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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 빗물처리로 자연적 물순환 도모
[#사진1]요즘에는 도시에서 물을 보기가 쉽지 않다. 어쩌다 큰맘 먹고 한강 둔치를 찾지 않는 한, 또는 최근 물길이 열렸다는 청계천을 찾아가지 않는 한….
지난 여름 그 많이 내리던 빗물은 다 어디로 가 버린 걸까. 지하로 숨어 숨어 그 좁은 관로를 따라 어느덧 하천으로 바다로 그렇게 가버린 모양이다. 옛날에는 비가 내리면 마당에 좁은 웅덩이가 생기고 새로운 물길이 생겨 꼬마아이들의 신나는 놀이터가 됐는데, 이젠 모두가 반질반질한 포장뿐이다.

최근 들어 도시지역에서의 물순환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는 결국 도시지역에[#사진3]서 자연적인 물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가 지표를 덮음으로써 빗물은 더 이상 땅 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녹지와 자연지반이 훼손되면서 증발산량이 줄어들고 있다. 흐르던 빗물이 고여 있을 웅덩이도, 구불구불한 하천도 반듯한 수로로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순환되던 물의 흐름이 막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서 그 영향은 고스란히 우리에게로 돌아오고 있다. 한 여름밤의 열섬현상이나 집중호우로 인한 홍수, 메말라버린 하천들에서 그 심각성을 인식하게 된다. 그래서 그동안 개발로 치닫는 과정에서 간과했던 자연적인 물의 순환을 다시금 되돌리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자연상태의 지반에서는 약 40%의 증발산과 50%의 침투, 10%만이 지표면을 따라 유출된다. 이러던 것이 불투수포장률이 증가하게 되면 50% 이상의 유출이 발생한다. 이러한 유출량은 일시에 하수관거로 빠져나가 하천으로 유입돼 하류지역에서 범람하기도 한다. 이렇듯 오늘날 도시환경에서는 물의 사이클이 극히 단순화 돼 있고 그로 인해 도시환경에 많은 문제점들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유역 내에 우수관거를 매설하고 관거에 의해 모아진 빗물을 하천으로 유출시키기 위해 유역의 말단부에 유수지를 설치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으로는 물의 자연적인 순환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최근 인위적으로라도 빗물을 침투시키고 저류하고 증발산 될 수 있도록 주택이나 주거단지를 계획·설계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즉 건축물로 떨어지는 빗물은 옥상녹화를 통해 증발산 시키고, 또는 저장하여 건물 내에서 이용하는 것이다. 또 지표면에 내린 빗물은 유수지 혹은 우수관거로 유입되기 이전에 그 지역 내에서 자연침투 또는 중간저류를 시키도록 다양한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단순한 물 사이클이 환경 문제 유발
증발산·침투·저류·유출 이뤄져야


대안은 없는가?
독일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지난 80년대 이후부터 도시지역에 빗물을 지역적으로 분산시켜 지하로 침투시키는 새로운 방법과 시설들이 개발했다. 이는 곧 지속가능한 도시개발 개념과 친환경 주거·건축이라는 방향과도 일맥 상통하게 됐다.
특히 독일과 같은 경우에는 지역 내에서 빗물을 처리함으로써 물순환 개선뿐 아니라 주택차원에서는 상수의 절약 측면까지 강조하게 됐다. 물론 단지 전체 차원에서 건강한 토양기반을 조성한다는 것과 단지 내에서 다양한 생물이 함께 서식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한다는 의미에서도 물순환 구축 개념이 확대되기에 이르렀다.
새로운 주거단지를 개발할 경우 우수를 이용해 침투 및 저류시키는 것은 그 지역 내 지하수 함양뿐 아니라 하수관거나 정화시설, 배수시설에 부하를 경감시키는 등 경제적으로나 생태적으로 가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됐다. 이는 단지 내에 떨어지는 우수를 그 지역 내에서 생태적으로 처리한다는 기술적 차원과 더불어 단지 전체의 자연친화력을 높이고 이를 형상화하는 과정의 시각적인 디자인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일이 되고 있다.
한 예로 겔센키르첸 지역에 위치한 쿠페르스부슈 주거단지는 건축차원에서뿐 아니라 단지 전체에 대하여 생태적인 빗물처리를 한 대표적 사례로 손꼽힌다.
이 주거단지는 엠시에르파크 국제건축 박람회(International Bauausstellung Emscher Park) 프로젝트의 하나로 친환경적 주거건축의 개념과 물순환이 현실화되어 있다.
이 주거단지 중앙에는 렌즈 형태의 잔디광장이 조성돼 있는데, 이곳에서 각 건축물로부터 유출되는 빗물을 저류하고 침투시키는 공간으로 설계됐다. 이 시스템은 각각의 건물지붕에서 모아진 우수가 지붕에 연결된 우수관을 통해 중앙의 잔디광장으로 모이는데, 이 잔디광장은 투수구덩이의 역할을 하고 있다.
쿠페르스부슈 주거단지의 빗물침투·저류공간에 떨어지는 우수의 약 80% 정도가 이 시스템에 의해 저류, 침투된다. 지붕 녹화된 부분에 일차적으로 우수의 침투 및 저류가 일어나고, 여기서 모인 우수는 홈통을 통해 땅으로 투수되거나 우수관을 거쳐 모인다. 쿠페르스부슈 주거단지는 개발 이후에도 개발 이전의 자연지역에서 나타나는 물순환 상태를 최대한 유지하도록 계획되었으며, 이는 기능상의 의미뿐 아니라 단지의 주거환경 질을 높이는 요소가 됐다.
[#사진2]
풀과 흙, 물길이 만날 수 있는 빗물침투, 저류시설
건축물에 빗물이용과 지붕녹화시스템은 자연의 물순환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붕녹화는 외부공간이 불투수포장되는 것을 막지 못할 경우, 건축물에 의한 부분이라도 녹화를 통해 증발산량을 확보 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빗물이용은 우리나라의 강우강도와 같은 특성, 즉 집중호우에 대비하여 유출을 감소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빗물을 이용함으로써 수자원 절약의 의미도 갖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일 건축물에서뿐 아니라 외부공간의 투수면 확보와 더불어 지표면의 침투 및 저류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자연적인 물순환을 도모하는 데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한편 단지 차원에서 물순환을 도모하기 위해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투수면의 확보다. 이를 위해서는 불필요한 포장면을 줄이고, 포장이 필요한 부분도 공간의 특성을 고려해 투수가 가능한 포장으로 조성할 때에 자연적인 증발산, 침투가 일어날 것이다. 또한 빗물이용도 각 주호뿐 아니라 단지내부의 수경시설에 대한 수원으로 쓰일 수 있으며, 보다 적극적인 빗물침투·저류시설의 적용이 가능할 것이다. 즉 이용·침투·저류 등 복합적으로 물순환을 위한 적용안이 가능하며, 이는 지역적 미기후의 개선, 토양기능의 확립, 토양에 의한 수질개선 효과 등 다양한 생태적 기능을 회복할 뿐 아니라 이러한 시설설치로 인해 경관적 가치도 높일 수 있게 될 것이다.
[#사진4]


이태구
세명대학교 교수

독일베를린 공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1999년부터 세명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며, 생태건축, 친환경 단지조성 및 우수관리, 저에너지 주택설계 등 주거학 분야에서 많은 중요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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