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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오른 거리전 ‘물오르다’전
우리에게 물은 무엇인가?
물을 만나고 삶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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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자기를 고집해 자신과 다른 것들과 등 돌리지 않는다. 다른 것들에게로 평화롭게 흘러가며 감싸 안는다. 어느 것에도 묶이지 않고, 어느 것에도 규정되지 않는다. 매 순간 물의 정체성은 오직 그 스스로다. 환경재단이 올해 세 번째로 펼치는 그린페스티벌 사진전의 주제는 ‘물’이다. 지난 2004년 ‘80일간의 세계일주, 그리고 서울의 기억’, 지난해 ‘나무’에 이어 이번 주제는 ‘물’이다. 이번 환경사진전의 주제도 ‘물’이고 3년째 거리전을 가져오면서 사진전 또한 ‘물’ 그 자체와 ‘성숙해지다’는 의미를 포함한 ‘물오르다’전으로 이름 붙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물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 그동안 대개 미학적 접근으로 물과 바다에 대한 작품이 주류를 이뤘으나 이번 사진전은 물의 역사·문화·미학·사회학적 측면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김수남 박종우 박하선 임소혁 이성은 조대연 최영진 허용무 홍순태 등 국내 중진작가 9명의 작품과 프랑스 사진교육의 대모로 알려진 마리 폴 네그르, 스티브 매커리를 비롯해 국외 작가 32명의 작품 94점이 전시되고 있다.

거리전이다. 단연 국내외 유명작가의 작품을 한 번에 ‘공짜로’ 볼 수 있는 기회다. 대작이 한두 점도 아니고 90점이 넘다보니 한 번에 감상하기 버거울 수 있다. 그냥 ‘그림 터널’을 지나가듯 주마간산으로 훑어보면 10여 분밖에 안 걸리겠지만 작품들은 발걸음을 놓아주지 않는다.

크리스 스틸 퍼킨스의 ‘장대비를 맞고 서 있는 아이들’ 앞에 서면 정말 아이들이 맞고 있는 해갈의 빗물을 맞고 싶어진다.
작가의 말마따나 ‘잎이 혀를 내밀어 빗물을 음미하듯, 나무가 뿌리를 뻗어 빗물을 거두듯 사람도 그렇게 자연 그대로 빗물을 맛볼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이 간절해진다.

스티브 매커리의 ‘석유 유출사고로 전체가 검게 변한 새’를 보면 인간의 실수로 고통 받는 자연의 아픔이 폐부를 찌른다.
작가는 말한다.
“자연은 실수하는 법이 없지만 인간은 실수를 저지른다. 그리고 인간의 실수는 때론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자신의 실수로 고통 받는 것이 그 자신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검게 오염된 바다 앞에서 검은 울음을 토해내는 새가 애처롭다.”

홍순태의 ‘빨래 있는 청계천’ 앞에서는 60년대 우리의 가난했던 삶을 더듬게 된다.

전시는 ‘물오르다’ ‘씻김&유영’ ‘영혼의 선물’ ‘물의 행성’ 등 네 파트의 섹션으로 나눠 전시되고 있으며 5월 14일까지 서울세종문화회관 앞 인도에 이어 5월 15일부터 6월 10일까지에는 서울 코엑스 동측 광장에서 전시된다. 그 이후에는 전국 5개 도시를 돌며 순회전을 계속 열 계획이다.

최연하 그린페스티벌 전시팀 큐레이터는 “이른 봄 물오른 갯버들이나 버드나무 아래 가만히 서 있으면 물오른다는 말이 실감이 나듯 세 회째를 맞는 이번 전시를 보면서 사람들이 ‘물오른’ 거리전을 맛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리 폴 네그르·김수남·박종우 등 90여 점 전시
물의 역사·문화·사회학적 측면 등 물의 ‘모든 것'

