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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쓰레기 빼고, 필요한 알맹이만 사세요!”
고금숙 활동가 인터뷰
'알맹@망원시장 프로젝트', 3개월의 이야기

[망원시장=환경일보] 김보림 객원기자 = 우린 사고자 하는 알맹이에 과한 포장쓰레기를 함께 구매하곤 한다. 구매 후 바로 버려지는 필요 없는 껍데기 포장 쓰레기들, 일회용 쓰레기는 우리 일상에서 당연시되고 있다. 국내 연간 비닐봉투 사용량은 211억 개 이상이며 1인당 평균 비닐봉지 사용량은 연 420개에 다다른다.

올 초 쓰레기 대란 이후 시작된 카페에서의 일회용 플라스틱 제재, 그리고 시민들 사이 확산된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우려로 일회용 쓰레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월 대형마트들은 롤비닐의 사용량을 50% 감축하기로 환경부와 ‘자발적’협약을 맺었다. 아직 이중포장, 속포장 등 과대포장이 즐비하지만 대형마트에서는 장바구니를 판매하는 등 포장재를 바꾸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전통시장은 어떨까. 전통시장의 10평 미만의 영세한 가게들은 비닐봉투 규제로부터 대부분 면제받고 있지만, 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지금 전통시장에서도 자발적으로 일회용 포장재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망원동에서 시작한 일회용 포장재 없애기 프로젝트

지난 9월 서울 마포구의 망원시장은 2018 서울시 리빙랩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주)제로마켓과 함께 상인들과 자발적 협약식을 맺고 ‘알맹@망원시장: 장바구니 대여사업’을 시작했다. ‘알맹@망원시장’은 지난 3개월간 전통시장에서 소포장, 속비닐, 이중포장등의 사용을 줄이고 이용객들이 편리하게 장바구니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서울 망원시장 가게들에 실제 비치돼 있는 대여 장바구니 <사진=김보림 객원기자>

두부가게, 잡화점, 참기름가게, 곡물가게, 분식집, 정육점, 떡집 등 망원시장 내 10여개 이상의 가게가 참여한 이번 프로젝트는 협약가게에서 보증금 500원에 장바구니를 대여해준다. 그리고 손님이 다시 반납할 경우 보증금과 함께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플라스틱 재활용 지역 화폐인 ‘모아’를 제공했다. 시민들이 이용하는 장바구니는 사용하지 않는 에코백을 기부받아 재사용했다.

‘알맹@망원시장 장바구니 대여사업’ 프로젝트 매니저인 고금숙 활동가를 만나 지난 3개월의 얘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알맹@망원시장'의 프로젝트 매니저인 고금숙 활동가가 망원시장 내 카페M에서 알맹프로젝트 안내지를 들고 있다. <사진=김보림 객원기자>

Q. ‘알맹@망원시장 장바구니 대여사업’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A. 대부분의 시장이 그렇듯 망원시장 내 알맹프로젝트에 참가하는 16개 가게 중 하루에 1000개 이상의 비닐을 쓰는 가게가 50% 이상이다. 1%라도 장바구니로 대체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에 동네에서 사람들을 모아 목소리를 내고자 시작하게 됐다.

Q. 지난 7월 ‘플라스틱 어택’ 이후 대형마트에 요구안이 담긴 공문을 보내 과포장을 줄일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안다. 이후 대형마트의 행동 변화가 있었는지

A. 지난 7월 1일, 녹색연합과 매거진 쓸이 시민들과 함께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일회용 포장쓰레기를 줄이자는 ‘플라스틱 어택’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플라스틱 어택’ 이후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공문을 보내는 등 여러 활동과 노력을 했다.

대형마트로부터 큰 사이즈의 롤백을 작은 사이즈로 바꿔 비치하고, 비치된 롤백의 수도 줄이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중포장 및 포장재에 관해선 유색의 트레이를 재활용 가능한 색이 없는 것으로 바꾸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자체브랜드(PB) 제품을 주력으로 판매하던 한 마트에서는 페트병에 분리선 없이 염화비닐수지(PVC) 재질을 쓰는 등 재활용이 불가하게 포장을 해 왔는데, 플라스틱 어택 이후 PB 제품을 재활용 가능한 포장재로 바꾼다고 답변을 줬다. 하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모니터링을 해 데이터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7월 ‘플라스틱 어택’ 퍼포먼스에서 시민들과 활동가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시민들은 장을 본 뒤 필요없는 포장을 벗기고 각자 갖고 온 장바구니, 파우치 등에 내용물을 옮겨 담으며 ‘나는 쓰레기를 사지 않았다’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사진=김보림 객원기자>

Q. 일반 소비자의 입장으로서는 대형마트에서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 이유가 소규모로 알맹@망원시장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계기에도 포함되는지

A. 알맹@망원시장 프로젝트는 쉬운 툴을 두고 매뉴얼을 제시해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고자 했다. ‘대형마트가 이렇게 변했습니다’라는 의미가 있지만, 작은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들의 관심만 유도해도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카페에서 일회용컵을 규제하는 것만 해도 자발적 협약이었다. 사실 기존 산업의 물결이 조금만 잦아들어도 해당 산업이 타격을 받는단 얘기를 한다. 일회용컵을 규제하면 기존의 일회용컵, 플라스틱 제조 산업에서 반격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 제조와 유통에서 바뀌어야 하지만 아직 재활용 등급에 대한 제조업체의 정보공개도 막혀있어 어렵다. 가장 큰 변화는 처음 만들어지는 곳에서 가능하겠지만, 소비자인 시민들의 힘을 모으면 작게라도 좋은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문제를 인식하고 동네사람들이라도 모여 네트워크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다.

