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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 waste 사회'에 대한 소고
[#사진1]근래에 ‘Zero waste’라는 용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이전에 전혀 없던 말은 아니지만 시민운동가들이 아닌 정부의 일각에서 거론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Zero waste는 말 그대로 쓰레기가 없다는 뜻이고, 여기에 사회(Society)라는 용어를 덧대면 쓰레기가 없는 사회 또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사회로 구체화된다.

쓰레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첨단기능을 갖춰도 매립지나 소각시설과 같은 쓰레기 처리시설을 반기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을 너무도 잘 알기에 쓰레기가 없는 사회라고 하니 폐기물관리를 연구하는 사람에게는 그저 반가울 따름이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사회인가 하고 자연스럽게 의문이 든다. 자원순환사회를 만든다는 정부의 구호가 여전히 생생한데 Zero waste 사회가 돌출되는 배경도 자못 궁금하다.

Zero waste 사회는 존재할 수 있는가. 물론 불가능하지 않다. 그렇지만 만들겠다는 의지와 노력의 산물이지 결코 우연히 얻어질 수는 없다. 노력과 의지의 핵심은 제품의 생산과 공급을 동맥산업이라 할 경우 상대적 개념으로 폐기물의 재활용을 정맥산업으로 인식하고 우리 사회에 정착시키는 것이다. 대부분의 제품은 안전한 운반을 위해 포장을 필요로 하고, 포장으로 보호받던 제품도 언젠가는 그 수명을 다해 버려질 운명에 처한다.
설계도와 원료배합만 입력하면 집에서도 제품을 만들고 버릴 때는 분자형태로 날려버린다는 어떤 미래학자의 예측도 있으나 아직은 꿈같은 이야기이다. 지금 당장은 포장재나 제품을 땅에 묻거나 태워서 처리하면 말 그대로 쓰레기가 되고, 회수해서 또 다른 제품을 만드는 원료로 사용하면 자원이 돼 쓰레기의 신세를 면하게 된다. Zero waste 사회를 인위적으로 만들어가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은 여전히 많은 제품이나 소재들이 회수되지 못하고 있으며 회수되더라도 동맥산업에서의 요구에 의해서보다는 금전적 보조와 강제적 책임에 의해 동맥산업으로 공급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생산자책임제도하에서 강제적으로 회수되는 플라스틱 포장재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나 배출자의 수수료에 의해 어렵게 재활용되는 음식물쓰레기가 대표적인 예다.
그나마 제품의 몸체를 이루는 플라스틱이나 건물의 채광과 단열을 돕는 판유리 등은 재활용 대상으로 간주되지도 않는다. 재활용되더라도 간신히 흘러가는 것은 더 나은 제품을 만드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의 쓰레기를 미래에는 원료로 활용할 재활용기술도 당연히 개발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양적으로는 매립하거나 소각할 양은 없어질 것이다. 원료로서 또 다른 조건이 있다면 유해하지 않은 성분을 사용하고 천연자원을 원료로 활용하더라도 재활용이 가능한 것을 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원료를 회수해 제품을 만드는 것만으로 Zero waste 사회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재활용원료로 만들어진 제품을 선택해주고 쓰고 나서 다시 분리해줘야 한다. 소비가 수반되지 않은 제품의 생산은 파산을 의미하며 지구적으로는 불필요한 에너지와 부수적인 자원의 낭비로 이어진다. 동맥산업의 발달은 지역사회에서 원료를 발굴할 기회를 제공하기에 이를 지역경제로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 Zero Waste 사회,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많은 노력과 사회적 지원 속에서 그 모습을 갖춰갈 것이다.

198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의 생활쓰레기는 청소시대에 걸맞게 처리됐다고 봐야 한다. 주민들은 편리하게 배출하고 지방정부는 신속하게 수거하면 좋은 지방정부였다. 수거된 쓰레기는 주민들의 원성이 없을 만한 곳에 경계선을 긋고 묻는 방법으로 매립됐다. 소각시설이 몇 군데에 건설됐거나 초보적 기술을 접목한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그 시기에 감량, 재활용 같은 개념을 제도에 포함시킴으로써 1990년대의 폐기물관리시대와 2000년대의 자원순환시대를 열어가는 토대를 마련했다.
폐기물관리시대에는 감량과 재활용을 위한 각종 정책수단, 즉 쓰레기종량제, 부담금제, 예치금제, 포장규제, 일회용품 사용억제와 같은 수단들이 현실화되고 재활용품을 수거하고 처리하기 위한 물류체계가 갖춰졌다. 자원순환시대는 폐기물관리시대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음식물쓰레기 자원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도입과 같은 재활용의 양적 확대와 시장의 역할강화를 꾀했다. 그런데 근래에 국내에서 Zero waste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외국의 경우 독일·오스트리아 등의 유럽국가들과 뉴질랜드·호주·미국 등의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영국에서는 보수당과 민주당이 1990년대부터 이미 Zero waste를 국가, 지역 또는 정당의 폐기물관리 정책목표로 선언한 바 있다.
우리는 2000년대 들어 자원순환사회를 정책목표로 사용해오고 있었기에 Zero waste의 등장은 생소하고 새로운 무엇인가가 기다리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실제로는 큰 변화가 없고 비슷한 징조도 없다. 그렇다면 왜 정부 일각에서 이 용어를 갑자기 사용하기 시작했을까. 추측하건대 지금까지 도입한 많은 제도들의 효과가 이제 한계에 도달할 것이 아닌가, 그래서 또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할 시점이고 그 시대의 지향점(Guiding principle)으로 삼으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래서인지 유럽국가와 영국의 정당들이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를 도입하려는 시점에서, 미국·호주·뉴질랜드 등이 재활용품의 수거를 확대해야할 시점에서 Zero waste를 지향점으로 내세웠던 사례가 자꾸 떠오른다.
우리나라의 재활용실적은 이미 60% 수준에 있다. 이제 70%를 향해 뛰어야 하는데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새로운 방법을 찾든 고민을 시작하든 Zero waste는 또 다른 폐기물관리 시대를 열어갈 구호이자 목표이기에 가능하면 획기적인 방법을 찾고 그 출발점에서 국민을 동참시키는 수단으로 사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단순히 마음을 다잡을 수단으로 사용하기에는 그 의미가 너무 거창하기 때문이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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