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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행정이 함께 만드는 도심숲
[#사진1]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고, 가족과 산책하고 넉넉한 숲이 있는 공원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조금 더 욕심을 부려본다면 뉴욕시민들이 자랑하는 센트럴파크보다 더 크고 멋진 공원을 기대하는 것은 허황된 꿈일까. 현실이 그렇지 않다면 우리 주제에 될 법이나 한 일이냐고 자포자기하고 말 것인가, 아니면 마냥 끝도 없이 행정에서 만들어주기만 기다릴 것인가.

쾌적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서 공원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요소라는 데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녹지와 공원을 확보하고 만들어가기 위한 정책은 ‘예산’과 ‘경제논리’에 의해 늘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공원이란 의례 지방자치단체가 만드는 것이고, 시민들은 그저 만들어진 공원의 수혜자이면 충분한 것으로 생각해왔다.
21세기는 주민들이 행정에 의지하기보다는 스스로 문제를 찾아 해결해가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다. 이러한 시대적인 움직임 속에서 도심 속에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커다란 평지숲 공원을 주민들의 힘으로 만들어가자고 하는 공원운동이 6년 전에 부산에서 태동했다. 바로 ‘100만평 문화공원운동’이 그것이다.

이 운동은 문화가 있고,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넓은 평지숲의 큰 공원이 있고, 우리의 아들딸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미래지향적이고 친환경적인 녹색거점이 있는 공원도시를 만들자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원 조성에 시민이 가족과 함께 직접 참여하여 나무를 심고 숲을 만들고 가꿔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푸른 도시의 꿈을 시민의 힘으로 실현해 나가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도심 속의 평지숲 공원을 조성하자는 100만평 공원운동은 반대운동이 아닌 진정한 주민의 참여를 주장한 실천형 어메니티 운동이다. 처음 이 운동이 부산에서 시작됐을 때 시민들은 ‘우리들이 꼭 이뤄야 할 행복한 비전’이라며 뜨거운 호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뤄질 수 없는 허황된 꿈’이라는 비관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부산의 시민과 여러 시민단체들은 힘을 합쳐 ‘100만평 문화공원조성 범시민협의회’를 결성했으며 시간이 경과하면서 이 운동은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이후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하면서 꾸준한 홍보를 해왔으며, 여러 차례의 포럼과 세미나를 통해 운동의 이론도 정립했고, 국제학생공모전,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구체적인 추진방향도 검토했다. 내셔널트러스트형 운동으로 ‘1구좌 10만원에 공원 1평 갖기’를 추진하면서 기금 모금에 3500여 명을 참여시키는 성과를 거두고 이 기금으로 공원용 부지 1만3400여 평을 매입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많은 부산 시민들이 이 공원운동을 통해 멀리 꿈과 희망을 봤다. 언제 이뤄질지는 몰라도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 것 같은 100만평 공원을 생각하면서 기쁨과 행복감을 느꼈다.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할머니 한 분은 매년 용돈을 모아 기금과 격려의 글과 그림을 보내주고 있으며, 어떤 어린이는 동전이 가득 찬 돼지저금통을 통째로 공원조성 기금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꿈이 보이면 시민들도 이렇게 자신들의 진정한 속마음을 내놓게 되는 것이다.

시민들은 이 여세를 몰아 2004년 말 부산시장을 만나 시민의 기금으로 매입한 땅 중 100만평 공원의 100분의 1에 해당하는 토지 ‘1만평(20억원 상당) 기부’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시가 100만평 공원의 도시계획 지정과 일차적으로 3만평 이상(기부 부지 포함)의 공원을 우선 조성해줄 것을 요청했다. 초기에는 부산시가 행정이 해야 할 공원사업을 시민이 앞장서서 부지매입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나서고 있는데도, 시민의 자발적인 제안을 받아들이는 데 예산상의 문제를 들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부산시는 시민들의 요구가 지속적이고 강렬해짐에 따라 방침을 바꿔 2005년 11월 100만평 공원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일단 1만5000평의 공원을 조성하기로 시민과 행정이 함께 최초의 역사적인 공원협약을 하기에 이르렀다. 부산시는 올 상반기에 이 계획안을 법정 도시공원으로 통과시킴으로써 앞으로 100만평 공원은 본격적인 궤도에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공원을 만들기 위해 시민들이 기금을 모아 땅을 사고, 그 땅을 시 당국에 기부하는 일은 세계 어느 도시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모범적인 사례 중 하나다. 여기에 관이 힘을 보태 공원을 만들어가는 사례는 향후 참여형 공원 조성의 새로운 방법론으로 주목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행정은 시민들의 이러한 자발적인 공원 만들기 움직임에 주목해 향후 이를 지원·육성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나가야 할 것이다.

김승환(동아대 도시계획조경학부 교수
사단법인 100만평문화공원범시민협의회 사무처장)



편집부  silk1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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