섹션1) 물오르다 Waterscape(33점)
‘물오르다’ 섹션은 국내에 최초로 소개되는 샐리 갈, 돈 홍아이, 에릭 프레딘, 프랭크 그리스데일, 데이비드 버드니의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물 풍경사진작품부터 세계에서 입자가 가장 곱기로 유명한 강화갯벌, 한강의 발원지 동강과 그 물이 맑고 푸르러 한 폭의 명주천을 깐 듯 아름다운 섬진강까지 황홀한 물빛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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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션2) 씻김&유영 Singing Water(20점)
이번 전시의 대표작가 중 한 명인 마리 폴 네그르가 20년 동안 꾸준히 작업해 온 물 치료 다큐멘터리 사진을 비롯해 마틴 파, 패트릭 자크만, 피터 말로우 등 매그넘 소속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돼 있다. 물과 사람과의 어울림, 물속에서의 유희, 유럽과 아시아의 온천, 목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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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션3) 영혼의 선물 Healing Water(12점)
카메라를 든 아시아의 셔먼, 카메라를 든 문화인류학자로 유명한 고 김수남 작가의 작품이 특별히 전시되는 ‘영혼의 선물’ 섹션에서는 세정의식, 정화의식, 오아시스, 성스러운 샘물, 풍어제 등 성스러운 물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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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션4) 물의 행성 Blue Planet(25점)
푸른 별 지구는 물의 행성이다. 물은 지구를 푸르게 만든다. 인간이 마을을 이루고, 문명이라는 이름의 역사를 만들어낸 것도 물을 따라 삶의 터전을 일궈왔기 때문이다. ‘물의 행성’ 섹션에서는 물을 떠나서는 살 수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와 문명의 이기로 상처 입은 물, 환경의 위기에 무방비하게 노출돼 있는 삶의 현장까지 보여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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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진교육 석학 마리 폴 네그르 인터뷰>
연출 없는 자연의 순간 ‘고집’

[#사진1]“아직 서울을 많이 돌아보지 않았지만 아주 생동감 있는 도시인 것 같습니다. 그린포터 페스티벌도 독특하고요. 환경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그린포터페스티벌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린페스티벌 환경사진전 ‘물오르다’ 개막에 앞서 지난 19일 내한한 사진작가 마리 폴 네그르는 전시회가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거리전으로 열리는 데 대해 찬사를 보냈다. 아무리 화랑의 문턱이 낮아졌다고 해도 일반인들이 화랑의 문을 열고 들어가기 쉬운 것은 아니라며 하지만 거리전은 그냥 가서 보면 되므로 얼마나 좋으냐는 얘기다.

프랑스 사진교육의 대모로 알려진 그는 현장감 있는 사진, 연출이 전혀 없는 자연 그대로의 순간을 찍어온 작가다.

그의 작품 속에 나오는 인물을 보고 작가의 의도대로 미리 연출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 오산이다. 그는 생각이 먼저가 아니다. ‘보는 것’이 먼저다. 눈앞에서 펼쳐진 광경을 보며 영감을 얻는다. 그는 사진은 주변의 발견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순간의 포착이 오랜 관찰을 통해 얻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그는 사진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말한다. 그의 사진의 주제는 단연 사람. 이번 전시에서 그의 작품들을 보면 사람들의 물과의 다양한 만남들을 엿볼 수 있다.

20여 년 전 우연히 수영장에서 느낀 물속의 느낌은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물이 주는 편안함, 영혼의 정화의 근원이 궁금해졌다고 말한다.

한없이 투명해지는 물의 질감, 어머니 양수 속에서의 첫 잠수, 물이 주는 감촉, 중력이 사라져 가벼워진 몸의 기쁨 등을 사진으로 풀어나갔다. 물속에서 일어나는 빛의 굴절·반사·산란 등을 이용해 신비스러운 물속 풍경들을 담았다.

신생아들의 유영, 우주비행사들의 수중훈련, 물 공포증 환자들의 치료 모습 등을 촬영하며 추상적으로 남아 있던 물과 몸의 관계를 현실적으로 풀어나간다.
사람이 만나는 물의 무게감, 물 안에서 사람의 몸의 움직임을 표현한 사진들이 많다. 물 공포증 환자들이 치유해가는 모습을 담은 ‘물 공포증 환자’가 대표적이다. 물 사진은 죽을 때까지 계속될 거라고 말한다. 물은 그만큼 사람과 가까운 존재니까 무궁무진한 사진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인다.

그는 물 사진 외에도 사회적 문제나 현상을 기록하고 표현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라이카재단의 멤버이며 사진에이전시 메티스(METIS)의 공동 창립자이기도 하다. 1995년 프랑스 사진계 최고상인 ‘니엡스 상’을 수상했고 1999년에는 10년 동안 프랑스 내 소외된 계층의 일상을 찍은 ‘현대사진의 시간 혹은 일상의 빈곤에 대한 단상’으로 페르피냥 국제보도사진 페스티벌에 초대돼 전시를 갖기도 했다. ‘리베라시옹’ ‘지오’ ‘마리클레르’ ‘엘르’ ‘코스모폴리탄’ 등 전 세계 유수의 매체들에 다큐멘터리 사진을 기고하고 있으며, 프랑스 전력공사, 소시에테 제네랄은행, 부이그텔레콤, 크레디 아그리콜 은행 등의 공기업이나 일반기업의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아를르 국립사진학교를 거쳐 현재 이카르 포토 사진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금실  silk1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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