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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안 유엔 첫 기념일 ‘공기의날’···철학은 안 보여민간단체 기념일 추진 10년의 노력, 공은 외교부가 차지했나
학회, 정통성 미흡·편향된 의미 우려···“소통 없는 행정 유감”
UN이 지정한 ‘푸른 하늘을 위한 세계 청정 대기의 날’은 우리나라의 제안으로 지정된 첫 기념일이다.

[환경일보] 김봉운 기자 = 유엔(UN)은 매년 9월7일을 ‘푸른 하늘을 위한 세계 청정 대기의 날(International Day of Clean Air for blue skies)’로 지정했다. 우리나라의 제안으로 지정된 첫 유엔 기념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민·관·학의 마찰이 두드러지고 있는 모양새다. 세계맑은공기연맹(Global Alliance for Clean Air-GACA, 회장 김윤신)과 세계 공기의 날(World Air Day) 추진위원회는 지난 2010년부터 맑은 공기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홍보와 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 또 미국, 일본, 중국, 인도, 몽골, 싱가폴, 태국 등 세계 여러 국가에 지부를 설치해 ‘공기의 날’ 지정을 위한 시민들의 동참을 이끌었다.

‘푸른 하늘의 날’ 지정, 소통 부재 여실히 드러나

지난 5월 국가기후환경회의가 발족하면서 세계적인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민간단체의 활동을 알고 있던 환경부 관계자는 외교부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분야 전문가들과의 자리를 주선했다.

10여년 넘게 활동을 지속했던 단체·학회 전문가들은 오염된 공기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부각하고자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는 ‘세계 맑은 공기의 날’ 지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외교부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확고하게 밀고 있는 환경 슬로건인 ‘푸른 하늘’을 기념일 명칭에 포함시키면서 단체와 갈등을 겪어야 했다.

단체 관계자는 취재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간 준비한 자료를 외교부에 건넸는데, 준비된 자료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미 추진 방향을 정한 것 같다”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직·간접적인 소통은 지난 5월 단 한 차례 뿐, 이후 외교부의 작품인 ‘푸른 하늘의 날’이 지정되기까지 소통은 전혀 없었다”면서 “이는 비즈니스 관계에서 상도덕에 어긋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외교부의 독단적이고 일방적인 진행 과정을 보면서 오랜 기간 준비했던 학회와 단체의 정통성을 이용당한 느낌마저 들었다”고 비난했다.

외교부는 기념일 자체에 치우치는 ‘결과 만능주의’ 경향은 지양해야 한다는 단체와 학회의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프로세스를 통해 ‘UN 공기의 날’ 지정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기념일의 철학 및 배경과는 전혀 다른 청사진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학회 관계자는 “외교부는 자료를 제공하고 그간의 노하우를 공유한 학회 및 단체와 일말의 상의도 없이 독단적으로 기념일 제정을 추진했다”면서 “그 성과를 외교부의 노력과 개인의 작품으로 포장하는 부분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미 지정된 ‘공기의 날’ 앞으로가 중요

그간 국내외 많은 전문가를 이끌며 현장에서 노력을 기울여온 김윤신 건국대학교 교수는 지난 12월2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외교부가 ‘공기의 날’을 추진해 두 달여 만에 UN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것은 외교 측면에서는 놀라운 성과”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학회나 단체가 이번 ‘공기의 날’ 지정을 탐탁지 않게 본다는 식으로 언론에 비춰지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다만 조심스러운 부분은 UN이 지정한 ‘공기의 날’이 자칫 중국의 성과로 비칠 우려가 있다”며 “중국은 온갖 환경 관련 NGO(비정부기구) 이름에 ‘푸른 하늘(blue skies)’을 포함시킨다. 그간 한국의 노력은 안보이고 자칫 중국에만 좋은 일이 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는 부분”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김윤신 건국대학교 교수 <사진=김봉운 기자>

그는 또 “학회와 단체는 지난 10여년 간 나쁜 공기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리기 위해 국내를 넘어 세계에 경각심을 주고자 노력했다”면서 “외교부가 진행한 ‘UN 공기의 날’ 지정에는 철학과 정통성이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공기의 개념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은 명칭선정만 봐도 이러한 문제가 드러난다”면서 “‘푸른 하늘’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면 공기를 실외공기로 한정짓는데, 공기의 개념은 포괄적인 의미로 실·내외에 선을 긋는 명칭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정일 선정에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는데, 학회 및 단체에서는 지난 10여년 간 매년 10월22일을 공기의 날로 지정하고 행사를 진행했다”며 “10월(October)의 머리글자와 산소를 뜻하는 화학기호인 O₂를 숫자화해 연관된 의미를 부여했지만 UN과 외교부는 9월에 지정일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급하게 정한 것처럼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 밖에도 김 교수는 행정절차에 대해 “상호 정보 및 철학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과정에서 외교부가 너무 성급하게 진행한 것 같다”며 “사업의 정통성이 흐려지면서 공기 분야 최고 전문가로 구성된 시민단체의 노력이 무시된 채, 일방적으로 추진된 점은 매우 유감”이라며 심정을 드러냈다.

‘푸른 하늘을 위한 세계 맑은 공기의 날’이 9월7일로 지정되면서, 국내 ‘공기의 날’은 어떤 명칭을 붙이고, 언제로 지정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교수는 “아직까지 확정된 사항은 ‘날이 지정된 것’ 하나뿐이며, 기념일의 의미부여와 향후 활동에 관해서 민·관의 협력과 소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맑은공기연맹은 지금까지 세계 각국의 지부를 통해 네트워크 형성의 강점과 지자체와의 연계사업인 ‘Good Air City’ 등의 국내외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며 “세계 공기의 날을 위해 정부 기관과 연계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시민단체의 역할을 안정적이고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지속적으로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봉운 기자  bongwn@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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