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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도 억울하다
영화 ‘괴물’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뜨겁다. 사람마다 관점에 따라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겠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부분이 바로 ‘환경’ ‘가족’ 이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가족 코믹영화로 보고 있지만 말이다.
우선 괴물의 존재 자체가 오염된 환경에서 기인했다는 데서 환경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원인은 용산 미군기지 영안실에서 미군 상사의 명령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수백여 병의 포름알데히드가 버려진 데서 시작된다. 영화 속 인물이자 실제 인물이기도 한 맥팔렌드 부소장은 “한강은 넓기 때문에 아무런 영향도 없을 것”이라는 말을 너무나 교활한 표정으로 말한다.
실제로 발생했던 ‘맥팔렌드 사건’을 영화에 삽입함으로써 시사하는 바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실제 그 사건으로 인한 결과는 너무나 터무니없이 종결됐지만 말이다. 포름알데히드 무단방류를 지시한 맥팔렌드 부소장 등 일행은 고발됐지만 벌금 500만원으로 사건은 거의 종결됐으며 추후 소장으로까지 승진한 맥팔렌드와는 달리 정작 이러한 사건을 제보한 한국 군무원은 해고당하는 결과를 낳은 바 있다.
우울한 환경문제와 환경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 그리고 이들에게 너무나 무관심하고 관심조차 가지려 하지 않는 사람들. 하지만 그들에게는 가족이 있었다. 결국 환경오염, 괴물 그 모든 것으로 인한 피해로부터 구제할 사람은 오로지 가족밖에 없다는 것 역시 씁쓸한 웃음을 남기는 부분이다.
괴물의 출현으로 인한 외부의 대응에 대해서도 눈여겨 볼 만하다. 미국 측은 감염성이 있다는 헛소문까지 내는 데다 괴물을 죽일 수 있는 강력한 의약품 판매에도 열을 올린다. 하지만 그들이 상업적으로 판매한 ‘에이전트 옐로우’는 괴물도 죽이지만 사람도 죽일 수 있는 만큼 강력한 독극물이었다.
현 상황을 너무나 영화로 잘 꿰뚫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독극물을 먹고 자란 괴물이 과연 영화 속 픽션으로만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괴물이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환경오염으로 인한 괴물이 속속 나타나고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괴물이라고 하면 느껴지는 그대로 괴팍하고 킹콩 같은 이지미를 떠올리게 되지만 단순히 생각하면 괴상하게 생긴 물건, 사람, 동물 이 모든 게 다 괴물이다. 여기서 또 괴상하다는 표현에 대한 해석이 모호해질 수 있지만 이미 우리 사회에는 너무나 많은 괴물이 있고 앞으로 더 많은 괴물이 생겨날 수 있다.

한편 이번 ‘괴물’ 영화를 놓고 환경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환경영화’라고 반기고 있는 경향(영화로서 환경문제를 사람들에게 공감시키는 것)도 적잖은 것 같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환경보다는 영화 그 자체만으로 그 감흥을 끝내고 있다는 아쉬움도 든다.
환경부 차원에서도 한창 주한 미군기지 정화 문제로 말이 많은데 그런 찰나에 상영된 이번 영화로 적잖게 속앓이 한 바 있다. 더군다나 안 좋은 환경을 원망하면서도 의외로 환경에 무관심한 사람들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영화 속 내용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그게 현실과는 무슨 연계가 있는지에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음을 의미한다.
영화 속 괴물이 현실이 될 수도, 현재 진행 중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말이다.

이번 영화를 제작하면서 환경적인 부분은 일부러 많이 생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에서 ‘환경성’을 부각하는 게 흥행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도 충분히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영화 ‘괴물’에 대한 관심이 단순히 영화를 관람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정작 가장 큰 피해자는 ‘괴물’ 본인이라는 것.
또한 괴물을 단순히 사멸시켜야 할 존재로만 바라보지 말고 괴물이 나타난 현 사회에 대해 인식하고 더 이상 독극물을 먹고 자라는 괴물이 생겨나지 않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일로 볼 수 있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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