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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준의 열두달환경달력⑪]
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가게에 갈까
11월26일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지름신’ 벗어나는 방법
핀란드에는 다양한 형태의 중고 가게가 있다. ‘핀란드 경제 대공황’ 때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한 중고 가게는 겸손과 검소라는 그들의 국민성과 만나 ‘중고 문화’를 탄생시켰다.
신경준 숭문중학교 환경교사

[환경일보] 우리는 몇 개의 물건을 가지고 있어야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물건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게 더 행복할까? 유목 생활을 하는 몽골 가족이 가지고 있는 물건 수는 300개라고 한다. 반면 1970년 일본 가족이 가지고 있던 물건 수는 6000개, 2011년에는 1만개의 물건으로 늘었다고 한다. 적은 물건으로 살아가는 몽골 가족은 과연 일본 가족보다 더 불행할까?

책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에서 사사키 후미오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물건을 소유하는 대신 줄이기로 했다. 그는 잠을 자던 이불을 책 읽을 때 소파로 사용한다. 작고 낡은 수납함은 식탁도 되고, 높은 곳의 물건을 꺼낼 땐 사다리 역할도 한다.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미니멀리스트(minimalist)라 부른다. 미니멀리스트는 불필요한 일과 물건을 줄여 자신이 현재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그들은 물건을 적게 소유하면서 생활이 단순해지고, 마음과 생각이 정리되면서 삶은 더 풍요로워졌다고 말한다.

우리는 여행지에서 최소한의 물건으로 부족함 없이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와 새로운 여행을 꿈꾼다. 여행지에서 행복했던 그 시간은 바로 가장 물건이 없던 시간이었고, 그때 우린 누구나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간 것이다.

11월26일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Buy Nothing Day)은 제품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과 자원고갈 등 물질문명 폐단을 고발하고, 유행과 쇼핑에 중독된 현대인 생활습관과 소비행태 반성을 촉구하는 캠페인이다. 1992년 캐나다 광고업계에 종사하던 예술가 테드 데이브(Ted Dave)로부터 시작됐으며, 한국에서는 1999년부터 녹색연합이 주축이 돼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도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 저녁이 있는 삶과 같은 용어가 생겨났고, JTBC ‘효리네 민박’, MBN ‘여행생활자 집시맨’, tvN ‘바퀴 달린 집’과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일상에선 멋진 집과 최신 가전제품, 다양한 가구, 풍부한 음식, 유행하는 옷 등 수많은 광고가 언제나 우리를 유혹한다. 그 중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는 11월 넷째 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날로, 미국에서 연중 가장 큰 할인으로 대규모 쇼핑이 이뤄지는 날이다. 소매업체 경우 1년 매출 70%가 이날 이뤄진다고 한다. 한국의 일부 소비자들도 이날 해외직구에 열을 올린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 한 해의 재고품을 처리하는 영국의 ‘박싱 데이’(Boxing Day)도 비슷하다.

이렇게 배송되는 물건들의 과대포장은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택배와 배달 음식 등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포장 폐기물이 15% 급증했다고 한다. 다행히 감사했던 하루는 택배 노동자들이 올해 8월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정한 일이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제로 웨이스트 매장 ‘알맹상점’ <사진=신경준 교사>

나는 얼마 전 서울 마포구 합정동 알맹상점에 간 적이 있다. 여기서 판매하는 모든 물건은 포장되지 않은 상태로 진열돼 있었다. 그래서 알맹상점에 갈 땐 장바구니와 빈 용기를 챙겨가야 한다. 손님들은 각자 챙겨 온 용기에 필요한 만큼 물건을 담고 무게 단위(g)로 계산한다. 이렇게 쇼핑을 마친 뒤 집에 돌아오면 포장용 비닐과 플라스틱 쓰레기가 생기지 않아서 좋다.

알맹상점은 2018년부터 <알맹@망원시장> 캠페인을 벌이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 장바구니를 이용해 일회용 비닐봉지나 플라스틱 포장재 없이 알맹이만 담자는 취지다. 망원시장 상점 15곳에서는 일회용 포장을 사용하지 않는 손님에게 지역 화폐를 나눠줬다.

