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전국의 전력구와 공동구 내 비난연성 전력케이블 중 839㎞에 이르는 전선들이 여전히 화재예방기능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전력케이블 안전성의 공백이 드러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훈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전국 전력구와 공동구 내 비난연성 전력케이블 1466㎞ 중 43%에 해당하는 627㎞만 교체가 이뤄지고 나머지 839㎞가 아직 교체가 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전은 지난 2015년, 비난연성 전력케이블 교체사업을 계획해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비난연성 전력케이블을 쉽게 타지 않는 성질의 난연성 케이블로 교체해 화재안전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2014년 부산 녹산 전력구에서 전력케이블 화재사건이 발생해 약 3000곳에서 정전이 발생하고, 1억6000만원 가량의 재산피해를 낸 사건을 계기로 한전은 해당 사업을 계획했다.
당초 이 사업은 올해까지 난연케이블로 교체완료를 목표로 세웠다. 그런데 올해 10월까지 여전히 839㎞만큼의 전력케이블이 교체되지 못한 상태여서 상당한 길이의 케이블이 화재위험으로부터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839㎞만큼의 전력케이블이 교체되지 못한 상태여서 상당한 길이의 케이블이 화재위험으로부터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
비용 이유로 케이블 교체 대신 차화커버
한편 아직 교체되지 않은 케이블들은 화재예방의 차원으로 연소방지도료가 도포돼 관리되는 상황이다.
연소방지도료는 화재예방법 시행규칙 등 관련 규정에 따라 비난연성 전력케이블에는 연소방지도료를 도포해 난연성능을 확보하도록 명시한 데 근거해 시행한 상태다.
그러나 도료는 시공품질이나 온도, 습도 등 주위환경에 따라 난연성 유지기간이 다르게 나타나며, 특히 습기가 많은 공동구 내에서는 난연성 유지기간이 급감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한국전력연구원에서는 도료를 도포한지 10년 이상 경과할 경우 난연성능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에 이훈 의원실에서 한전에 문의한 결과, 교체되지 않은 비난연성 케이블들 중 거의 대부분의 케이블이 도료를 시공한지 10년이 넘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전에서는 난연성케이블로의 교체공사가 비용도 많이 들며, 공사도 매우 까다롭고 어렵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한전에 따르면 1㎞의 전력케이블을 교체하는 데 3억원 가량의 비용이 필요하다.
이에 한전에서는 케이블 전량을 난연케이블로 교체하는 기존의 계획이 아니라 남은 839㎞ 중 255㎞는 난연케이블로 교체하고, 나머지 584㎞는 난연소재로 구성된 차화커버를 씌우는 방식으로 바꾸는 계획을 수정했다.
차화커버는 케이블을 커버로 감싸 화재위험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장치로, 1㎞ 설치에 6200만원이 필요해, 난연성 케이블 교체보다 훨씬 저렴하다.
하지만 이것은 오래된 케이블에 새로운 커버를 덮는 격으로 한전에서 말하는 근본적 화재안전 보강책으로서 완벽하게 난연기능을 확보할 수 있을지 단정하기 어렵다.
한전은 차화커버가 난연케이블보다 난연성이 더 높고, 전체적인 난연성 시험 기준도 더 엄격하다고 하지만, 차화커버를 설치해도 이후 진단으로 불량 판정 시 난연케이블로 교체한다는 계획이다.
이훈 의원은 “한전이 기존의 계획을 변경해 난연성 확보를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되레 쉬운 길로 가려다 자칫 더 어려운 경우가 생길 수도 있는 대목”이라며, “한전은 지금의 케이블 교체사업 계획이 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한 궁여지책 수단이 되지 않도록 앞으로 케이블교체사업을 진행하면서도 동시에 더욱 면밀한 점검계획과 관리계획을 수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은 기자 pres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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