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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환경, 여성의 눈으로
난자 기증 후유증 이미 ‘수면 위로’
환경문제, 여성 중심의 시각 절대 필요 [#사진1]



‘저는 4년제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저의 아버지는 박사학위를 소지했습니다. 제 혈액형은 AB형이고….’
지난해 ‘우먼타임스’가 인터넷에서 은밀하게 거래되는 대리모에 대해 취재할 때 한 카페에 대리모를 자원한 여성이 올려놓은 글이다. 아버지가 박사학위를 소지했다는 이유까지 밝힌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한 수단. 그녀가 어떤 사정이 있어 대리모로 나서야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생명을 잉태하고 낳는 일이 흥정의 대상이 됐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전국이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연구로 격앙돼 있을 때 인터넷에서는 버젓이 난자 매매가 이뤄지고 있었다. 세간에서는 한국여성의 난자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 일본에서 인기가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게 돌아다녔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분노가 느껴졌다.
황 교수의 연구를 위해 난자를 기증하겠다고 자처하는 여성들이 줄지어 나타났을 때는 무엇엔가 짓눌리는 듯한 마음에 한숨이 나왔다. 존중받아야 할 여성의 몸이 이처럼 하나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지만 제도적인 안전장치나 여성의 건강에 대한 연구는 늘 뒷북을 치고 있다.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생명이나 인간의 존엄성을 간과할 수 없음에도 이런 일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것은 균형을 잃은 시각 때문이다. 환경이나 생명과학을 바라볼 때는 한쪽의 시선이 아니라 여성과 남성 모두를 아우르는 ‘젠더’의 시각이 필요하다. 특히 신체적으로는 약하지만 생명을 잉태하고 낳아 기르는 여성의 눈으로 바라봐야 안전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여성 운전자가 많이 늘어났지만 운전대를 잡은 여성들은 늘 자기 몸에 맞춰 운전석을 조종한다. 지하철이나 버스의 손잡이도 여성보다는 남성들이 사용하기에 편한 위치에 있다. 그래서일까. 간혹 손잡이를 잡은 남성의 팔을 잡고 있는 여성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 역시 대한민국의 표준을 정하는 기준이 남자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여성이 소비 결정권의 80%를 차지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이미 정해진 표준은 좀처럼 조정이 되지 않는다.
남자가 표준이 되는 남성중심사회에서 이 같은 일은 허다하지만 이미 참는 데 이골이 난 여성들은 무덤덤하다.
하지만 이처럼 무의식중에 일어나는 남성중심 시각이 환경이나 생명문제에 그대로 투영될 때는 엄청난 파문을 가져올 수 있다.

남성중심의 시각은 여성들의 몸을 종종 도구로 만들어 버린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황 교수의 줄기세포 사건은 생명체라고도 할 수 있는 난자를 기증이니 매매니 하는 이름으로 도구로 만들어 버렸다.
대한민국이 가진 최고의 과학기술을 위해 또는 난치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 여성들이 난자를 내놓은 것은 아름다운 희생으로 포장되기도 했다. 난자 기증을 하고 후유증을 겪은 사람들의 고통은 이미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하지만 출산의 고통이나 생리통처럼 여성들만 겪는 어려움을 알 수 없는 남성 과학자들이나 남성중심으로 세상을 보는 사회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반영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런 고통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을지도 모른다.
환경문제를 바라볼 때는 여성중심의 시각이 절대 필요하다. 자연은 끊임없이 생명을 낳아 기르면서 세상을 살려낸다. 여성 역시 마찬가지다. 생명을 잉태하고 낳아 기르면서 한 생명을 살려나가는 중심에 있다. 환경오염은 새 생명이 먹어야 할 모유까지 오염시키며 인간에게 경고등을 켜고 있다. 모유가 오염될 정도이면 우유나 분유 역시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의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자연의 위대한 힘을 능가하지 못한다. 큰 태풍이 지나가면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물길은 원래 있던 물길을 찾아가 버린다. 자연과 여성은 생명을 잉태하고 살려낸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갖는다. 여성의 눈으로 환경을 보는 것, 그것은 자연을 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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