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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자연을 꿈꾸다, 이희춘 작가‘몽유화원도’···꿈과 환상의 유토피아
몽유화원-Spirng 50호 캔버스 위에 오일 2018

[환경일보] 이채빈 기자 = “인간의 행복이라고 하는 것. 이상세계, 유토피아라고 하는 것은 마음속에 있는 것이거든요.”

이희춘 작가의 그림에는 ‘무위자연’이 펼쳐진다. 작품 속 꽃과 나비, 말과 여인들의 몸짓에는 행복이 느껴진다. 곱고 따뜻한 꽃잎에 싸인 여인들과 자유롭게 뛰노는 동물들은 이상세계를 추구하며, 그곳에 살고 있다.

중국 사상가 장자의 ‘호접몽’을 창작의 근원으로 삼아, 독자적인 화풍을 구축한 이희춘 작가는 인간이 꿈꾸는 이상향, 무릉도원의 세계를 화폭에 담는다. 이는 물질만능주의의 각박한 사회에서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회기정신을 표현한 것이다. 작가는 유년시절에 봤던 풍경들을 화폭에 현실과 이상을 넘나들며, 신비로운 작품을 선보인다.

Drawing for Flower Garden of Dream 60x83cm Mixed Media 2013

무위자연의 미학

전주 한옥마을 인근에 자리한 이희춘 작가의 아틀리에 ‘몽유화원’은 작업실 겸 게스트하우스로 사용된다. 작가의 혼이 서린 ‘몽유화원도’가 벽면 가득 채워져 있어, 마치 꿈의 세계에 초대받은 듯 설렘이 느껴진다.

‘몽유화원도’는 꿈과 현실의 접경에서 나비로 발현되는 장자만의 이상세계를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아픈 세상사를 잊고,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무위자연의 미학을 담고 있다. 자연으로 돌아가 무위로 사는 것만이 인간 현실을 구제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가 자연주의에 뿌리를 둔 노자 정신에 매료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뭔가 인위적으로 하려고 하지 않은 노자를 생각하면서, 마음을 붓에 맡겨 작업하고 있다”고 말한다. 작가의 생각이 거짓 없이 녹아들어 있는 예술, 무심과 무위를 주창한 노자의 철리(哲理)와 일맥상통한다.

몽유화원-Spirng 100호 캔버스 위에 오일 2018

꿈과 환상의 유토피아

이희춘은 그간 고집해온 지필묵에서 벗어나 유화물감으로 전환하면서 새로운 작품 구상에 골몰했다. 오래된 옛집에서 홀로 누워 자개농을 바라보다 자연과 공존했던 유년시절이 떠올랐다. 그에게 자개농은 단순한 고가구의 문양이 아닌, 평화롭고 따뜻한 고향의 정취, 꿈과 환상의 유토피아로 다가왔다.

그는 캔버스에 자개농을 옮겨 그리듯, 그만의 상상 속 이상세계를 그리기 시작했다. 아크릴과 오일컬러에 대리석 돌가루를 혼합해서 나이프로 미는 작업이었다. 나이프가 지나간 자리에는 꽃들이 피어오르고, 나비들이 춤을 췄다. 유년의 꽃밭에는 호박꽃도 피어있다. 우리가 두고 온 꿈에서도 잊을 수 없는 최소한의 추억이 깃든 화원이었다.

몽유화원-Spirng 100호 캔버스 위에 오일 2018

독특한 멋, 사색의 산물

이희춘의 화면은 질료의 생생함과 행위의 자유로움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유화물감의 진득한 맛과 나전의 느낌을 주는 터치, 그리고 입체감이 도드라지는 독특한 작업기법이 작품의 개성을 선명하게 한다.

그의 그림은 한국인의 역사와 마음을 그리고 있다. 고전적 수련의 깊이를 바탕으로 한 경험과 자극은 사색의 산물이기에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린다. 화려하면서도 우아하며, 은은한 색감의 유화로 한국화의 독특한 멋을 풍긴다.

그가 이룩한 모던한 스타일은 캔버스에 칠해진 물감 덩어리가 아닌 텍스트와 콘텍스트의 상호교환에서 나온 사상의 결과물이다. 그의 터치는 나전의 질감만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자개농으로 대표되는 그림 속 산수와 이상적인 삶까지 포섭하고 있다.

Drawing for Flower Garden of Dream-Spring 34x45cm Mixed Media 2013

자연과 인간의 어우러짐

이희춘이 시도하는 무위자연은 타고난 그대로, 꾸밈이 없는 상태로서, 천연의 모습이 자연과 합일되는 것이다. 그가 이루고자 하는 무위자연의 미학은 결코 기법의 수련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그의 맑은 인품과 꿋꿋한 삶 속에서 터득한 외적인 기법과 내적인 철학이 합일된 하나의 결과물이다.

따라서 그의 그림에는 삶의 포용력과 인간적인 따스함이 묻어난다. 인간의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려진 원초적인 생명에 대한 찬미가 자연의 친밀한 관계를 통해 드러난다. 아름답게 피어난 꽃들과 나비들의 날갯짓, 새들의 속삭임이 어우러져 인간 본연의 심성을 환기한다. 지상에서의 수고로운 삶을 위로하는 그의 작업은 평화로운 세계에 대한 갈망이다.

누구에게나 각박한 세상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욕구가 있다. 작품을 통해 지친 이들에게 잠시나마 안식처와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이희춘. 메마른 가지에서 희고 흰 목련이 터지듯 그의 따스한 손길이 행복을 피어오르게 한다.

Drawing for Flower Garden of Dream-Spring 53x45cm Mixed Media 2017
이희춘 작가는 거침없는 나이프의 짓이김과 다채로운 색감, 유성과 수성의 조합 등 수많은 반복실험을 통해 자신만의 미의식을 천착해가고 있다.

이희춘은 전주에서 태어나 원광대학교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뒤 동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과 중국, 홍콩 등에서의 국제전을 비롯해 미국, 중국, 서울, 전주 등 국내에서도 33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을 가졌다. 베이징 예술박람회, 중국 션전 수묵비엔날레, 뉴욕 아트엑스포, 한국 국제아트페어, 뉴욕 코리안아트쇼, ART.FAIR21(독일 쾰른), AAF Singapore(싱가포르), KIAF, 아트부산, 아트광주, Doors 아트페어 등 비엔날레와 국제아트페어에 참가했다. 또 중국 로신미술대학, 캐나다 퀘백대학교, 뉴욕 IBM, 국립현대미술관, 우리은행, 전북도립미술관, 전북도청사, 원광대학교 미술관, 중국 관산월미술관, 전북인재육성재단, 전주시립도서관, 메르세데스-벤츠(전주, 군산) 전시장, 미래병원, 전주지방법원 등에 작품이 소장돼있다.

이채빈 기자  green900@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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