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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약들의 반란
버려진 약들이 서서히 환경오염으로 앙갚음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난데없이 하천에서 항생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나, 더 나아가 피임약 성분까지 검출되지 않나…. 사람·동물 할 것 없이 누가 먹었든 간에 약으로 인한 피해가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 정신병동 인근 하천에서는 환자들이 몰래 버린 약으로 인해 항우울제 성분이 다량 검출된 적도 있었던 만큼 보다 상세한 조사가 이뤄진다면 더 놀라운 결과가 나타날 법하다. 물론 이는 오늘날에서야 연구가 진행됐기에 나온 결과이지 ‘예전에는 없었던 일’로 단정짓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문제가 부각되면서 불용재고약의 처리에 대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으며 여전히 병원과 약국간의 첨예한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병원 측에서는 약국에서 제대로 의약품을 관리한다면 현재와 같이 재고 약이 쌓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약국에서는 대체가 전혀 불가능하도록 의사 임의의 처방, 즉 ‘명령 처방전’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의약분업 전만 해도 이렇게 재고가 쌓이지 않았다는 등 서로의 입장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항생제 처방률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하천에서 다량의 항생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점에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의료계와 의약계에서는 약을 다루고 처방하는 입장에 있는 만큼 보다 반성해야 할 문제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이 아무리 약 먹는 것을 좋아한다지만 단순히 국민성으로 바라보기보다 과다한 약 처방, 약에 대해 맹신을 하도록 만든 의료계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현직 의사나 약사들조차 ‘약-환경’에 대한 개념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 이들에 대한 기본적인 환경교육도 추가돼야 할 부분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의약품=화학물질+α’로 여기고 처방된 약이 그 사람 외에 노출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단가가 비싼 관계로 의약품을 과다 생산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재고가 쌓이지 않도록, 또한 재고 약들조차 다른 곳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또한 현재 유럽이나 미국을 중심으로 약을 시판하기 이전에 그 약이 인체에 미치는 안전성을 검증하는 것은 물론 환경에도 아무런 피해를 끼치지 않는지 반드시 조사를 한 후에야 비로소 약을 시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제약회사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약으로 인한 수(水)환경 변화를 관찰하고 있는데, 단순히 약 성분만을 조사하는 게 아니라 가정에서 쓰이는 샴푸 등 각종 생활용품에 대한 성분이 어느 정도 노출되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고 있다.

약이 인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의사나 약사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한 현직의사가 “약을 처방하고 남으면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면 그만이지”라는 말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는 모습을 보고 이러한 생각이 단순히 의료인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모두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병을 고쳐주는 약이 자연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등 환경에는 독이 되고 병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아플 때는 그에 맞는 약을 복용하고 그런 만큼 기대효과도 분명하다. 하지만 알맞은 기대효과를 지닌 다양한 약들이 환경에 한데 모였을 때는 더 큰 약효를 발휘하는 게 아니라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지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깨달았으면 한다.
더 나아가 약에 대한 과복용도 줄이고 가정에서 쌓이는 재고 약 역시 약국으로 되가져가 회수할 수 있도록 교육과 함께 제도적 시스템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편집부  kjo@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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