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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통찰로 빚은 무한한 축제의 노래···강찬모 작가[서양화가 김중식이 만난 뻔FUN한 예술가 ㊶] 강찬모 작가
Meditation-빛이 가득하니 사랑이 끝이 없어라 194.5x97cm 한지에 천연물감 및 안료 2020

[환경일보] 강찬모 작가는 일찍이 서양철학에 매료됐다. 형태와 선, 색채와 공간 사이의 깊은 연관성을 탐구하면서도 무엇인가 결여를 느꼈다. 결핍은 그것을 정확하게 사라지게 하는 것을 발견하기 전에는 정확히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알기 어려운 법이다. 그는 서양적 사유가 지향하는 안정적인 삶의 구도, 그 소유나 인지에서 결핍을 느끼고 결국 불교에 심취하면서 거꾸로 이제껏 그가 걸어온 반대의 길, 동양적 사유의 길을 떠난다.

강찬모는 2004년 불교에 회귀하면서 히말라야에 간다. 그 장소가 주는 마술과 같은 힘, 눈 앞에 펼쳐진 부드러운 원형의 하늘, 승려들의 나지막한 노래 속에서 그는 서로 다른 2차원의 세계, 인간의 나약함과 우주의 광활함이 조우한다. 이러한 조우를 통해 강찬모는 마음 깊은 곳에서 광활한 우주가 자신 안에도 있음을 깨닫게 됐다.

우주의 세 가지 단상

Meditation-별이 가득하니 사랑이 끝이 없어라 150x90cm 한지에 한국전통채색 2020

강찬모의 작품은 확연히 다르면서도 보완적인 두 축의 연장선에 있다. 많은 작품이 히말라야의 고산을 마주한다. 흰 산은 대부분 멀리 있고, 짙은 푸른 빛 산이 전방에 있다. 전체적으로 강렬하고도 부드러운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다. 두 번째 축에 속하는 작품들에서는 색채가 강렬하다. 색채 가득한 어린 시절의 꿈을 마주하는 듯하다. 화폭 가득 우주의 구름이 수천 개의 전구를 가슴에 품고 떠 있으며, 하나하나의 전구가 서로 다른 색을 띠고 있다. 우주 만물의 형체가 담긴 원에는 코끼리, 새, 물고기, 사람, 나무가 떠다닌다. 지상의 모든 존재가 하늘로 돌아가 다음 지상의 귀환을 준비하는 수천 개의 상징으로 박혀있다.

채색된 작품 일부는 더욱 광활하고 큰 폭의 그림이다. 우주 에너지의 몽환적인 시각과 민화와의 전통의 결합이다. 화가가 포착한 사물에 대한 움직임은 각 사물이 가진 색채로 율동의 은유가 되어 흐른다.

두 세계가 서로 만나 하나가 되는 작품들도 있다. 우주의 하늘이 사유의 하늘을 만난다. 깨달음의 색채가 인간의 기다림 위로 열리고, 둘이 새로운 차원으로 우리를 이끌며, 시각적으로 탐미적인 여정에 초대하는 것이다. 무관심으로 단절된 사람과 사람, 하늘과 사람의 관계는 그렇게 끝이 난다. 강찬모의 그림 세계는 절대적인 체험으로 향하는 문을 연다. 사람들이 화폭을 마주하고 눈물을 떨구는 까닭이다.

하늘의 거대한 원

Meditation-빛의 사랑 55x150cm 한지에 천연물감 및 안료 2020

인간은 어찌 보면 본질적으로 중요한 역설 안에 살아간다. 영혼은 물질에 연결돼 있으면서도 자신을 앞지르고 감싸고 미지의 세계로 이끄는 존재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영원히 마주해야 하는 어려움이기도 하다. 예술이란 불가능해 보이는 것과 내가 깨달은 것 사이의 접점을 찾아가는 시도이다.

히말라야 이전의 그림을 돌아보면, 서양 미술적 코드의 영향을 받은 화폭 위로 개체 안에 있는 고통과 번뇌를 나누고 치유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동물들은 가축이거나 야생이거나 당당하지만, 뼈를 드러내고 있다. 가난한 농부들과 피에타 역시 그가 그림을 그리던 당시 마주했던 고통 받는 인간의 비유다.

그러나 히말라야는 그에게 긍정적인 경험뿐 아니라 ‘구원의 경험을 공유하다 보면 고통을 치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강찬모의 작품을 다시 들여다보면, 흰 산은 푸른 야산을 만나 달과 해를 마주한다. 산은 가장 순수하고도 직설적이며 우직스러운 대지의 원모습을 닮았다.

작품 속 산은 태초, 수천만 년 전, 인간이 살 수 없었던 ‘대지의 언어’다. 이 산들 역시 다른 말을 건네고 있다. 봉우리들은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 즉 하늘에 가장 가까이 닿아있다. 그곳에서 하늘은 빛이 머무는 집인 자신의 모습을 고요히 드러낸다.

강찬모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하늘과 땅 사이에 오간 말들을 가까이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근원적인 체험에서 돌아와 다시 캔버스 앞에 앉았을 때 그의 그림은 변화했다. 세상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내는 일보다 하늘과 땅이 하나 되는 환희의 문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일이 중요해진 것이다.

인간적 우주의 통찰

Meditation-빛의 사랑 243x100cm 한지에 천연물감 및 안료 2020

하나하나의 작품은 치유될 수 없는 고통의 이야기가 아니라 무한한 축제의 노래가 됐다. 선명한 색채는 강렬한 상징적 차원에서 구축돼 살아있는 감성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긍정적인 기운과 우주의 모습이 펼쳐지는 그곳을 그대로 그렸기 때문이다.

흰색은 부정적인 감정을 평화롭게 만든다. 노란색은 명상의 체험을 일으키며, 빨간색은 온화한 상황을 이끈다. 짙은 파란색은 내·외적 장애물을 떨치게 한다. 강찬모의 화폭을 가득 채우는 색들이다. 각 작품은 그가 체험한 선한 기운을 전달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해와 달의 만남은 차분하고, 부드러운 파랑에 실려 그의 작품의 주조를 이룬다.

시각적 요소들도 인상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화가의 철학적이고 심오한 ‘인간적 우주의 통찰’에 있다. 강찬모는 하늘이 우리 가까이 있고, 내면의 눈이 외면의 눈을 통해 화폭으로 다가가 무한을 경험할 수 있음을 이해한 독보적인 화가다.

작품 속 하늘은 인간이 고개를 뉠 수 있는 베개다. 산은 흘러내리는 선으로 무형의 존재를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문을 연다. 강찬모의 화폭에 시선을 드리울 때, 우리는 절대적 시간대에 들어선다. 우주의 괘종시계를 따라가는 것이다.

눈 덮인 흰 산은 움직이지 않는 초침이 되고, 짙푸른 파랑이 시각의 도화지다. 그림을 보는 이는 마당에 서서 태양과 달, 하늘과 땅을 번갈아 바라본다. 강찬모가 그랬듯, 우주가 결국 그의 ‘진정한 집’이었음을 이해하고, 같은 여정을 떠나는 일만 남았을 뿐이다.

이채빈 기자  green900@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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