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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질서권(거브넌스)
인터넷은 국가의 벽을 넘어선 새로운 영토이자 통로이며 사람을 이어주는 존재다. 인터넷은 UN의 등장에 이은 WTO 등 세계기구의 속출, EU라는 초국가적 존재에 이어지는 혁명적 변화와 더불어 인류 변혁의 주역이다.

무엇보다 인터넷의 전파속도는 가히 놀랍다. 5천만명의 이용자에게 도달하는데 걸린 기간에서 볼 때, 인쇄매체는 수백년 라디오는 38년 TV는 13년이 걸린데 비해 인터넷은 4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런 국제적 흐름과 비교해 볼 때 한국은 그 규모와 속도에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앞서고 있다. 전 인구의 60%가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으며, 1670만명에 이르는 초고속인터넷 사용자를 자랑한다(2003년 3월 기준).
여기에서 한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과연 인터넷공간이 가상공간이라 하여 무질서의 자유공간일까 하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의 입장에서 그냥 내버려두어도 되느냐는 점이다. 인터넷이 일상생활에서 보편화되면서 인터넷 사용언어, 포르노, 바이러스, 해커의 출몰 등 해결해야 할 사안이 한두가지가 아니라서 더욱 그렇다. 또한 인터넷을 통해 먹고사는 기업이나 개인은 가히 폭발저으로 늘어나고 있고, 날이 갈수록 더 강화될 것이다. 이미 인터넷을 활용한 빌 게이츠의 재산이 스페인의 GDP를 능가하고, 다음·엠파스 등 신흥기업은 새로운 경제질서의 변화를 태동시키고 있다.

사실 그동안 가상공간(Cyberspace)은 국가의 도움 없이도 자유스러운 성장을 보여 왔다. 앞으로도 거의 완전한 자유를 만끽하려는 네티즌의 요구로 정부나 국제기구 등이 그 원초적 질서를 깨기 어려워 보인다. 그리고 인터넷은 애초부터 국가의 토대 위에 서 있지도 않고 국가의 도움을 받지도 않으며 국가에 의존해야 할 그 어떤 요소가 없다. 오히려 인터넷 강자가 속출하면서 이들의 패권주의가 오히려 걱정거리지 정부나 이익단체의 일방성은 극히 불가능할 것이다.

다만 인터넷에 주요 이슈가 없는 것은 아니며 자유란 이름 아래 마구 방치해도 좋은 것은 아니다. 영어와 한글을 비롯한 인터넷 사용언어, 인터넷공간을 압도적으로 누비고 있는 포르노, 인간을 괴롭히는 질병과도 같은 바이러스, 귀중한 정보와 보안시스템을 넘나드는 해커의 출몰, 인터넷 도메인네임체제(DNS)에 대한 규율과 분쟁해결, 세계 곳곳의 네티즌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와 갈등에 대한 협의, 인터넷에 대한 국제적인 정부차원의 개입도 등은 당장 논의될 필요가 있다. 조세문제와 관련해서도 소득발생국(원천지국)이냐 소득을 취한 사람(거주국)이냐, 세무조사와 소득추적의 곤란(거래당사자의 신원이나 거래내용 확인 어렵고 암호화 원격조종 및 변화장치의 사용 등으로 인함)도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제반문제와 관련한 법적 근거와 제도적 장치, 그리고 실현가능한 수단의 마련은 시급한 과제다. 특히 국제교역마저도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져가는 상황에서 조세 부담과 징세방법, 비공정행위와 불법행위에 대한 규제와 처벌 등 각 나라마다 그 처리방법이 결정되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이렇게 볼 때 이상의 여러 문제를 다룰 새로운 국제기구의 등장과 인터넷 국제질서의 형성은 필연적으로 보인다. 게다가 영리든 비영리든 -여기서 영리와 비영리를 가른다면 조세성격의 각종 요금이나 분담금의 대상이 되는지, 이익 추구행위를 놓고 어떤 분류에 속하는지를 말하게 된다. 합의제든 위원회든, 국제기구로 하든 않던 피할 수 없는 반드시 넘어가야 할 다리인 것이다.

