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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지 않게 그를 만나러 가는 길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
‘천리포수목원’ 김용식 원장 인터뷰

[환경일보] 서효림 기자 = 천리포수목원은 한국전쟁 후 경제적 문화적으로 피폐했던 암울한 상황에서 일본이 항복한 후 미군 정보장교로 1945년 인천에 상륙한 푸른 눈의 이방인 밀러가 황량했던 태안의 바닷가 황무지를 57년간 은둔하다시피 살며 고집스럽게 일궈낸 비밀의 정원이다.

파란 눈의 외국인이 평생을 두고 남겨준 천리포수목원은 지난 2000년 국제수목학회로부터 세계에서 12번째,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지정된 바 있다.

올해 초 부임한 김용식 원장을 만나 아름다운 그곳에서의 향긋한 추억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천리포수목원 김용식 원장

1945년 광복과 함께 한반도에 진주한 미군의 정보장교로 인천에 첫발을 디딘 독일계 미국인 카알 페리스 밀러(Carl Ferris Miller)는 한국 전쟁의 상흔이 채 아물지 못한 1962년 한국에서 여생을 보낼 결심을 하고 충남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 해수욕장 인근의 토지를 매입했다.

Q. 국내 최초 민간수목원인 천리포수목원을 소개하면

A. 이미 다 알려져 있는 것처럼 천리포수목원은 그 출발이 매우 독특하다. 창립자인 밀러는 우리나라의 전통과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왕립아시아학회(Royal Asiatic Society)를 통해 전국의 산하를 두루 답사했다. 동시에 이를 해외 또는 외국인에게 알리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후 1960년대 초 아주 우연히 천리포에 별장 부지를 구입, 연이어 천리포 해변에 땅을 구입했다.

당시 서울대학교 이창복 교수님, 임업시험장 김이만 나무 할아버지 및 조무연 연구관의 도움을 받아 수목을 구입해 식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들어온 국내의 식물로는 양묘장에서 함박꽃과 목련을 구입했고, 해외에서는 1973년에 처음으로 미국 메릴란드의 Tingles Nursery에서 Magnolia x loebneri, M. stellata ‘Waterlily’를 각각 도입했다. 현재는 감탕나무속, 동백나무속, 목련속, 단풍나무속 및 무궁화속 등을 집중적으로 수집했으며, 특히 목련속은 세계에서 가장 많다.

천리포수목원은 개인의 설립으로 시작했으나, 현재는 산림청에 등록한 공익재단으로 우리나라의 수목원 문화발전을 위해 노력을 하는 중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지정된 천리포수목원 전경

Q.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지정돼 주목받고 있다. 또한 희귀수목이 많은 것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특히 이름난 수목이 있다면

A. 천리포수목원이 보유한 식물 중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식물은 단연 목련속(Genus Magnolia)으로 789종류(분류군, taxa)이며 전 세계 목련의 약 80% 정도이다. 일반적으로 목련속 수목은 식물 진화로 보아 비자나무처럼 가장 원시식물에 속할 뿐 아니라 현재 가장 사랑받는 원예용 수목이다. 이외에도 동백나무속 800종류(분류군, taxa), 감탕나무속에 속 528종류(분류군, taxa), 무궁화속 300종류(분류군, taxa) 및 단풍나무속 251종류(분류군, taxa) 등이 있다.

특히 수집한 목련속 중에는 세계자연보전연맹의 적색목록(IUCN Redlist)에 해당하는 목련이 24종 있으며, 특히 극히 위급(CR:Critically Endangered)한 목련 1종, 위험종(EN: Endangered) 4종을 보유하고 있다.

설립자인 고 민병갈 박사

Q. 설립자인 고 민병갈 원장 재직 당시 실습생에서 원장으로 취임한 소감은

A. 당시의 식물원과 수목원으로는 홍릉수목원, 광릉수목원, 부산의 금강식물원 및 대학수목원으로 서울대학의 관악수목원 정도로, 일반인에게는 매우 생소한 기관이었다. 1976년 5월 6일에 육군에서 만기 전역하자마자 천리포수목원에서 인턴생활을 시작했다. 인턴 당시에 국내외에서 수목의 도입한 수목의 관리, 특히 종자와 삽수를 이용한 번식과 식물을 식재한 후 기록하는 작업이나 교환용 식물종자목록(Index Seminum)의 관리를 주로 맡았다. 당시 수목의 무성 및 유성번식에 큰 관심을 갖고 관련 해외도서를 탐독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비록 10개월의 코스이기는 하지만 산림청에서 지원하는 수목원전문가 양성과정이 생겨 격세지감을 느낀다. 대학에서 근무한 탓도 있겠지만, 수목원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수목원 관리 전문 인력의 양성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 이 분야의 발전에 정성을 쏟고 싶다. 이곳에서 인턴을 했음을 일생의 큰 자랑과 자부심을 느낀다.

