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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준의 열두달환경달력⑩]
기후위기에 적응하는 슬기로운 음식 생활
10월16일 식량의 날···음식이 나에게 오기까지
윌리엄 캄쾀바는 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풍차를 완성하고, 마을 사람들을 기근으로부터 구해낸다. <사진출처=넷플릭스>
신경준 숭문중학교 환경교사

[환경일보] 아프리카 내륙국 말라위공화국은 동아프리카의 오랜 가뭄으로 식량난에 시달리는 나라이다. 말라위 윔베마을에 사는 14살의 한 소년은 학비 80달러가 없어 학교를 그만뒀다. 그는 옥수수 농사를 지으며, 마을에 전기를 공급하겠다는 거창한 계획을 세운다. 쓰레기장에서 구한 고철과 자전거로 풍차를 만들어 물과 전기를 얻는 데 성공한다. 그의 풍차 덕분에 마을에선 물 걱정 없이 옥수수 농사를 짓게 됐다. 그리고 그의 친구들은 밝은 조명 속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됐다. 그 후 그는 미국 다트머스 대학에서 환경학을 전공한다.

지난해 넷플릭스 영화 ‘바람을 길들인 풍차 소년’(The Boy Who Harnessed the Wind)의 실제 주인공 윌리엄 캄쾀바(William Kamkwamba)의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책과 영화 그리고 테드(TED·미국의 비영리 재단에서 운영하는 강연회)에서도 소개됐다.

케냐 키투이 현(Kitui County)에 출몰한 메뚜기떼 <사진출처=FAO>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2020년 세계 식량 안보와 영양 실태 보고서(SOFI·State of Food Security and Nutrition in the World)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에서 굶주린 인구는 전 세계 인구 78억명의 9%에 가까운 6억9000만명에 이른다. 현재 남수단, 에티오피아, 케냐, 소말리아와 같은 동아프리카는 사막화로 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 식량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다.

게다가 이 지역엔 코로나19의 대유행과 함께 수십억 마리의 메뚜기떼가 농작물들을 마구 먹어 치우고 있다. 따라서 식량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올해 최대 1억3200만명이 추가로 영양부족 상태에 빠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 중 영양실조가 가장 심각한 지역은 아프리카로 인구의 약 20%를 차지한다. 아시아는 8.3%, 남미와 지중해 지역은 7.4%에 이른다. 기후위기는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계속해서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유전자변형식품(GMO)이란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생산된 농산물로, 일반적으로 생산량 증대 또는 유통·가공 상의 편의를 위해 인위적으로 특성을 변형시킨 농산물을 말한다.

이 같은 현실에서 많은 이들이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 관심을 둔다. 일부는 유전자변형식품(GMO)이 식량부족과 기후위기를 겪고 있는 인류에게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GMO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특성을 변형시킨 농산물을 말한다. 나는 올해 초 숭문중학교 3학년 친구들과 ‘GMO, 우리는 날마다 논란을 먹는다’라는 주제로 온라인 활동 수업을 진행했다.

우리는 관련 책과 영상을 통해 GMO와 환경, 사회‧문화, 경제 사이의 관계를 살펴봤다. 여기서 우리는 GMO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 것들이 있다. GMO는 해충과 제초제에 대한 저항성을 갖도록 변형돼 생산량을 늘리는 게 목표였다. 그러나 제초제에 내성을 갖는 슈퍼 잡초와 저항성을 가진 해충이 출연하면서 GMO에 더 많은 변형이 이뤄졌다.

실제로 아르헨티나 북부 차코주에서는 몬산토 기업이 1990년대 후반부터 GMO 콩을 광범위하게 재배했다. 이 과정에서 농장에는 비행기로 제초제(글리포세이트)가 광범위하게 살포됐는데, 식수 오염과 토양 생태계 파괴의 문제를 일으켰다. 게다가 이 지역에서는 암 환자와 기형아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선 올해 하반기부터 GMO 연어도 유통될 예정이다. 이 연어는 대서양연어에 치누크연어 유전자와 오션파우트 어류 유전자를 이식해 성장 속도를 두 배나 높였다. 그러나 코스트코 마트는 GMO 연어에 대한 소비자의 반발을 우려해 판매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처럼 GMO의 대표적인 문제는 인체와 생태계 안전성에 대한 우려이다.

숭문중학교 GMO 수업

한국에선 쥐와 같은 실험동물에 GMO를 한 번 투여하고, 14일 이내에 나타나는 급성 독성을 관찰한다. 따라서 ‘적어도 인간의 평균 수명만큼의 과학적인 분석은 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학교 중3 친구들의 제안이다. 또 한국은 최종 완제품에서 GMO의 비율이 3% 이상 사용되었을 때 식품 라벨에 GMO 여부를 표시하고 있다. 반면 유럽은 0.9% 이상 제품에 표시한다. ‘이제는 GMO 표시제 확대도 필요하다’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세계에서 재배되고 있는 대표적인 GMO는 콩, 옥수수, 면, 유채(카놀라) 등이다. 참고로 식용 GMO는 한국이 수입량 세계 1위, 사료는 세계 2위 수입국이다. 숭문중학교의 GMO 수업에서 마지막 질문은 “만약 내가 집어 든 식품의 라벨에 GMO 표시가 있어도 그 식품을 사들일 의사가 있는가”였다. 숭문중학교 3학년 학생 135명의 응답은 “네 45%, 아니요 55%”로 나타났다. 그렇게 우리는 날마다 논란을 먹는다.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에서도 가장 급격하게 숲을 잃어가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목재용 벌채와 자원채굴도 한몫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야자유(palm oil)를 얻기 위한 경작지의 개간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진은 사라져가는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숲. <사진출처=incognita agency>

이후 수업에서는 GMO처럼 단일작물 생산 구조가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알아봤다. 현재 브라질의 아마존과 미국의 캘리포니아에서는 대형 산불이 계속되고 있다. 바나나 공화국으로 불리는 중남미의 여러 정부는 부패한 데다가 외국 자본에 휘둘려 국민이 난민 행렬에 오르고 있다.

