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산업·노동·안전 경제 핫이슈
3이라는 숫자,민족수 3 신성수 3
한국인이 특별히 좋아하는 숫자가 있다. “3”이다. 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사람에 따라서는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다만, 여기서는 우리 한국인들이 특별한 의미와 애착을 가지고 있는 숫자라는 말이다. 특히 민족성과도 무관하지 않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우주와 한민족의 시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인의 의식세계와 문화체계는 ‘3원(三元) 문화’라 할 수 있는 것이다.

3은 ‘마음, 영혼, 육체’의 3가지로 되어 있는 인간의 완전한 구성체를 나타내는 것으로 인식한다. 아울러 ‘신의 세계, 인간의 세계, 죽음의 세계’로 된 완전무결한 시공의 세계를 상징하기도 한다.

특히, 이 신성한 숫자는 ‘천(天), 지(地), 인(人)’의 삼재(三才)를 기본으로 하는 신성수(神聖數)라 하여 우리 민족의 생활과 철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 민족의 3성제(三聖帝)로 추앙받는 ‘한임(환인. 桓因)·한웅(환웅. 桓雄)·단군(한임)’은 역사시대를 열기까지 천하를 열고 나라를 세웠는데 전국 곳곳에 있는 삼선궁(三仙宮)에서 모셔지고 있다. 이분들을 ‘천신(天神)·지신(地神)·인신(人神)’의 삼신(三神)이라 보고 이 또한 하늘과 땅과 사람은 하나라서 일신(一神)이라는 삼신일체사상에 바탕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민간에서는 신을 모셔도 3신을 모시고자 하는 것이다.

한국의 기본철학에서도 3은 그 핵심을 이룬다.

우리 민족 3대 경전(기본 경전으로 천부경·삼일신고·참전계경을 말함)의 하나이자 최고 경전으로 꼽히는 천부경(天符經)에서도 ‘하나의 변하지 않는 근본 바탕이 있으며 이 하나에서 비롯하여 하나로 다시 돌아가고 이것은 끝나는 하나가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하나로서 이 하나의 작용과 운동은 영원무궁하다’고 했다. 또한 하나에서 비롯하는 하늘(天)과 땅(地)과 사람(人)이, 어울어지고 움직이고 변하지만 온누리 우주와 만물의 영원한 근본이자 사람과 우주만물에 대한 조화의 원리이며 법칙임을 밝혔다.

하나의 무(無)에서 나와 3원(三元)으로 진행하고, 이는 다시 여러 유(有)로 생겨나서 사상·철학·문화·정치·외교·경제 등에 이르기까지 다원적으로 실존하며 이도 결국 끝은 하나로 통한다고 한 것이다. 이처럼 3은 각각이 존재하되 그 존재하는 독립된 현상보다는 서로가 엇물려 완성된 하나를 상징하는 완성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한국의 고유 철학을 대표하는 3태극사상도 3이란 숫자가 그 핵심이다. 원래 ‘태극’은 동양의 자연과학의 근본법칙이자 전체로서의 본원이며 우주만물의 생성원리이자 도형이다.

그리고 하나에서 갈라져 나오면서 천지만물(대자연) 변화의 이치를 나타내기도 하며 그 부호나 문양은 신성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또한 흰 바탕은 무(無)의 세계이자 바탕으로서 여기에서 우주와 자연이 생성됨을 담는 한편 화(和. 평화와 조화) 정신을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한 가운데에 놓인 원은 그 근원이자 핵심을 표시하기도 하고 끊어짐없이 그침없이 이어지면서 융합포용·순환하는 한정신과 그 모습을 상징하기도 한다.

다만 한국의 태극사상에서는 하나에서 음양의 둘로 갈라지는 중국의 2원태극과는 달리 우주생성과 분열을 조화롭게 하는, 중심에 선 주체로서 사람을 포함시켜 3태극의 인본주의적·인간중심적 접근에 더욱 충실하고자 한다. 이는 우주의 근본원리가 하늘·양(陽)과 땅·음(陰)의 2원론을 주축으로 하고 있으나 그 만물의 주인이자 중심으로 사람을 더해 3원론(三元論)적 논리적 구성과 철학세계를 즐긴 것이다. 이는 지금도 우리의 홍익인간과 인본주의(人本主義)로 이어져 실현되며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3태극무늬는 여러 곳에서 즐겨 사용되어 왔다. 한국의 철학자 김범부(金凡父.1897~1966)는 중국의 태극도설의 2원론적 접근을 비판하면서 '한국에는 원래 3태극 사상에 근거한다'고 한 바 있다. 사실 이를 뒷받침하듯 주겸계가 처음 발표했다는 태극도설(1070년)보다 388년이 앞선 682년에 태극도형이 경북 월성 감은사 터에서 발견되었고, 정주학(程朱學)의 동래(1314년)보다 170년 앞선 고려 호부상서 검교대위 허재의 석관 천백무늬 한복판에도 태극도형이 새겨져 있다(창경궁 소장).