Q. 일반에 공개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수목원을 찾고 있다.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수목원 시설과 천리포수목원만의 매력은

A. 천리포수목원은 여러 부지로 나뉘어 있으나, 처음 수목원이 출발한 본원인 밀러가든과 목련산을 포함한 그 외의 구역 등 현재 두 구역으로 구분하며, 전체 58ha의 면적 중 일부분인 밀러원만 개방한 상태이다. 아쉽게도 수목원의 출발은 충분한 부지설계를 하지 않았기에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다른 수목원과 달리 천리포수목원은 지형과 식물의 인위적인 관리를 최소로 한 탓으로 자연의 느낌을 더욱 만끽할 수 있으며, 이러한 장점으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선정된 배경이다. 나무 하나하나는 볼품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매우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점이 큰 특징이다. 개방한 밀러가든을 중심으로 보면 연못 주변, 바닷가의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소사나무집 주변 및 우드랜드이다. 아울러 천리포수목원은 서울과 경북지방에서 해체한 전통한옥을 옮겨 현재 11채가 있다. 이 건물은 본디 고 민병갈 원장님의 거처, 사무실 또는 직원 숙소 등으로 사용됐으나, 현재는 대부분 수목원의 의미를 더욱 깊이 즐길 수 있도록 가든 스테이의 방식으로 수목원 후원회원을 비롯해 일반인도 수목원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해서 활용하고 있도록 하고 있다.

Q. 해외 식물원 중에서 본이 될 만한 식물원 3개를 꼽는다면? 그 이유는

A. 현재 우리나라에는 곧 개원하는 산림청 국립백두대간수목원처럼 부지나 예산규모가 큰 경우도 있다. 전시와 일반인 및 전문가 양성교육 등의 관점에서 본다면 힐리어수목원, 모리수수목원 및 위슬리가든이다. 천리포수목원의 조성 초기에 주로 영향을 받은 곳은 영국의 Sir Harold Hiller가 만든 힐리어수목원으로, 영국 내셔널 트러스트 중의 한 곳이다. 1970~1980년대에는 이곳에서 많은 수목을 도입했기에 식재된 수목도 천리포수목원과 비슷하다. 특히 수목원에 아시아 원산인 한국, 중국 및 일본에서 도입한 많은 수종을 전시한다. 미국 펜실베니아대학의 모리스수목원은 힐리어수목원과 거의 유사하게 중국, 일본 및 우리나라의 수종을 수집, 전시하고 있다. 식물원으로는 영국의 왕립원예협회 산회의 위슬리가든(Wisley Gardens)이 유명하다. 이곳은 특히 많은 식물을 수집했을 뿐만 아니라 전시와 교육을 통해 일반인들이 자기 집의 정원에 응용할 수 있도록 관련 잡지나 책자의 발간 등과 함께 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특히 이들 3개의 수목원은 사립, 대학 및 협회 소속으로 수목원이나 식물원의 관리가 매우 우수하며, 앞으로 우리나라의 수목원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들 수목원의 모델과 관리를 참고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Q. 천리포수목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식물종류를 보유한 곳이다. 식물종 다양성 확보와 유전자 보존을 위한 활동을 소개한다면

A. 산림청의 지원으로 목련과 동백나무속을 집중적으로 수집 중이다. 특히 1998년에 이어 2년 후(2020년)에는 국제목련학회를 우리 수목원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이런 학회활동은 국내의 수목원 중 천리포수목원이 거의 유일하며, 큰 자랑이다. 수목원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수목원 전문가과정이나 일반인, 중고교 교사를 대상으로 한 장, 단기과정을 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멸종위기식물을 체계적으로 보전하기 위해 특히 가시연꽃, 매화마름, 노랑붓꽃 등을 대상으로 현지 및 현지외 보전활동을 하고 있다. 아울러 국립산림과학원과 공동으로 수집한 목련속의 대량번식 연구를 수행 중이어서 앞으로 일반인이 목련속 수목을 더욱 가깝게 즐길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고 민병갈 박사가 생전에 아꼈던 목련은 수목원의 자랑이다.

Q. 올해의 계획과 앞으로의 포부는

A. 올해의 계획은 크게 4가지이다.

첫째는 직원의 역량강화이다. 이는 한순간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특강, 연수, 분임토의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직원의 역량을 높이고자 한다. 왜냐하면 좋은 수목원이 되기 위해서는 직원의 역량강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현재 수집한 식물종의 관리와 이들 발판으로 한 활용도를 높이는 일이다. 좋은 수목원이란 확보한 수종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이를 잘 관리하고 어떠한 목적으로 활용하는가도 중요한 도전과제이기 때문이다. 셋째로, 훌륭한 도서관을 만들기 위한 첫발을 내걷고 싶다. 현재 우리 수목원은 고 민병갈 설립자께서 남기신 만여 권의 장서가 있다. 불행하게도 국내의 식물원과 수목원에는 도서관이 없기에, 수목원 직원뿐만 아니라 관련분야의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는 도서관 만드는 일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 시작의 하나로 본인이 (사)한국환경생태학회에서 받은 학술상의 기금도 이 목적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는 후원회원의 확대이다. 좋은 수목원이 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재정의 뒷받침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천리포수목원이 더욱 발전해 국내외적으로 공헌할 수 있도록 정성어린 도움을 기대한다.

서효림 기자  shr8212@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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