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철 기상청장 |
[환경일보] 서효림 기자 = 지난 15일 발생한 포항지진은 사상 초유의 ‘수능연기’ 사태를 가져왔다. 기상청은 앞으로 수차례에 걸쳐 여진이 발생할 것이라 예보해 지진의 공포는 아직 진행 중이다. 여전한 혼란 속에 기상청은 지진 발생 19초 만에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포항 지역을 제외한 서울 수도권 지역에서는 긴급 재난 문자를 받고 난 후 진동이 감지됐다. 발 빠른 대응으로 긴급 재난 대처의 모범 사례라 평가받는 남재철 기상청장을 만나 기상 예보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과 내년 IPCC 의장국으로서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기상청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예보 정확도 높이기 위해 ‘예벤저스’ 출동
연구사 출신 청장인 남재철 기상청장은 특이기상에 대응하는 ‘예벤저스’를 꾸리는 일로 임기를 시작했다. 기후변화가 심화됨에 따라 날씨의 변화는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기상청 체육대회 마다 비가 온다’는 농담이 뼈 아픈 질책으로 다가온다는 남 청장은 “앞으로 날씨 변화의 예측이 더 어려워진다 하더라도 더욱 정확한 예보를 생산하고 제공하기 위해 더욱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예보정확도는 ▷관측자료의 품질 ▷수치모델자료의 예측 성능 ▷예보관의 역량에 따라 발전하게 된다. 남 청장은 예보관의 ‘역량집중’을 가장 시급한 과제라 꼽았다. 기상청은 초급예보관부터 고급예보관까지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경력개발제도를 운영하고, 역량 있는 예보전문가를 지속적으로 양성하기 위한 교육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1년 365일 24시간 교대근무를 해야 하는 업무 특성 등으로 인해 선호도가 낮은 예보관에 향후 승진, 수당 인상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장기근무 유도 및 직무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한국형수치모델 도입하면 예보 정확도 더욱 높아질 것
관측 분야에서는 우선 지상, 고층, 해상 등 관측 공백지역에 대한 관측망을 보강하고, 위성과 레이더를 포함하는 원격탐지 기술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수치모델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 적합한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필수다.
현재 우리나라가 도입한 수치모델은 영국기상청에서 가져온 것으로 우리나라의 기상 특성을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 남재철 청장은 미국 콜로라도 파견 시절을 예로 들었다. “콜로라도주는 우리나라 1.7배의 크기인데도 산이 없고 큰 호수도 없어 예보 정확성이 높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기본적으로 예보 정확도를 높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남 청장은 한국의 지형적 특수성과 특이 기상 자료가 반영한 수치모델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형수치모델이 개발되면 예보의 정확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남재철 청장은 기대했다. |
그는 2011년 설립된 ‘한국형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이 우리나라에 적합한 현업용 전지구 수치모델을 개발해 내후년 완료할 예정이며 “향후 이를 현업에 활용하면 예보정확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 기대했다.
IPCC 의장국으로서의 역할 충실
내년 10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제6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 개최 소식을 전하는 남재철 청장은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2015년 당선된 이회성 박사를 중심으로 하는 IPCC활동에서 우리나라는 이미 협력국을 선도하고 있으며 개최하는 것만로도 우리 기상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반응을 가져올 것”이라며 총회 개최의 의의를 강조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들간의 협력은 이미 상당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중 기상청은 세계기상기구(WMO)를 중심으로 하는 기상기후 관측 및 예측 정보의 공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전세계에 15개가 있는 WMO의 전지구정보시스템센터(GISC) 중 하나를 운영하고 있으며, WMO의 장기예보선도센터나 아시아태평양 기후센터(APCC) 등을 통해 기후변화 정보를 전세계에 제공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기상과학기술과 IT기술을 바탕으로 한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도 국제 협력 사업 가운데 하나다. 기상청은 기후변화 및 이상기상 현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을 위해 베트남 기상재해감시시스템 현대화 사업, 몽골 자동기상관측시스템 구축사업 등을 진행했다. 이 사업을 통해 개도국이 기상기후 재해에 대한 대응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인프라 제공 및 교육훈련을 지원했고 향후에도 미얀마,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나, 나이지리아, 케냐, 카메룬 등 아프리카 국가 등을 대상으로 하는 기상기후 국제원조 사업들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취약계층에게는 다가가는 기상서비스 제공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생활 밀착형 예보를 전달하고 있다. 다양한 위험기상 현상 중 겨울철에 비중이 크고, 사전 예방이 특히 중요한 대표적인 현상은 대설과 한파다.
