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산업·노동·안전 산업·기술
자연·인간·기술 어우러진 삶
[#사진1]
우리는 이제까지 성장이라는 목표를 향해 화려하고 세련된 것에 매료되고, 크고 많은 것들로 우리 주변을 채워왔다. 물론 그로 인해 풍요로워지고 편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우리로 하여금 이런 것들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인스턴트 먹을거리의 편리함, 각종 도료와 본드로 칠해진 우리네 주거의 화려함 뒤에서 알게 모르게 우리가 병들어간다는 사실이다.
생태건축 연재를 시작하면서 무엇을 함께 고민하고 전하고자 했었던가 생각하면 그건 아마도 어우름이었을 게다. 생태건축이라는 것도 어찌 보면 전혀 어우러질 수 없는 개발이란 행위를 좀 더 자연의 순리에 다가가고자 하는 건축방법의 하나라는 것에서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흙의 소박함과 옹이 박힌 나무의 거침, 콘크리트로 채우기보다는 자연에게 내주는 방법을 건축행위에 접목시키고자 했던 것이 생태건축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길라잡이가 되고자 했던 것이다. 또한 그 과정 속에서 작은 것이 아름답고 거친 것이 건강하다는 간단한 논리도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생태건축 연재에서 이제까지 언급했던 흙이나 나무등의 천연재료 이용, 에너지 효율 등을 고려한 각종 기술, 빗물의 침투·저류기술 등은 앞으로 생태적인 공간의 확대를 가져올 수 있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다. 더불어 삶의 양식에 있어서도 소박하고 자연적인 생활 패턴으로 전환함으로써 우리를 둘러싼 환경의 지속가능성까지도 유지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최근 우리 주변에서 종종 듣게 되는 생태건축이란 쉽게 말하자면, 그곳에 사는 사람에게는 건강하고, 집을 안고 있는 주변 지역에 피해를 주지 않는, 보다 자연과 조화될 수 있도록 자연과 사람을 하나로 하는 건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좀 더 전문적으로 이야기한다면 그 지역의 자연환경과 건축물 내부에서 발생하는 에너지소비를 고려해 입지를 선정하고, 건물구성이나 형태, 재료선택, 공간구성과 내부의 기능 연계, 설비체계 등을 계획·시공하는 건축형태다. 또한 건축물 자체만 아니라 건축물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지역의 식생에 이르기까지 긴밀한 관계를 갖을 수 있도록 설계되는 건축이다. 건축물이 지어진 이후에도 그 안에서 일어나는 활동에 의해 요구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또한 물질을 사용한 뒤에는 폐 에너지와 폐기물을 다시 재활용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여러 해법을 찾는 모색하는 건축이다.
이제까지 생태건축의 연재를 통해 언급됐던 것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건축물을 계획,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생태적 개념을 적용할 때는 총체적으로 적절하고 생태적으로 의미가 강하며 그 효과가 높은 것을 우선순위로 선정한다. 건축계획의 주요요소로는 에너지, 물, 공지(open space)와 건물 외부공간의 구성, 쓰레기의 처리와 건축재료의 선정 등이 있으며 각 요소들의 생태적 적용개념은 다음과 같다.

에너지
건축물은 열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 에너지를 빼앗기게 된다. 그러므로 건물의 난방시스템을 결정하는 데 있어 열을 획득하고 축적하는 것보다 열을 보존하기 위한 조치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열의 손실 및 그로 인해 필요하게 되는 에너지원은 건물이 입지하는 지역의 태양에너지와 풍력, 수력, 생물가스(Biogas) 에너지 등 무한한 자연에너지원을 사용하도록 유도한다. 특히 건축물과 단열, 냉난방설비는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 건물의 시설과 운영방식은 생태적인 효과와 기능의 원활한 작동, 경제적인 수행능력을 고려해 설계한다.