물론 인터넷의 생성과 발전과정은 미국과 그 일차적 관계를 갖고 있다(2000년대 까지만해도 WIPO조사에 따르면 등록된 도메인 네임 중 NSI에서 약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7개의 gTLDs 중 com, net, org 등 3개가 열려 있는데 이중 .com이 약 80%라고 한다. 도메인 분쟁도 .com TDLs에서 85%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 인터넷의 발전과정에서 분쟁이 일어나기 마련인데다 그 분쟁이 법원으로 넘어가기도 하고 있어 의회나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하고 있다. 사실 인터넷은 미국 정부의 재정 지원하에서 개발된 가장 성공한 공공기반시설이란 점도 있다. 그리고 gTLDs 등록처인 InterNIC이 정부와 NSI의 계약에 의해 운영되고 있어 이미 미국 정부는 인터넷 질서권(거브넌스) 차원에서 다리를 걸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인터넷을 둘러싼 여러 분쟁이 미국정부의 개입이 있다고 해서 미국이 결정한 그 어떠한 질서로 자리잡은 것도 아니다. 사실 미국이나 몇몇 강대국이 인터넷을 이들 국가질서의 일부로 편입하는 시도를 하기도 어렵다. 누구보다 네티즌들이 강력히 거부할 것이다. 하물며 새로운 형태의 정부를 요구하는 것은 더욱 강한 벽에 부닥칠 것이다. 다만 필자가 보기로는 인터넷 거브넌스(governance)의 문제는 기꺼이 수용하든 마지못해 수용하든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거브넌스가 무엇인가? 통제(control), 통치(government),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상호작용 등 여러 접근이 가능하지만 필자는 이를 '질서권'이라고 정의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기본적 접근에서 기존의 국제질서나 법과 제도에 의한 인터넷 거브넌스로 논의할 것이 아니라 인터넷의 독자공간을 전제로 하는 신개념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단언한다. 특히 인터넷 역량에 따른 각 국가나 기업, 그리고 개인의 참여와 지분보장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형태의 접근이 한국에는 유리하기도 하다.

ISP(인터넷서비스 제공업자)의 시장참여 및 법적 책임, 전자상거래 행위를 둘러싼 세금 등 각종 문제, 개인 프라이버시(정보) 보호 및 인터넷 음란물, 인터넷의 지구촌망 구축 및 그 운영상의 안전성 등 당장 논의되어야 할 뜨거운 감자(hot issues)들을 보더라도 그렇다. 특히 사이버무역이 무역활동의 알멩이가 되면서 전자상거래는 멀지않아 세계 각국의 GDP 중 대부분을 차지하며 인터넷은 명실공히 경제활동의 중심지가 될 것이며, 인터넷공간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들의 경영활동이 일상적으로 보편화할 것이다. 이처럼 인터넷과 관련해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과 분쟁에 대한 권위있고 최후적인 '최종 심판자'의 역할은 반드시 요구될 것이다.

다만 문제는 미국의 일방적 주도에 있다. 도메인주소 최종 관리권자가 미국이다. 영어와 인터넷 도메인주소 부여권, 관련 인프라의 독점적 구축을 보편화한 당사자가 미국이다. 앞으로 모든 광케이블, 시스템 등이 일관 구축되면 미국은 명실상부한 컨트롤 타워가 될 것으로 예측되기도 한다.

미국 연방정부(상무성)와 98년 출범한 ICANN(Internet Corporation of Assigned Names and Numbers)이 98년 11월 공식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면서 ICANN이 DNS관련 결정기구가 되었다. 그리고 그 지배구조가 19명의 보드멤버에 의해 지배되는 구조인데 철저한 미국주도다. 또한 NSI와 미국의 일부 단체에서초차 당초 DNS에 대한 기술적 관리만을 제공하기로 했던데 비해 ICANN이 지나치게 너무 많은 권한을 휘두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록 정부에서 ICANN이라는 민간으로 DNS를 이관한다고는 하나 그 배후에는 역시 미국정부가 버티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ICANN이 관료주의화하고 있다는 비난이 높아지고 있으며 투명성, 개방성, 책임성, 자율보장성 등에서 이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하다못해 ICANN이나 미연방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NSI와 같은 등록대행처도 미국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국은 그저 바라만 보아야 하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의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가 이들 인터넷 질서권을 둘러싼 제반 문제에 대한 파악과 구체적이며 현실적인 대안의 제시, 그리고 한국의 입장이 안배되는 인터넷 국제협의체의 결성과 주도적 참여다.