겨울철 자연재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대설에 의한 시설피해 등이다. 남재철 청장은 “최근 10년간 대설로 인한 피해액은 약 2,180억 원으로 해년마다 200억 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심각성을 강조했다. 기상청은 대설 감시 강화를 위해 올해 레이저식 적설계 60대를 추가로 도입하는 등 총 359대(레이저식 122대, 초음파식 67대, 적설감시 CCTV 170대)의 적설관측장비를 운영할 예정이고, 전문적인 분석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취약계층에 특히 큰 영향을 주는 한파는 금전적 피해 뿐 아니라 독거노인이나 쪽방촌 거주자의 위기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손실을 가져온다. 기상청은 한파 취약계층을 위한 기상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단순히 온도를 안내해주는 것이 아니라 “온도가 낮으니 쉼터로 이동하라”는 등의 영향 예보를 취약계층 관리자(농어촌 이장단, 노인계층 지원 담당공무원(돌보미), 쪽방촌 자원봉사자 등)를 대상으로 제공해 한파로 인한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굳이 겨울철로 한정하지 않더라도 태풍, 호우, 폭염 등의 경우도 예방이 특히 중요한 기상 현상이다. 이러한 위험기상현상에 대해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기본적인 노력을 함께하고 있다.
기상산업 활성화 기반 다져 다양한 국민 수요 부응
민간 영역의 기상산업은 세계적인 성장가능성이 높지만 아직 더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남 청장은 다양한 지원책을 통해 기상산업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
남재철 청장은 지난여름 폭염 해제 시점을 맞히지 못해 곤혹을 겪었던 때를 떠올리며 “예보가 빗나갈 경우 혹은 예측하지 못한 기상특보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는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빗나간 예보에 대한 원인과 미흡한 점을 진솔하게 설명하는 등 소통을 강화하여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기상정보에 대한 국민의 수요는 다양하다. 사회가 다변화되고 산업이 고도화 되면서 사회 각 분야에서 필요한 맞춤형 기상정보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기상청에서는 기상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재난·안전 관련 기상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특정대상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맞춤형 기상정보는 민간의 영역으로 발전했다. 남재철 청장은 “민간에서 적극적인 상품개발을 통해 수요자가 요구하는 차별화된 기상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민간 기상사업 역량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성료한 기상기후산업박람회도 이를 위해 열렸다. 기상청은 2009년 기상산업진흥법을 제정해 민간 기상산업 활성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예보의 불확실성 ‘소통’으로 채워 나갈 것
외국과 비교했을 때 다소 더딘 편이라 평가받는 기상산업은 올해 실태조사 결과 총 매출액 3,838억원으로 아직도 많은 성장과 지원이 필요하다. 기상청은 기상산업을 육성하기 위하여 청년창업지원, 성장지원센터 운영, 해외 수출지원 등 다각적인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상기후 예비창업자 또는 창업기업의 자생력 강화 및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2015년부터 기업 인프라지원 및 유망 기상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기상기업 상장지원센터를 운영하여 총 25개사를 지원했다. 성장지원센터 입주기업의 특허 등과 같은 지적재산권 등록 증가 뿐만 아니라, 기업 매출액도 증가하여 2016년 매출액은 86억으로 전년도 대비 36%의 매출 증가를 보이고 있다.
2014년 시작한 기상기후산업 청년창업지원사업을 통해 30개팀의 예비창업팀을 지원해 지금까지 6개사가 새롭게 창업하여 25명의 일자리가 신규 창출됐고 작년에는 3억5천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또한, 국제공동현지화 사업 및 종합수출 지원사업 등을 통해 국내 기상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민·관 공동으로 세계기상기후산업박람회 한국관 운영 등 다각적 방면에서의 국내 기상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남재철 청장은 최근 벌어진 인공지진 당시의 업무혼란, 부산 집중호우, 오락가락한 미세먼지 예보로 지적받은 국정감사 등에 대해 “국민 불만에 귀 기울이지 못한 탓”이라 말했다. 그는 완벽한 예보는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자연에 내재된 불확실성으로 인한 예보의 한계를 설명했다. 남 청장은 단순히 예보 정확도 보다 충분치 않은 기상정보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귀담아 듣지 못해 생긴 신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의 불신과 언론의 비판을 받아들이고 예보 정확도를 높이는 한편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모자란 부분을 채워나가겠다고 말했다.
대담 중인 남재철 기상청장(왼쪽)과 본지 김익수 편집대표 |
서효림 기자 shr8212@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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