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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바지 교복'이 주는 일침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여름교복을 시원한 반바지로 채택해 화제가 됐다. 상의도 면으로 된 흰색, 이른바 폴로형 티셔츠로 하고 반바지는 너무 짧지 않은 무릎 길이의 감색이다. 한 쪽 소매에 학교 상징이 새겨지고 공동구매로 1만8000원에 살 수 있으며, 바지는 긴바지를 포함해 학생이 자유롭게 골라 입을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신문에서 이 학교의 반바지 교복을 입은 학생 모델 사진이 소개됐다. 더운 여름에 이 교복을 입겠거니 생각하면서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했다. 예전의 하복은 정장이라는 정숙함이 있었지만 땀 흡수도 잘 안되고 가격도 15만원 정도로 비쌌다. 예전 교복에 견줘 새 교복은 값도 싸고 면 소재라서 다림질도 필요 없다.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얼마나 필요한 일인가. 춘추복과 동복은 기존의 교복대로 하면서 하복의 경우만 폴로형 티셔츠에 반바지로 정한 것이다. 전교조·교원총연합회 등 교원단체의 반발로 교원평가제가 시범실시 단계에서 머뭇대고 있지만 이 학교는 1997년부터 10년째 전교생을 대상으로 교사의 수업태도와 강의의 질을 평가하는 ‘수업 만족도 조사’를 연 2회 실시하고 있는 학교로 교복도 타 학교의 모델이 됐다.

교복이라는 게 학생들에게 소속감을 줘 아이덴티티 확립에 도움을 주고 매사에 올바른 처신을 하게 해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더운 여름만큼은 깨끗한 이미지를 잃지 않는 가운데 시원하고 활동성 있는 디자인으로 변화를 주는 것은 성장기 학생들에게 벌써부터 있어야 할 사항이 아니었나 싶고, 늦은 감마저 없지 않다. 마음껏 활개를 쳐야 할 학생들에게 매일 정장 교복을 강요하는 것은 재고해볼 일이다. 교복 자율화가 사춘기 중·고교생에게 공부에 지장을 줄 수 있는 힘든 사항이라면 교복만은 입기 편하고 활동하기 수월한 것으로 해야 한다.

사실 학생들이 교복을 입은 차림을 보면 어딘가 조화롭지 못함을 느낀다. 남학생이든 여학생이든 정장 차림의 교복에 운동화, 그리고 멜빵가방. 어차피 학생들은 운동화가 편하고 책을 많이 가지고 다녀야 하므로 큰 가방을 메고 대체로 운동화를 신고 다녀야 한다면 티셔츠나 면바지가 맞는 차림이다. 현재 학생들의 모습은 어딘가 부조화스럽다. 어른들이 양복에 운동화를 신은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렇다고 교복으로 티셔츠 면바지를 하고 또 따로 정장을 하는 등 이것도 교복으로 정하고 저것도 교복으로 정하면 이래저래 학부모의 부담이 되다보니 정장차림 하나로 정하는 듯하다. 하지만 어른들도 매일 정장 입기가 편치 않은 점을 깊이 감안해 학생들의 교복에도 새로운 대안들이 나왔으면 한다.

차제에 여름교복으로는 이 학교처럼 티셔츠에 반바지로 하는 학교가 많이 나오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학부모들의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시도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학생들은 외모를 신경 쓰면 안 되고 어른들은 외모를 신경 써도 된다는 것도 맞지 않는다. 반바지를 입었다고 해서, 머리를 기른다고 해서 비행청소년이 다 될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서는 안 된다.

최근 한 중학교에서 점심시간에 학생들이 두발 규제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고, 이에 학교는 시위 학생들을 징계했다. 인터넷에서는 두발자유화 서명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청소년 인권활동가 네트워크는 다음달 ‘머리모양 자율화’를 요구하는 집회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교육부는 학교 자율에 맡긴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한 발 물러나 있는 상황이다.

교복뿐 아니라 머리모양 문제 등은 어른의 시각에서가 아니라 학생들 편에서 해결점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어른들이 보기 좋은 교복이 아니라 학생들이 즐겨 입을 수 있는 교복으로, 어느 정도 한계는 있지만 어른들이 보기 좋은 머리 모양이 아니라 학생들이 좋아하는 머리 모양이 돼야 한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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