알맹상점에서 판매하는 모든 물건은 포장되지 않은 상태로 진열돼 있으며, 손님들은 각자 챙겨 온 용기에 필요한 만큼 물건을 담고 무게 단위(g)로 계산한다. <사진=신경준 교사>

<알맹@망원시장> 캠페인에 공감한 우리 학교 강신혁(중3) 친구의 일화를 소개한다. “중학교에 올라와 여러 환경 문제들을 배웠다. 비닐봉지가 썩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정말 길다는 것, 바다 한가운데 쓰레기 섬이 있다는 것 등 지구에 빨간불이 켜져 있었다. 나의 생활도 조금씩 달라졌다. 어제도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구매했는데, 비닐봉지에 담는 대신 내 가방에 넣어 집으로 가져왔다.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다. 우리가 무심코 쓰는 비닐봉지가 모여 지구를 아프게 한다. 지구에 정말 미안하다.”

최근에 읽은 ‘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가게에 갈까’라는 책에서 박현선 저자는 새로 산 가방이 에코백이 아니라 오래 쓴 가방이 에코백이라고 말한다. 우리 학교 김민하(중3) 친구는 “핀란드 사람들은 상품에 재사용 마크를 당당하게 붙여 중고 물품을 구매하는 걸 꺼리지 않고,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소비자는 필요한 물건을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 좋고, 판매자는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판매할 수 있어서 좋다. 또 환경에 도움이 되어 좋다. 물건을 재활용한다는 것은 1석 3조인 셈이다. 그리고 잘 만들어진 중고물건에 가치를 부여해줄 수 있는 새 주인을 찾아주자. 옷장 안에만 쌓아두지 말고, 사랑과 관심으로 그 물건을 잘 쓸 수 있는 누군가에게 넘겨 주자”라고 제안했다.

서울 성동구에 있는 서울새활용플라자는 재료 기증·수거부터 가공, 제품 생산과 판매까지 이뤄지는 이른바 ‘새활용’ 산업의 전 과정이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세계 최초 복합공간이다. <사진제공=서울디자인재단>

요즘은 재활용을 넘어 ‘새활용’이라는 업사이클링(up-cycling) 용어가 등장했다. 업그레이드(upgrade)와 재활용인 리사이클(recycle) 단어가 합쳐진 말로, 재사용을 넘어 새 기능으로 물건의 수명을 높이자는 것이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에코백은 군용 낙하산이 쓰임을 다한 후 사회적기업 터치포굿에서 에코백으로 새활용한 제품이다. 낙하산 소재 덕분인지 물건을 담아도 가벼운 것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새활용이 궁금하다면 서울 새활용 플라자에 가보는 것도 좋다. 새활용 디자이너와 기업 30여 곳이 모여 버려지는 폐자원을 이용해 아이디어 제품을 만들고 있다. 게다가 새활용 플라자에서는 누구나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직접 참여해 볼 수 있다. 나는 여기서 소크라테스의 말이 생각났다. “행복의 비결은 더 많은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더 적은 것으로 즐길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있다.”

11월26일,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에 지름신(충동구매)의 유혹에서 벗어날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한다.

충동구매 유혹에서 벗어나는 방법 <자료=환경일보>

1. 충동구매를 하지 않기. 정말 나에게 필요한 물건인가 먼저 생각한다.

2. 광고에 속지 않기. 갑자기 무언가 구매를 결정했다면 그렇게 결정한 원인에 대해 생각해보자. 혹시 광고를 보고 즉석에서 구매하는 건 아닌지 꼼꼼히 따져 본다.

3. 사은품에 현혹돼 물건을 사지 않는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4. 홈(인터넷) 쇼핑 중독에서 벗어나기. 자신이 홈 쇼핑 중독 증세가 있다고 생각되면, 우선 TV와 컴퓨터를 끄고 운동이나 취미 생활을 시작한다.

5. 쇼핑 습관 고치기. 쇼핑 습관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면, 카드보다 현금으로 물건을 산다.

6. 지구 환경을 생각해서 물건 사기. 물건을 살 때 과대 포장하지 않고, 지역에서 생산돼 내재에너지가 작은 물건을 산다.

7. 물건 재활용해서 쓰기. 물건을 사려고 할 때 지금 가진 물건을 재활용하거나 수선하면 되는지 꼼꼼히 따져 보고,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사지 않는다.

앞으로 물건 소비와 사용 시간을 줄여 남은 시간을 다른 여가를 추구하거나 자원봉사를 통해 다른 이들을 돕는 데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11월 블랙 프라이데이, 지름신에 당하기보다 필요 없는 물건을 중고상점에 판매하는 상점 주인이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물건을 사기전에 자신에게 다시 한번 물어본다. “이 물건이 나에게 꼭 필요한 걸까?”

<글 / 신경준 숭문중학교 환경교사 · 태양의학교 대변인 · 한국환경교사모임 대변인>

이채빈 기자  green900@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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