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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캠퍼스 내의 작은 정원 ‘옥상녹화’

[환경일보] 강의실에는 60명의 학생들이 빼곡히 줄지어 앉아 있고 교수님은 3시간 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강의를 진행하신다. 지루한 강의와 짙어진 이산화탄소 농도 탓에 꾸벅꾸벅 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면, 계단을 올라 건물의 옥상으로 향한다. 옥상에 도착해 문 하나를 열면, 잿빛의 강의실과 전혀 다른 푸르름이 넘실대는 공간이 펼쳐진다. 이 곳 옥상 정원에서 잠시나마 맑은 공기를 마시고, 푸른 나무들 사이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 10동 옥상에는 지난 해 옥상 정원이 설치됐다. 정원이 설치된 이후 옥상은 우리 학생들에게 휴식처이자 데이트 장소이자 소풍 장소가 됐다.

다른 건물 옥상은 철문으로 굳게 막혀 있거나 시멘트 바닥에 청소 도구들만 가득한 데 비해 10동 옥상은 우리를 작은 공원으로 안내한다. 바닥에는 시멘트 대신 잔디가 깔려 있고 계절마다 서로 다른 꽃들이 만개하며, 작은 귀퉁이에는 상추와 토마토 등도 길러지고 있다.

잠시 앉아 쉴 수 있도록 정자와 벤치도 설치돼 있고 여느 공원처럼 반반한 돌들이 놓인 산책로도 마련돼 있다. 우리는 이 곳에서 도시락을 먹기도 하고 광합성을 하며 잠시 낮잠을 자기도 하고, 삼삼오오 무리 지어 산책을 하기도 한다.

옥상 정원은 이렇게 휴식처가 되어주는 정서적 장점 외에도 많은 긍정적 효과들을 가져다 주고 있다. 콘크리트 옥상에 비해 녹지 옥상이 갖는 장점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먼저 옥상정원은 홍수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비가 오면 콘크리트 바닥은 물을 머금지 못하고 하수구로 보내게 된다. 따라서 비가 한꺼번에 많이 올 경우 물이 넘치거나 역류하는 등의 홍수 피해가 발생한다. 그렇지만 녹지는 물을 흡수하고 지하수로 식물들을 길러내기에 훨씬 적은 양의 물이 하수구로 유출된다. 이는 실질적으로 물을 저류하는 역할을 해서 홍수 피해를 예방할 수 있고, 빗물로 식물들을 길러 물을 절약하는 간접적 효과도 있다.

다음으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평범한 건물의 옥상은 수분이 없기에 햇빛에 따라 표면 온도의 변동폭이 크다. 특히 여름철에 햇빛이 강렬하게 내리쬐면 건물의 옥상은 쉽게 뜨거워져서 건물의 내부 온도를 더 높인다. 이렇게 데워진 건물의 온도를 내리기 위해 에어컨을 사용해야 하고 이는 에너지 손실로 이어진다.

하지만 녹지는 기후에 따른 온도 변화가 크지 않고 오히려 햇빛에도 건물의 온도가 크게 증가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실제로 콘크리트 옥상과 녹지 옥상의 여름철 표면 온도는 최대 26도 차이가 난다는 연구가 있다. 이는 냉방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줄여 우리 건물을 기준으로 한 달에 20만원 이상의 전기세가 절감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옥상 정원은 경작지로 활용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전국적으로 점차 농지 면적이 줄어드는 추세이고 특히 도시에서는 경작지를 찾아보기 힘들다. 버려진 공간인 옥상이, 먹거리를 생산해내는 가치 있는 땅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우리 건물의 옥상 정원은 경작 보다는 정원으로 주로 활용되지만, 옥상 전체를 텃밭으로 가꾸어볼 수도 있다. 상추, 토마토, 오이 등 직접 기른 건강한 채소들로 우리 식탁을 꾸밀 수 있을 것이다.

녹지였던 땅에 콘크리트 건물을 짓는 것은 우리 자연에 여러 문제점을 초래했다. 건물을 지으면 그 지역에 비가 땅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에너지를 과소비하게 되고, 경작지나 농업용지가 감소한다.

옥상녹화는 이렇게 건물 공사가 만들어낸 문제들을 해결하고 빌딩 속에서 지친 사람들에게 휴식처가 되어주기도 한다. 옥상을 정원으로 가꾸는 것은, 우리로 인해 뒤틀린 자연을 조금이나마 바로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책임을 다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사업이 우리 캠퍼스 전체로, 전국으로 확대되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도심 속 정원을 쉽게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편집국  pres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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