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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알권리, 왜 망각하나
최근 납 김치 파동, 수산물의 말라카이드 그린 사용 등으로 연일 시끄러운 가운데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제대로 된 식품표시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식품표시는 식품을 제조하고 가공업에 대한 허가권이 지자체로 이관, 식품 관리체계가 사후관리체계로 변화됨에 따라 안전성 보장장치가 사라지면서 점차 그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날로 증가하는 수입식품, 식품과학의 발달로 늘어만 가는 새로운 첨가물과 포장재 등 많은 사람들이 '내가 구입한게 무엇인지', '내가 먹고 있는게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른채 식품을 구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느껴봤겠지만 바나나 우유에는 결코 바나나가 없다. 바나나 맛이 있고, 바나나 향이 있고 설탕이 있을 뿐이다. 원료가 상품이름이 된 상황에서 정작 원료의 함유량이 0.01%인 것도 있다. 물론 아예 없는 식품은 더더욱 많다.
이렇게 어줍잖게 나마 표기가 돼 있으면 그나마 낫다. 시중에 유통되는 많은 식품들은 표기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을 뿐더러 정작 몸에 해로운 첨가물들도 표기할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아예 표기조차 안 되고 있다. 또한 정작 표기가 됐어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렵게 표기된 게 사실이다.
과자만 봐도 뒷면에 영양성분이나 칼로리가 표기되어 있는데 과자 하나 분량이 아닌 '100g당' 또는 그 이상으로 표기가 되어 있어 과자가 260g이면 소비자가 알아서 환산라는 말인지 의문이다. 각종 국적을 알 수 없는 외국어로 된 첨가물들도 여간 눈앳가시가 아닐 수 없다. 어른들조차 헷갈리는데 하물며 각종 식품에 노출된 아이들에게는 어떻겠는가.
결국 제품명, 첨가물, 원재료명 모두 일관성 있게 표기하고 외국어로 된 단어들은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읽기 쉽게 풀어서 표시하는 배려가 절실하다. 또한 일반 소비자가 알 수 없는 첨가물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경고문구 역시 삽입될 필요가 있다.

식약청 통계에 따르면 2003년 현재 식품산업의 총 생산액은 축산물 가공품을 제외하고 20조원을 넘어섰다. 같은 해 우리나라 예산이 약 130조원이었으니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며 더군다나 가구당 식료품비는 약 53만원으로 넉넉하게 2천만 가구로 집계해도 식료품비의 총계가 11조원이 채 되지 않는다. 식품산업에 쌀 등의 주식은 포함되지 않으니 이를 1조원 가량으로 계산해도 10조원이 남는다.
이 말인 즉슨 우리나라 국민이 아무리 많이 소비한다해도 식품산업은 분명한 '과잉'생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이론적으로도 시장경제가 그대로 적용된다. 생산이 과잉되면 기업간 경쟁은 심해질 것이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원가를 낮추거나 홍보를 확실하게 하는 것이 대표적인데 원가를 낮추려면 질 좋은 원료를 쓰기 만무하다. 홍보 역시 만만찮은 광고비를 지출해야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 기업이 살아남기 위한 경쟁도 식품산업에 있어서는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
이러한 식품안전과 관련해 식약청을 원망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식품표시와 관련해서도 현재 식약청에서는 국제기준만 따라가면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 국제기준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정작 국내 실정파악은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과제는 국제기준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알아볼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들의 식습관이 어떤지, 우리나라에서 어떤 식품이 얼마나 많이 소비되는지 어떤 식품사고가 발생되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 등 우리나라만의 독자적인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국제기준을 외면하라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국제적 흐름에 맞추되 국내 실정을 보다 감안하자는 것이다. 이 말은 즉 국내 기준에 해당이 안 되거나 영향이 없다면 국제기준이더라도 국내에서 일부 항목이 제외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국민의 알권리가 보다 중요시되는 사회에서 정작 건강과 직결된 식품산업이 의외로 간과되고 있다. 의식주 생활은 인간 생존의 기본권이다. 더이상 식품으로 모험을 즐기려는 일은 없어야겠다. 그래야만 더 이상의 식품사고도 발생되지 않을 것이다.

편집부  bebek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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