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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차 업계의 충고 “아이템 말고 이젠 에너지로”전기·수소연료차 보급과 충전망 구축 점입가경, 더해진 ‘무거운 짐’ 탄소중립
2020 국제기후금융·산업컨퍼러스서 본 미래 기술과 정책 메시지 “생각을 바꿔라”
친환경차 보급에 탄소중립이라는 과제가 던져졌다. <사진=최용구 기자>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탄소중립에 뛰어는 한국도 앞으로는 친환경차 보급이 단지 아이템으로서의 양적 확대를 벗어나, 에너지 체계 전반과 연계 지을 수 있도록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다.

전기차와 수소연료전기차의 공급은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공급 의지와 제작사의 경쟁적인 차종 출시에 따른 결과다. 그만큼 소비자의 관심도 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해 일반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향후 어떤 연료 차종을 선택할거냐’는 질문에 10명 중 3명이 전기차나 수소연료전기차를 답했다. 특히 수소연료전기차의 경우 지난 2017년 전체의 0.4%에서 2019년에는 4.5%까지 상승했다.

반면 친환경차 시장의 장애요인으로는 높은 가격과 짧은 주행거리, 부족한 충전인프라, 긴 충전시간 등을 꼽았다. 여전히 소비자들은 충전소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충전소 아직도 부족한가

그렇다면 정말 부족할까. 환경부 ‘저공해차 통합정보 누리집’에 따르면 전국의 전기차 충전소 개수는 총 1만8080개(2020년 4월 기준)다. 전기차 5대당 1개꼴이다.

이종수 서울대학교 공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상황에서는 충전기가 모자란 느낌이 있어서는 안 된다”라면서 “실제 주행과 충전 패턴을 고려치 않는 보급이 낳은 결과”라고 꼬집었다. 보급을 효율적으로 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제조사에서도 이는 마뜩치 않는 상황이다. 박성규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실장은 “전기차나 수소전기차는 모두 충전인프라가 중요하다. 양보다는 질적인 보급이 핵심이다”고 말했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가 미래의 대안임에는 틀림없다. 연비와 배출가스 규제가 갈수록 강화될 거란 점을 감안하면 하이브리드로는 조건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친환경과 자율주행으로 좁혀지는 미래차 패러다임 전환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치열한 경쟁도 이 때문이다. 다만 충전인프라라는 뒷받침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지난 10월28일, 정부의 2050 탄소중립 공식화로 여기에 ‘더 큰 과제’가 더해졌다. 친환경 모빌리티가 ‘진짜 친환경’이 돼야 한다는 거다. 정부 발표 다음달 열린 ‘2020 국제기후금융·산업컨퍼러스-미래모빌리티 세션’의 화두도 이에 맞춰졌다.

아직 석탄과 LNG 발전 비중이 큰 국내에서의 전기차 주행은 온전히 친환경이라 할 수 없다. 충전할 전력을 생산하려면 화석연료를 떼야 하는 딜레마 때문이다.

수소연료전기차 또한 석유화학에서 나오는 ‘부생수소’에서 탈피해 ‘그린수소’로 전환돼야 한다. 하지만 이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종수 교수는 “탄소중립 선언에 따라 전기차나 수소차가 말 그대로 친환경차라는 이름을 가지려면 전력 생산에서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이 중요하다”라면서 “기본적인 전력인프라를 손질하는 대전환이 필요하다. 상당한 비용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박지영 한국교통연구원 기후변화·지속가능 교통연구팀 연구위원도 “미국 캘리포니아는 수소충전소에 재생에너지 의무 비율을 정해서 지키도록 하고 있다”라며 “앞으로 수소충전소가 보급되면서 기후변화 대응의 적절성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필히 고려돼야 한다”고 의견을 보탰다.

진짜 친환경차 되려면

이처럼 친환경차 업계도 탄소중립이라는 책임이 부과되면서, 보조금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사회적비용을 고려한 적정 가격 수준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보급 확대에 따라 내연기관차 만큼이나 앞으로의 주요 교통수단으로서 제도적 틀을 세우는 것과도 연결된다.

미국의회조사국(CRS)은 지난 6월 전기자동차와 내연기관차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각각 비교했다.