Q.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지

A. 아직까지는 큰 반응이 없었다. 비닐이 익숙하던 사람에게 장바구니를 권한다고 어떻게 한 번에 변하겠는가. 그러나 적어도 망원시장에서만큼은 눈치를 보지 않고 장바구니를 내밀고, 갖고 온 개인 용기를 내밀 수 있다. 손님이 와서 제시하면 ‘상인들과 손님이 서로에게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를 알려주며 서로 교육을 하는 관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Q. 지난 3개월간 알맹@망원시장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가장 큰 성과나 보람은 무엇인지

A. 실제 상인들의 비닐 사용량에 큰 변화가 있지는 않았다. 상인들은 20여년 넘게 비닐을 써왔다. 소포장이 많아지면서 이미 포장이 돼 있던 것도 많았고, 비닐은 당연시됐다.

이번 프로젝트의 목적은 상인들이 한번이라도 시민들에게 ‘장바구니를 가지고 왔냐’고 말하는 것이었다. 몸에 익은 편리함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디폴트(기본 설정값)가 된 것 같다. 그래서 쉽게 변하지는 못하더라도 천천히 변해가기를 바랐다. 상인들은 예전에 비해 ‘본인 장바구니가 있으니 비닐을 주지 말라’고 말하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것을 제법 느낀다고 한다. 미약하지만 작은 시도들이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 같다.

Q. ‘쓰레기 없이 장 보기’의 소소한 팁이 있다면?

A. ‘쓰레기 없이 장 보기’에 관심을 갖게 되면 우선 계획적이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게 된다. 한번 실천해보면 냉장고에서 쓰레기가 나오지 않고, 보관도 편리한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계획은 필요하다. 실천하려고 집에 있는 아무 용기를 들고 나왔다간 입구가 좁거나 용기가 작아 내용물을 담지 못하고 또다시 비닐을 꺼내게 될 수 있다. 구매 목록과 사려는 양을 계획해 담을 수 있는 용기를 챙겨야 한다.

흙이 묻은 당근이나 생선, 고기 등 용도가 있는 것들은 따로 준비하는 게 좋다. 입구가 죽통처럼 넓은 것이 무엇이든 담기 좋고, 더스트백을 챙기면 흙이 묻어 있는 채소를 담아가기도 편하다. 다만, 용기를 매번 들고 다니기엔 밑바닥이 커서 장바구니에 안 들어갈 때가 있으니 집에 떡 선물 받고 남아있는 보자기를 활용하자. 큰 장바구니가 없으면 가방 속 접어뒀던 보자기를 꺼내 보자기로 용기를 묶어가는 것도 좋은 팁이다. 용기의 크기가 너무 커 부담된다면 요즘 잘 나와 있는 실리콘백을 사용해 보는 것도 좋다. 또한, 밀랍랩 같은 아이템을 활용하면 간단히 테이크아웃 가능한 김밥이나 떡꼬치 등 남은 음식물을 포장해오기도 좋다.

또한, 전통시장을 이용하면 쓰레기 없이 장보기가 좋다. 쌓여있지 않은, 포장돼있지 않은 것을 사기 쉽고 필요한 만큼만 사갈 수도 있다.

쓰레기 줄이기, 불편이 아닌 삶의 즐거움으로

최근 알맹@망원시장, 보틀팩토리의 ‘Your Bottle Week’ 등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알짜배기 작은 프로젝트들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수십 년간 우리 사회는 일회용품, 플라스틱의 편리함에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인지 일회용 플라스틱의 문제점을 알고 실천하려는 사람들은 유난을 떤다는 핀잔을 받거나 특이한 사람이라는 시선을 받곤 한다. 하지만 제도적인 노력보다도 시민사회의 인식 전환 없이는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갈 수 없다.

고금숙 활동가는 “강요가 아니라, 지속가능하기 위해 함께 경험을 공유하고 물들어 가는 게 좋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또한 “익숙함에 불편하고 번거롭다 느낄 수도 있지만, 불편을 넘어 자기 삶을 돌볼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작은 실천으로 내 살림을 더 즐겁게 돌보는 재미를 누려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작은 시도, 좋은 실천들이 모여 지속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통로가 생기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김보림 객원기자  borim210@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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