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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학교인가
최근 전남 장흥군의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가 학생들에게 벌칙으로 ‘자기 뺨을 때리라’는 이상한 체벌을 가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학교와 학부모에 따르면 문제의 교사는 자습시간에 떠든 아이로 명단에 한 번 적히면 10대, 두 번 적히면 20대를 급우들 앞에서 스스로 뺨을 세게 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에 교사는 어른이 때리면 아이들이 아프기 때문에 일부러 학생 스스로 때리게 했다고 변명했다. 이 교사는 지난해에도 이런 체벌을 가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일로 한 아이가 결국 학업을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피해 학생은 취학의무유예신청을 한 상태다.

‘교육은 사랑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고 한다. 과연 이 교사는 교육에 대해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는지 의문스럽다. 어른이 때리면 아프기 때문에 아이들 스스로 때리게 했다니 교사로서 할 수 있는 말인가. 스스로 때리게 하는 게 어떤 건지 정말 몰라서 하는 말인가. 이 교사가 정말 몰라서 그렇게 했다면 우리 사회 교사로서 ‘함량 미달’도 한참 미달이고, 알고도 그런 것이라면 깊이 사죄해야 할 일이다.

초등학교에 막 들어간 1학년 아이가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학교를 처음 만난 아이들에게 제대로 교육을 하지 못할망정 자학을 하게 했다니 참담한 일이다.

지난 4월 피해 학생은 떠든 아이로 지목돼 자신의 뺨을 수십 차례 때렸고 자신이 일일반장이 됐을 때는 친구의 이름을 적어 냈다고 한다.

이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고 사람과 사람이 공동체를 이루며 함께 살아가는 것을 배우는 곳이 학교라고 볼 때 문제 교사의 행동은 가히 ‘횡포’에 가깝다. 이 교사는 아직도 버젓이 담임을 맡고 있으며 학교운영위원회 교사위원이라고 한다.

피해 학생의 부모는 지난 4월부터 2개월 넘게 담임교사와 학교, 학교운영위원회, 교육청 등에 문제를 제기해 왔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문제로 다루지 않은 것이다. 학부모와 교사 지역인사가 학교 교육활동을 심의하는 학교운영위원회에 공식 안건으로 다뤄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교육청에서도 일상적인 장학지도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학교에는 한 학급에 40명 가까운 아이들이 한 반을 이루고 있다. 40명 가운데 10명의 아이들이 한마디만 해도 정신이 없는 게 사실이다. 학습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벌칙을 만드는 것은 당연히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아예 따끔하게 손바닥을 한 대 때려야지 자기 뺨을 때리는 것으로 체벌을 선택한 것은 상식 이하다.

논란의 기사가 한 포털 사이트에 올려지고 5시간이 안돼서 2000여 개의 리플이 달렸다. 피해 학생의 정신적 상처가 남의 일 같지 않기 때문에 한 마디씩 올렸으리라 짐작된다.

우리 주변에는 훌륭한 교사도 많다.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한 명의 문제 교사가 알려지면 교사들이 모두 문제 교사인 양 호도되는 경향이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교실은 교사가 아니라 학생을 위해 존재하는 것 아닌가. 교육은 바로 학생들에게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우리사회 학교가 아이들로 하여금 아침에 일어나면 빨리 달려가고픈 곳이 됐으면 좋겠다.

편집부  silk1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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