또 전 세계에서 아보카도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멕시코와 칠레는 숲을 밀어 경작지를 늘리고 있다. 숲이 사라지니 강물이 말라 사람들은 물 부족에 시달린다. 아시아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선 라면을 튀기는 기름에 쓰이는 팜유 농장을 만들기 위해 숲이 사라지고 있다. 숲이 사라지니 이들 국가에서 사는 오랑우탄 개체 수는 계속 줄어만 간다.

이렇게 세계의 허파인 아마존과 보르네오 숲이 사라지고, 기후위기는 현실로 찾아왔다. 우리만 하더라도 이번 여름엔 긴 장마와 태풍의 피해를 겪었다.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에선 식량부족이 심각하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기아, 빈곤, 불평등, 무력분쟁과 중첩돼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육식 위주의 식단을 채식 위주로 바꾼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 중 국내에서 생산된 비중은 얼마나 될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2월 발표한 ‘2020 농업전망’에서 올해 식량자급률은 45.4%, 곡물자급률은 21.7%로 전망했다. 식량의 해외의존율이 높아진 이유는 농업 인구의 감소와 식생활의 변화이다. 우리는 농업 인구의 감소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또 해외 플랜테이션 농장이라는 자원을 빌려 우리의 식량을 생산·수입하고 있다. 게다가 축산물의 수입량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영국의 팀랭(Tim Lang)이 제시한 푸드 마일리지(Food Mileage)라는 용어가 있다. 푸드 마일리지는 우리가 먹는 음식의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식품 수송량에 이동 거리를 곱한 값이다. 이 용어의 개념은 이동 거리가 가까운 음식 재료를 선택함으로써 에너지 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 밥상 위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크릴새우나 아보카도 하나를 지구에 양보한다고 우리의 건강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잉글랜드 포레스트 그린 축구팀은 2015년부터 채식주의 팀으로 전환해 유엔(UN)으로부터 가장 친환경적인 팀으로 공인받았다. 채식 축구선수 엑토르 베예린(Héctor Bellerín Moruno)은 올해 포레스트 그린 팀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그는 또 아마존 열대우림에 6만 그루의 나무를 심기 위한 모금 활동도 펼쳤다.

롯데자이언츠는 채식을 시작한 노경은 야구선수를 위해 주 1~2회를 고기 대신 대체 육류로 제공하는 식단을 마련했다. 이 밖에도 최근 패스트푸드점에는 채식 버거도 등장했다. 이처럼 세계는 지금 채식을 추구한다. 외모 관리와 다이어트 열풍과 함께 이제 채식도 한국에 유행이 되길 바란다.

요즘 TV 프로그램엔 ‘먹방’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TV 속 요리사는 달고 맵고 짜고 튀기는 화려한 비법의 음식들로 시청자를 유혹한다.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는 개인의 자유라지만, 음식의 재료는 개인의 수준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굶주림과 영양실조, 빈곤으로 고통받는 인구가 약 8억명에 달한다. 9명 중 1명은 충분한 식사를 하고 있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식량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는 반면, 선진국은 대량의 식품을 사 모으고 대량의 음식물을 남기고 있다. 한국에서 한 해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의 가치만 하더라도 20조원에 이른다.

숭문중학교 학생회는 지속 가능한 학교를 위한 축제의 수익금으로 동아프리카 식수를 지원하는 기아대책 단체에 후원을 보냈다.

몇 년 전 숭문중학교 학생회는 지속 가능한 학교를 위한 축제의 수익금으로 동아프리카 식수를 지원하는 기아대책 단체에 후원을 보냈다. 그리고 최근 여러 해 동안 우리 학급 친구들은 소풍에서 자원과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펼치고, 육식하지 않으면서 용돈을 모았다. 이렇게 발생한 후원금을 동아프리카 식량을 지원하는 월드비전에 보냈다.

오늘도 TV에선 먹방 프로그램이 끝나고, 환경단체의 광고가 이어진다. 먹는 방송과 환경단체의 광고 사이에서 나는 내가 먹는 음식이 세계의 빈곤, 불평등 그리고 기후위기와 연결돼 있다는 걸 실감한다.

10월엔 식량과 관련된 날이 많다. 10월1일은 채식인의 날, 16일은 식량의 날, 17일은 세계 빈곤퇴치의 날이다. 음식이 나에게 오기까지 어떻게 생산‧유통‧소비‧순환‧폐기되는가를 알고, 푸드 마일리지 절감과 육식 소비를 줄인다면 기후위기에 적응할 수 있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의 고민 속에 우리는 버려지는 음식을 미리 줄여 아낀 용돈으로 환경단체에 정의롭게 후원하는 것은 어떨까. 반찬 투정 대신 지구 생태 시민으로서!

<글 / 신경준 숭문중학교 환경교사 · 태양의학교 대변인 · 한국환경교사모임 대변인>

이채빈 기자  green900@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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