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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노인의 기부 ‘감동’
바다이야기, 도박공화국이라는 단어로 신문의 전 지면이 도배될 때 도움을 받아야 할 우리 주위의 두 노인이 평생 모은 돈을 기부한 기사가 연이어 실려 진한 감동을 줬다.

대구시 수성구 두산동에 사는 한 할머니는 수십 년간 리어카를 끌며 파지를 모아 판 돈 900만원을 팔과 다리가 절단된 지체장애인을 위해 써달라고 대구지체장애인협회에 기부했다.
팔순을 넘긴 할머니는 지금도 아침 7시면 어김없이 주택가를 돌며 라면박스 등 파지를 모으기 위해 리어카에 몸을 싣는다고 한다.
종이를 많이 찾으면 하루 3500원, 운이 좋으면 4000원. 이렇게 해서 900만원을 모았다니, 그렇게 모은 돈을 지체장애인을 위해 쾌척했다는 게 쉽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할머니는 되레 1000만원을 채우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지체장애인을 돕는 것이 인생의 마지막 바람이었다는 할머니. 신경통으로 다리를 절룩거리며 자신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서둘러 협회를 찾았다는 뒷얘기다. 지금도 10평 단칸방에 살고 있다.
협회는 기부금도 기부금이지만 할머니는 용기와 희망도 함께 기부해줬다며 기부금 전달식에서 할머니가 어떻게 이 돈을 모으게 됐는지 직접 강연을 듣기로 했다.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에 사는 한 할아버지는 “서울대에서 인재를 키우는 데 보탬이 될까 싶어”라며 이장무 서울대총장에게 2억원을 전달했다.
할아버지 역시 초등학교도 못 나오고 45년간 객지생활을 하며 고철 수집에 택시기사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평소 자신이 모은 돈 모두를 서울대에 장학금으로 내놓고 싶다고 말씀하셨고 가족들도 흔쾌히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할아버지는 평생 동안 자신을 위해서는 돈을 쓸 줄 몰랐다. 여행이라야 제주도를 다녀온 게 고작.
서울대 관계자는 “돈 몇 푼에 부모 자식 간에도 비정이 난무하는데 할아버지는 우리 사회가 아직 살 만한 곳임을 증명해준다”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배우지 못해 서러웠다”고 한다. 하지만 진짜 배우신 분은 할아버지가 아닐까.

최근 세계 두 번째 거부인 투자 전문가 워런 버핏 회장이 자신의 재산의 85%인 370억달러(35조원)를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재단’ 등 5개 자선단체에 기부해 화제가 됐었다.

이는 세계 최고 부자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개인재산 500억 달러 중 95% 기증 약속과 함께 경영 일선을 떠나 자선사업에 매진하겠다고 발표한 지 며칠 뒤 나온 발표여서 미국 사회와 기업들 사이에서 ‘부의 사회적 환원’이라는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버핏 회장이 자신의 자식들이 만든 자선단체들 제쳐놓고 게이츠재단에 재산 대부분을 내놓기로 하자 미국 재계는 물론 세계가 모두 깜짝 놀랐다. 버핏 회장이 “내 가족에게 스스로 노력해 벌지 않은 돈을 물려주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다”고 한 말도 명언으로 남았다.

국내에도 물론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보이는 기업과 유력인사들이 속속 소개되고 있다. 검찰에 탈세나 유용이 걸리면 그제야 서민들은 꿈에도 생각지 못할 몇 천억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해 황당하게 만드는 재벌도 있지만.

워런 버핏 회장이 게이츠 자선재단에 기부할 때도 그랬지만 외국에서 기부 보도가 있을 때마다 왜 우리나라는 없느냐는 반문을 하면서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정착된 문화를 부러워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돈 있는 사람들을 비교하면서 우리나라에는 왜 없냐고 아쉬워할 게 아니다. 어렵사리 모은 돈을 쾌척한 우리들의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만 하지 않은가.

자신을 위해서는 돈을 아끼면서 남을 위해 아끼지 않으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자랑스럽다. 건강하게 오랫동안 사셔서 우리 사회의 귀감이 돼 주시길 기원한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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