건물 내부에 절수기기를 설치하고 중수·우수의 활용을 통해 물 절약효과를 꾀한다. 건축물 외부공간에 대해서는 우수의 재활용 및 지하수위의 유지 등을 목적으로 토양의 포장면적을 제한하고 우수의 침투 및 저류시스템을 고려한다. 또한 도시 관거로 우수가 유출되는 양을 줄이도록 하고 해당 지역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

녹지와 오픈스페이스
기존의 식생은 건축물 외부공간계획에서나 건축물의 시공 시 가능한 한 원형을 유지하도록 계획한다. 개발대상지의 일정 부분은 녹지로 조성하고 대지와 건물에 대한 녹화계획을 수립해 우수를 이러한 시설에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쓰레기
쓰레기 재활용을 위한 분리수거와 양의 최소화, 친환경적인 처리를 위해 건물의 설계 및 시공, 사용에 있어 토지와 건물의 적절한 사용에 대한 건축법적 규정을 세워야 한다.

건축재료
건물을 짓기 위해 사용되는 많은 건축재료와 시공기술들은 인간에게 유해할 수 있으며 건설 후에도 여러 해 동안 건강에 해로운 가스 및 유해물질을 외부로 내뿜게 된다. 이러한 유해재료와 시공방법들은 대부분 계획 과정에서 그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고 유해물질을 감소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또한 건축물을 시공하는 과정에서 재료의 선정은 제조과정과 수송, 현장가공 및 처리방법 등을 고려해 전체적으로 친환경적이고 유해하지 않은 가공방법의 재료를 선정해야 한다.

수요자의 참여
전문성이 강조된 건축물의 계획과 생태건축적인 요소들의 실행, 사용자 요구사항의 파악, 사용자의 동의 획득을 위해 건축물의 계획단계에서 그들을 참여시키도록 한다.
효과 검토
생태적 계획에 의해 사용된 모든 방법들의 효과 검토를 실행하도록 하고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도될 때 모델 사용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효과 검토에는 학문적인 연구가 뒷받침돼 다른 계획을 수행할 때 사전에 검토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한다.
[#사진2]
경제성과 효율성
지방자치단체나 중앙정부, 각 건축주의 예산에 있어 투자에 대한 경제성과 효율성은 위에서 언급한 조항들과 대치돼서는 안 된다. 친사회성과 친환경성은 각 주체들의 경제성 제고보다 주요한 요소가 돼야 한다.
생태건축은 건축물이 환경과 서로 연관돼 존재하며, 또한 현재 존재하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 개발에 따른 환경변화에 지속성을 부여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따라서 인간에게 쾌적하고 이상적인 건축환경은 건물 자체의 외형뿐만 아니라 주변 자연을 포함하는 전체 환경으로 파악돼야 하며, 동시에 자연에 대한 많은 노력이 앞으로도 지속적이어야 할 것이다.
지난해 말 ‘크리스털 워터스’ 주거단지를 방문한 적이 있다. 영어로 ‘수정 물’이라는 뜻의 ‘크리스털’(crystal)과 워터(water)가 만난, 진짜 그 말처럼 물과 녹음, 동물들이 커다란 아름드리 나무길 사이사이에서 어우러져 살아가는 주거단지였다. 주민들 스스로가 생태적 삶의 프로그램속에서 스스로 건물을 짓고 먹을거리를 생산하며 생태계와 공존하며 살아가는 그 단지는 흙냄새, 풀내음이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온전히 어우러져 있었다.
그러나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더불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그네들이었다. 또한 그곳에선 흙냄새뿐 아니라 오늘날 우리에게서 상실돼 가는 진한 사람의 냄새까지 물씬 풍겨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렇듯 생태건축이란 생태계의 일부인 듯 자연과 동화되어 살아가기 위한 사람들의 작은 노력으로 진한 사람냄새와 흙냄새를 나게 하는 건축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태구
세명대학교 교수

독일베를린 공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1999년부터 세명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며, 생태건축, 친환경 단지조성 및 우수관리, 저에너지 주택설계 등 주거학 분야에서 많은 중요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편집부  webmaster@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편집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포토뉴스
[포토] 대한건설보건학회 후기 학술대회
[포토] 한국물환경학회-대한상하수도학회 공동학술발표회 개최
[포토]최병암 산림청 차장, 생활밀착형 숲 조성사업 준공식 참석
[포토] ‘제22회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 시상식 개최
수원에서 첫 얼음 관측
여백
여백
여백
오피니언&피플
제9대 임익상 국회예산정책처장 임명제9대 임익상 국회예산정책처장 임명
김만흠 국회입법조사처장 취임김만흠 국회입법조사처장 취임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