지금은 인터넷시대의 초창기다. 인터넷질서도 이제 꿈틀거리고 있다. 아직은 고작해야 DNS문제, 포르노 정도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인터넷 경쟁과 안정성, 도메인 네임 주소 분쟁과 그 해결방안으로서의 확장 등 각종 현안, 등록상표권이나 저작권에 대한 국제 위반자 처리, 지적 재산의 보호, 공유화와 유료화 등에 대한 문제가 현안화 할 것이다.
UR, GR 등 숱하게 있어왔던 국제협의의 형태로 또다시 진행될 것이다. 사실 네티즌 주권은 이미 현안이기도 하다. 다행스럽게도 한국은 인터넷 세계에 관한 한 강자다. 사용인구는 가히 폭발적이며 결국 전국민 1인 1인터넷 구축이 될 것이다. 인터넷 벤처기업의 등장이나 산업·금융의 인터넷 경제참여는 가히 역동적이어서 일본과 유럽보다 더 가능성있는 나라로 손색이 없다.

그렇다면 몇년 지나지 않아 전 국민 전체의 이해 문제가 될 인터넷질서를 간과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인터넷을 즐기는 한국 시민 누구나가 자신의 자유의지와 보호가 보장되는 환경을 제공할 필요가 있음은 물론이다. 게다가 인터넷 시대가 1백 내지 몇 백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는 마당에는 더욱 그렇다.

우선 국내적으로는 인터넷 질서에 정통한 학자나 과학자, 기술자, 법률가, 정치가를 길러야 하며 정보통신부·외교통상부 등에서는 지식행정가의 양성과 전폭적 활동을 지지해야 한다. 무엇보다 21C 인터넷시대를 이끌어 갈 신세대를 교육하고 육성·지지해야 하는 일이 전략적으로 절실하다. 아울러 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한 '인터넷 거브넌스 센터'를 설립하여 보다 주도면밀한 연구와 현실적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아직은 방치되다시피하고 있지만 인터넷 언어가 영어라 모든 지식정보, 가치가 영어 언어 베이스로 보편화되고 인터넷문명의 기반으로 깔리게 되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95%이상이 영어를 못하는 한국인은 인터넷 국제사회로의 활동이 제약되기 마련이다. 물론 한국인이 영어를 배워 인터넷공간의 주역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지만 장차 각자의 언어기반으로 호환이 자유로와질 미래에 대비하자면 특히나 한국 고유의 역사나 문화 컨텐츠를 비롯한 지식컨텐츠와 인터넷 운영기술과 인프라 기반은 언어안보 차원에서 반드시 한글이 기반이 되도록 안배되어야 할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ICANN에 보드멤버로의 참여도 물론이지만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고 그 합의 아래 진행되는 새로운 인터넷 국제기구 즉 '인터넷 인류협의체(회의)'와 같은 기구의 창설제안 및 주도에 나서야 한다. APEC 창설 때보다 한층 포괄적이고 미래 강화적인 기구를 탄생시키는 일이다.

그리고 그 내용에 있어 기존의 법과 제도, 기존의 국제 역학관계, 기존의 기구나 통제(규율)방식 등은 곤란하다. 자유와 민주적 방식이 철저하게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다. 파워나 주도권에서도 온라인 세상에 맞는 인터넷 기준에 따른 위상과 역할이 주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우리는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지향점은 신대륙 인터넷에서 강대국으로 올라서기 임에 틀림없다.

또한 인터넷 중심사고에서 출발하여 그 내용물이자 지식생산물인 컨텐츠를 잘 축적 저장하는 한편 제3차 사회, 이른바 네트워크 사회에 맞는 사회구조 개편과 시민의식의 전환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이제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가장 강력한 매개체가 등장함에 따라 언론의 자유와의 연장선상에서 인터넷 권리와 의무, 책임 등에 따른 개념과 질서를 구축하고 네티즌주권, 인터넷 특성 등에 근거한 새로운 인터넷 질서권(거브넌스)을 잘 찾아 나가는 한편, 쉽고 편리한 미래로 가는 기반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기타 자세한 내용은 필자의 개인 홈페이지 koreapower.net(도메인주소 현경병)를 보시면 됩니다.

현경병  webmaster@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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