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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7년째 사막에 나무 심는 노인” 미래숲 권병현 대표“미래 세대에게 지속 가능하지 못한 지구를 물려줬다. 행동으로 사죄해도 모자라”

[미래숲=환경일보] 임나리 객원기자 = 오늘도 어김없이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언제쯤 답답한 마스크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중국의 급속한 사막화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녹색 만리장성을 쌓고 있는 백발의 노인이 있다.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의 초대 지속가능한 토지관리 챔피언(Sustainable and Land Management Champion) 및 녹색대사(Greening Ambassador)로 임명된 권병현 (사)한중문화청소년협회 미래숲 대표다.

쿠부치사막에서 나무를 심고 있는 권병현 대표 <사진=미래숲>

“나에게 사막이란 저주받은 땅이 아닌 희망의 땅”

미래숲은 황사∙사막화 방지사업을 통한 한∙중 환경협력과 글로벌 인재양성을 위해 2001년에 설립된 비영리조직이다.

미래숲은 황사의 발원지인 중국 내몽고 쿠부치사막에 매년 100명의 녹색봉사단을 파견하고 있으며 현재 16㎞에 달하는 방품림을 조성했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황사의 37%가 내몽고에서 발생한다. 권 대표를 통해 녹색장성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았다.

“외교관은 입신양명을 위한 외도, 흙의 아들아 흙으로 돌아가자”

경남 하동의 작은 마을에서 자랐다는 권병현 대표는 학창시절 영남 웅변대회에서 “흙의 아들아, 흙으로 돌아가자”를 발표해 최우수상을 받았다. 어린시절부터 그의 삶에는 자연이 깊숙이 스며들어 있던 것이다.

그는 지역 문맹을 퇴치하고자 중학교 3학년 때 야간학교를 설립했다. 하지만 1년 후, 마지막 학생이 학교를 그만두며 인생의 첫 좌절을 경험하고 일기장에 “입신양명 하리라”는 다짐을 적었다.

그렇게 서울대학교 법학과에 지원했으나 낙방했고,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농업고등학교 학생은 마침내 서울대학교에 입학했다. 방황하던 대학시절, 서울대학교 이한기 교수를 멘토로 만나 외교관의 길을 걷게 됐다.

권 대표는 1990년대 후반 중국 대사로 활동하던 당시 심각한 황사를 보며 ‘과연 우리가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고 걱정했다고 한다.

이에 현직 대사로서 1999년 4월5일 식목일에 중국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고 외교관 생활을 마친 후 곧바로 2001년 미래숲을 설립했다. 그는 “흙의 아들이 결국 흙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말했다. 비로소 일평생 꿈꾸던 이상에 접어든 것이다.

나무 심기는 미래세대를 향한 사죄 수단

“유엔의 공인으로서 증언합니다. 지구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가진 자원은 유한하지만 인간의 욕심 때문에 지구의 지속가능성이 급속도로 하락한 것을 깨달았을 때 그가 느낀 놀라움은 실로 컸다. 지금의 지구를 만든 범인은 20세기를 주도한 본인 세대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미래세대가 받기 때문이다. 지금 이순간에도 1분에 축구장 40개에 달하는 면적(23㏊)이 사막화 되고 있다.

그는 “모두가 무감각하게 있는 것이 가장 무섭다”며 “같이 나무를 심고 구체적인 성과를 얻음으로써 미래 세대에게 빚을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약 3400명의 한중 청년들이 미래숲을 거쳐갔다. 권 대표는 "물방울이 모여 물줄기를, 물줄기가 모여 대하(大河)를 이루기를 바라며 미래숲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스코어를 넘어 그린코어의 시대로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빈곤문제와 같은 사회양극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피스코어(Peace Corps)를 만들어 개발도상국을 지원했다.

“당시에는 양극화 현상이 인간 대 인간의 문제였지만 지금은 인간 대 지구의 대립입니다. 훨씬 심각한 문제를 직면했어요” 권 대표는 인류가 기계문명을 통해 지구를 정복하는 호모데우스(Homo Deus)가 됐다고 표현했다.

그는 “인간과 지구가 공생하는 문명으로 바뀌지 않으면 공멸할 것입니다. 지속가능한 생태문명으로 전환해야 할 시기입니다. 그린코어(Green Corps)의 시대가 온 겁니다”라고 말했다.

(사)한중문화청소년협회 미래숲 권병현 대표 < 사진=임나리 객원기자>

사막화 방지와 청년 교류는 동전의 앞뒷면

예로부터 한중은 동양문명을 이끌어가는 상생 관계였으나 불과 한두 세대 전에 관계가 무너졌다.

냉전 이후 1990년대 초반 한중수교 비밀교섭을 이끌기도 했던 권 대표는 “한중교류는 더 이상 실패하면 안 된다”며 “양국이 다시 손잡고 미래 세대들이 지도자로 성장하기 전에 함께 어울려 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 뿐만이 아니다. 권 대표는 “양국 청년들이 사막에서 함께 나무를 심으며 친분을 쌓는 것은 상생효과를 가져온다”며 “국경은 인위적인 것이고 결국 우리가 지구상의 운명공동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국적이 다르다고 싸울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방중과 관련해서도 “제가 ’송무백열 초심회귀(松茂柏悅 初心回歸, 벗이 잘됨을 기뻐하며 초심으로 돌아가자)’를 외치자 중국공산주의청년단 측에서 환성이 터져 나왔다”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음을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드 사태 이후 주춤했던 여타 활동과는 다르게 녹색봉사단은 한중교류가 계속됐고 이번 방중을 통해 관계가 완전히 회복됐음을 보여줬다. 내년 녹색봉사단은 일본과 몽골, 그리고 가능하다면 북한까지 규모를 넓혀 활동할 계획이다.

쿠부치사막의 희망이 깊게 울려 퍼지길

사막화현상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17개의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UN SDGs) 중에서 사막화방지협약(UNCCD)에 관한 내용은 오직 15번째 목표 내 세부목표 1개뿐이다.

여전히 토양환경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며, 사막화방지 성과도 쿠부치사막이 유일하다.

권 대표는 “처음에는 (전문가들이) 쿠부치사막은 생태복구가 불가능한 지역이라고 말했지만, 이제는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사막화로 인해 삶의 터전을 버리고 떠났던 15가구가 모두 쿠부치로 돌아왔고 생태계가 많이 회복돼 이제는 녹색생태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권 대표의 소망은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넘기 전에 지구의 토지환경이 지속 가능하도록 바꾸는 것이다. 그는 “쿠부치사막을 성공적 선례로 삼아 사막화방지 운동에 대한 범 지구적인 파급효과가 일어나길 바란다”며 “그 중심에 녹색봉사단이 있다”고 말했다.

북경 2022 동계올림픽을 그린올림픽으로

이번 17기 녹색봉사단은 방중일정으로 ‘북경 2022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를 방문했다. 그린올림픽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조직위원회는 환경보호 차원에서 과거 북경 대기오염 주범이었던 수도철강단지 공장을 개조해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동계올림픽을 위해 수많은 산림을 파괴하고 지구를 황폐화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 권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북경 동계올림픽 선전부장에게 올림픽 기간에 ‘지구 살리기 그린코어 전시회’를 개최할 것을 제안했고 구두 합의를 이뤘다고 했다.

권 대표는 “올림픽 준비에 파괴된 산림을 복원하겠다는 약속을 그린코어 전시회에서 선언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전 세계로 환경보호의 메시지가 퍼져 나가길 기대해본다.

임나리 객원기자  imnari1256@hkb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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