2태극은 양(陽)과 음(陰)을 나타내는 빨강과 파랑이 어우러져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한겨레는 애초부터 2태극과는 달리 ‘하늘(빨강), 땅(파랑), 사람(노랑)'이라는 3원(三元)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는 정신세계와 철학에 바탕하고 있다. 양(陽)과 음(陰)의 2분법적 우주관·세계관에 머물지 않고 그 중심인 인간(人) 함께 담아 천지자연과 인간세계의 '고유하되 어울리는 조화'를 주장한 것이다.
사실 일반 한국인들은 오랜 역사동안 2태극보다 3태극을 훨씬 즐기고 생활속에 표현했다. 서울 동대문은 물론이고 정통한옥의 대문이나 기와를 보면, 한복판에 3태극을 그려 놓은 경우가 일반적이고 사찰과 정자의 단청, 부채·연·북 등에도 즐겨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한국 선수단이 3색 부채를 들고 국제대회에서 한국을 표현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도 한국인들이 즐기던 3태극을 올림픽의 공식 상징휘장(엠블럼. Emblem)으로 선택하기도 했다. 이렇듯 우리는 중국의 2원 태극도설과는 다른 것이다.

모든 것은 원래 하나이며 하나에서 나와 하나로 돌아가고, 양·하늘과 음·땅, 사람이 서로 어울려 존재하며 물·불·바람·비 등의 대자연도 여기에서 나오는 현상임을 나타내는 3태극이야말로 우리가 담고자 하는 세계관과 우주를 다 표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태극기도 3원 태극 모양을 생각해봄 직하다. 우리의 국기인 태극기도 흰바탕에 빨강·파랑·노랑의 3원 태극이 가운데 놓인 태극기를 세계 만방에 휘날리게 하면 더욱 우리의 본색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한글도 3과 무관하지 않다. 한글은 15세기 중엽 세종대왕과 정인지·성삼문·신숙주 등 집현전 학자들에 의해 창제된 훈민정음은 독창적인 우리 고유의 문자다. 한글은 한자와는 별개의 독자적인 체계에서 발생한 문자로 놀라운 창조적 정신을 보여주며, 음운 연구의 커다란 성과로 꼽힌다.

그런데 그 이론의 가장 기본적인 것은 음절의 삼분법, 즉 ‘초성, 중성, 종성’이다. 이는 중국 음운학의 이분법의 전통과는 완전히 그 틀과 형식을 달리한다. 그런데 훈민정음이 그처럼 훌륭한 문자체계일 수 있는 것은 이 삼분법의 기초 위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즉, 천·지·인의 구성으로 우주가 형성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한글 역시 그 우주를 토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자음으로 이루어진 초성과 종성은 하늘과 땅을 뜻하며 모음으로 이루어진 중성은 사람을 뜻한다.

한글의 구성원리가 되는 기본글자도 ㅏ(하늘), ㅡ(땅), ㅣ(사람)’의 3원철학에 바탕하고 있고 이는 무엇보다 우주의 영원한 3주체를 생각하고 그 중에서도 사람을 그 주인이자 중심이라고 바라보았던 까닭에서다. 이처럼 우리 문화의 상징인 한글에도 음절의 삼분법, 즉 3과 관련된 한국인의 사상과 수에 대한 관념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인의 일상생활에서도 3이라는 숫자는 깊게 배여 있기도 하다. 혈통과 가문을 잇는 자손이 태어나면 민가에서는 출산 후 금줄을 치는데 아들의 경우 고추와 숯을 각각 세 개씩 매달았다. 제사를 모셔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친부·조부·증조부, 살아계시면 조부·증조부·고조부 등 이런 식으로 3대조를 주로 한다.

전통춤에서도 그 기본이 어르고 맺고 푸는 삼박자로 되어 있다. 음식에도 3이란 숫자는 어김없이 힘을 발휘한다. 간장, 고추장, 된장의 3장은 기본적인 우리의 민족음식이다. 도라지, 시금치, 고사리 이 삼색나물은 관혼상제를 비롯하여 명절 등의 음식에서 빠지지 않고 기본적으로 갖춘다. 한복에 착용하는 장식용 노리개도 대부분 삼작이다. 12색 노리개가 그 화려함으로 손꼽히지만 흔히 삼작노리개로 불리워지는 노리개가 왕실이든 민간이든 가장 즐겨 사용되었다.

기념품이나 상징숫자에도 ‘3’이 들어가게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신라인들이 남긴 최대의 유산중에서 최고를 손꼽을 때도 3보(三寶)라 하여 황룡사 장육삼존금불상, 황룡사 9층탑, 진평왕의 옥대(玉帶)를 든다. 1977년에 창건한 용인 와우정사에서 통일의 염원 및 불국토와 불자의 안녕을 담아 조성한 불상도 3천불이다(물론 정확한 3천불은 아니며 그 수를 넘는 3천여점에 이르고 앞으로도 소소한 변화는 있을 것이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접근이 아니더라도 한국인은 3이란 숫자를 좋아한다. 가장 으뜸이지만 툭 튀면서 유아독존으로 비치는 1, 대립구도로 보이며 대칭적인 2, 잡다한 숫자로 넘어가는 4이상의 숫자보다는 잘 어울어지는 뜻과 모양새를 담는 3에 애착을 가지고 신뢰해온 것이다.

※기타 자세한 내용은 필자의 개인 홈페이지 koreapower.net(도메인주소 현경병)를 보시면 됩니다.

현경병  webmaster@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포토뉴스
[포토] 대한건설보건학회 후기 학술대회
[포토] 한국물환경학회-대한상하수도학회 공동학술발표회 개최
[포토]최병암 산림청 차장, 생활밀착형 숲 조성사업 준공식 참석
[포토] ‘제22회 아름다운 화장실 대상’ 시상식 개최
수원에서 첫 얼음 관측
여백
여백
여백
오피니언&피플
제9대 임익상 국회예산정책처장 임명제9대 임익상 국회예산정책처장 임명
김만흠 국회입법조사처장 취임김만흠 국회입법조사처장 취임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