그 결과, ‘전기차는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금속 채굴과 정제, 전기 생산 과정에서 건강에 해로운 물질이 배출된다는 악영향이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10월29일 열린 '2020 국제기후금융 산업컨퍼런스'에 참석한 주요 연사들. (이종수 서울대학교 교수, 박성규 현대자동차그룹 실장, 오준환 SK 사회적가치연구원 실장, 김주혁 프라운호퍼 한국대표사무소 부대표) (사진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사진출처=인천광역시>

이 교수는 이러한 관점에서 ‘연료세제’ 등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내연차에 붙는 교통에너지환경세처럼 전기차나 수소연료전기차에도 주행세나 교통세의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럽의 경우 교통세 부과를 위한 제도가 이미 만들어져 있는 상태다. 그러나 차량 보급 촉진을 위해 아직 부과를 유예시키고 있다.

국내 역시 당장은 적용이 어려워도 미리 제도적 근거는 만들어 둬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교수는 “먼저 만들어 놓는 게 중요한 이유는 차량 보급이 급물살을 타게 되면, 나중에는 여러 저항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국가 전체 47.3%(Fraunhofer ISE, 지난해 상반기 기준)에 달하는 ‘친환경 강국’ 독일은 어떨까.

독일도 마찬가지로 전기차 보급이 최근 몇 년 급증했다. 충전소도 2만여개로 한국과 비슷하다.

같은 듯 다른 한국과 독일

현지 비영리 정부 출현 연구소 Fraunhofer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독일의 신규 전기차 등록은 6만3000여대다. 3년 전인 2016년 1만여대 수준에 비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올해 만해도 1~7월 6만1000여대가 새로 등록됐다.

다만, 차량과 충전소 보급에 치우친 국내와는 결이 다르다.

김주혁 Fraunhofer 한국대표사무소 부대표는 “친환경차를 에너지시스템 전체와 접목해 보는 거시적 개념이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이라면서 이렇게 말을 이었다.

“친환경차가 많아질수록 건물과 난방 등 전체 전력 계통에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는지도 같이 고민하고 있다. V2G(Vehicle to Grid)가 대표적이다.”

V2G는 전기차 배터리에서 여유 전력을 빼내, 주행하지 않을 때 역으로 필요한 곳에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자동차를 하나의 ESS(에너지저장장치)화 시키는 거다.

태양광과 풍력 이용의 가장 큰 단점인 ‘간헐성’을 고려하면, 전기 공급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앞으로의 주요 대안이라는 평가다.

시장도 움직이고 있다. 이탈리아 자동차 제조사인 피아트(FIAT)는 앞서 프랑스 에너지회사 엔지(ENGIE)와 손을 잡고 이미 설비 운영에 들어가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개발에 나서 우선 자동차 전원으로 전기 기기 1~2개를 구동하는 V2L(Vehicle to Load) 기술을 적용해보는 단계다. 이 또한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설비와 전기차 공급을 늘려야 하는 국내에는 남겨진 과제인 것이다.

정부의 복합적 접근, 탄소중립의 실마리

물론 신재생에너지 비중 47.3%(독일)와 13%(한국, 2019 전력통계정보시스템)라는 현격한 차이로, 늘어나는 친환경차를 전체 전력 계통에 접목할 수 있는 여건에 대한 당장의 비교가 무리일 수 있다.

그렇지만, 눈여겨 볼 점은 정부와 업계의 태도라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전통 내연차 산업의 중심에 있었던 독일이 친환경차로의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김주혁 부대표는 “전통 내연차 강국 독일의 친환경차 보급 가속은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라면서 “이러한 배경에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산업계의 부흥이 함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독일은 NATIONALE PLATTFORM ELEKTROMOBILITAT 이라는 국가 차원의 기구를 설립, 전기차 뿐 아니라 수소연료전기차 등 미래 여러 모빌리티에 대응 중이다. 독일 정부에 자문을 해주는 역할로 친환경차 보급 추진의 실질적 중심에 있다.

어쨌거나 지난 7월 한국판 그린뉴딜의 발표로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은 무르익을 전망이다. 그린 모빌리티 확대를 주 공략책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탄소중립이라는 국제사회에 한 약속도 더해졌다.

오준환 SK 사회적가치연구원 V-lab 실장은 지금에 대해 “정부는 단선적인 고민보단 좀 더 복합적인 고민을 해야한다. 사실 탄소중립 사회에서는 연비 좋은 차보다 불필요한 교통수요를 없애는 게 우선돼야 한다”라면서 “전기차라는 아이템적 보급 차원을 넘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독려할 수 있도록 하는 사고의 전환이 과제로 남았다”고 조언했다.

피아트의 V2G 체계 <사진출처=FCA>

최용구 기자  cyg34@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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