리 모두가 될 수 있다.
멀리 생각할 것 없이 학창시절 실험시간을 돌이켜 봐도 알 수 있다. 담당교사는 학생들에게 ‘위험한 약품이니 손장갑을 끼고 냄새 역시 맡으면 안 좋다’며 신신당부 하지만 정작 실험이 끝나고 나면 그 위험하다는 약품들이 고스란히 싱크대로 버려진다.
그리고 가정에서 설거지하듯 온갖 약품이 섞인 기자재를 그냥 씻곤 했다. 액체는 그냥 버리고 고형물 역시 그냥 싱크대로 흘려보내거나 그 옆에 자리한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한다. 이러한 실험실에서의 경험을 대학과정, 혹은 그 이상까지 경험한 사람이라면 그 심각성을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하던 대로 하거나 아예 뭐가 문제가 되는지조차 모른 채 기관에 몸 담게 된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비단 학교나 연구소만의 문제는 아니다. 의외로 전문기관, 전문직에 위치한 담당자들이 정작 그들이 하고 있는 결과물에 대한 파장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때 불용재고약 처리 방안을 놓고 환경 분야에서도 문제가 불거진 적이 있다. 불용재고약, 즉 병원이나 가정에서 사용하다 남은 약품들이 그냥 쓰레기통으로 버려졌을 때, 그로 인해 온갖 약품들이 도처로 흘러들어갔을 때 환경적인 피해 역시 간과할 수 없다는 데서 문제는 시작된다. 실제 제약회사나 아파트가 밀집된 인근 하천에서 피임약을 포함한 온갖 약성분이 검출돼 하천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 사례도 속속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와 관련해서도 정작 이들 기관에 몸담고 있는 담당자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모두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정작 본인들이 다루는 게 위험하다는 사실은 인지하면서도 정작 버려지는 것에 대해서는 무감하다는 것. 일례로 모 병원 한 전문의에게 병원에서 버려지는 약들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에 대해 물었을 때 그의 대답은 너무도 간결했다.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면 되죠”라는 그 한 마디에 그럼 쓰레기통에 버려진 그 약들이 어디로 가느냐고 묻자 그는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잘 처리되겠죠”라는 대답을 할 뿐이었다. 물론 그가 생각하는 ‘잘’이라는 표현이 정말 중요하고 실제 버리고 나서 신경을 전혀 쓰지 않을 만큼 ‘잘’ 처리가 되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모두가 의식을 가져야 한다. 버리기 전에 내가 더 ‘잘’ 버려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모든 게 마찬가지지만 쓰레기통으로 버려지는 게 결코 지구 밖으로 내쳐지는 게 아니다. 우리가 함께 사는 또 다른 공간에 계속 쌓이고 순환될 뿐이다. 눈앞에서 처리된다고 외계로 이동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참고로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는데 우주 쓰레기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
어쨌건 단순한 쓰레기나 고위험폐기물이나 버려지는 건 매한가지고 아무 생각 없이 쓰레기를 단순히 ‘쓰레기’로만 바라본다면 조만간 인간은 쓰레기로부터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중요한 건 내가 버리는 게 무엇인지, 버려졌을 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각자의 역할에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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