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에 울려 퍼지는 꿀벌의 날갯짓
이 책은 1월부터 12월까지 양봉가가 해야 할 일 등 실용적인 정보와 함께 도시양봉가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초보 양봉가의 눈높이에 맞춰 달마다 준비해야 하는 장비, 점검해야 할 항목 등을 상세히 설명하며 양봉에 입문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을 담았다. 또한 도시양봉을 하며 저자가 겪었던 애로사항과 기쁨의 순간들, 벌과 공존하는 이야기 등을 통해 양봉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도시표 꿀은 사람들에게 달콤함과 함께 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전한다. 더 많은 도시양봉가가 탄생해 도시의 꿀 자급률이 100퍼센트가 되는 날을 꿈꾸며 오늘도 도시양봉가는 전진 중이다.
도시양봉의 선구자가 들려주는 양봉 노하우
저자 스티브 벤보우는 도시양봉 경력 10년을 자랑하는 도시양봉의 선구자이다. 10년 전 자신이 살던 아파트 옥상에 처음으로 벌통을 설치하고, 첫해 만에 검고 진한 꿀을 얻었다. 도시양봉을 하겠다고 나설 때만 해도 모든 사람이 미친 짓이라고 말렸지만 그는 성공을 확신하고 밀어붙였다. 그 결과 런던에서 가장 ‘잘나가는’ 도시양봉가가 됐다. 영국 왕실에 식료품을 납품하는 백화점, 세계 곳곳에 지점을 둔 백화점뿐만 아니라, 호텔 커피숍, 고든 램지와 마커스 웨어링을 비롯한 유명 요리사들에게 도시에서 생산한 꿀을 판매한다. 이런 그이지만, 지금도 작은 상점들에 직접 꿀을 배달하며 사람들에게 도시 꿀과 도시양봉의 이점을 전파한다.
이 책은 도시양봉가의 1년 생활을 담은 에세이이자 지난 10년의 노하우를 담은 실용서이다. 또한 초보자를 양봉의 세계로 이끄는 안내서이기도 하다. 양봉을 아예 처음 시작하거나 경험이 별로 없는 사람의 눈높이에 맞춰서 양봉가가 매달 해야 할 일을 조언한다. 예를 들어 1월은 자신이 정말 양봉을 하기에 적합한 사람인지를 생각한 다음 이론강좌를 들으면서 마음을 준비하는 달이다. 초보 양봉가는 지난 양봉철에 썼던 장비를 소독하고, 더 필요한 장비를 갖춰야 한다. 매달 계절의 특성과 벌들이 하는 일, 생태를 자세하게 설명한다. 특히 도시에서 더욱 신경 써야 하는 분봉(分蜂: 늦은 봄이나 초여름 경, 벌의 수가 늘어 벌집이 비좁아지고 새로운 여왕벌이 출생하기 직전, 일벌의 약 절반이 구여왕벌과 함께 집을 나와 다른 곳으로 옮겨 다시 벌집을 짓는 것)이나 이동양봉, 양봉하기 좋은 위치에 관한 정보가 많아 도시양봉을 하려는 이에게 더욱 유익하다. 딱딱한 이론서가 아니라 저자의 경험담(성공담보다는 실패담이 더 많아서 현실적이다)이 함께해 더욱 흥미롭다. 저자의 숨 가쁜 1년을 따라가다 보면 전반적인 양봉 지식을 쌓을 수 있다.
벌과 친한 도시, 공생을 위한 움직임
우리나라에서도 도시양봉이 늘고 있다. 서울시 서소문 시청별관 옥상에 있는 벌통에서는 2012년 40리터의 꿀을 생산했다. 강동구, 은평구, 송파구 등 도시텃밭에 양봉장을 만들어 작물들의 수분(受粉)을 도우면서 꿀도 얻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는다. ‘서울도시양봉협동조합’이라는 단체도 설립 준비 중이다. 벌을 둘러싼 움직임이 긍정적이고 또 활성화하는 이유는, 벌이 생태계에 이바지하는 역할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주요 작물 중 71종이 벌들의 수분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벌은 식물의 열매를 맺게 해주고, 나머지 동물들은 그 수확물로 삶을 이어간다. 이런 벌의 중요도를 따져 봤을 때, 도시양봉은 벌과 사람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이 살기 위한 공생(共生)의 움직임이다.
벌과 친한 도시는 당연히 사람도 살기 좋다. 양봉하려면 밀원(蜜源: 벌이 꿀을 빨아오는 원천) 식물이 있어야 하므로 공원이나 옥상정원, 텃밭 등 녹지공간은 더욱 늘어난다. 벌을 보호하기 위해 살충제, 농약 사용은 줄 것이고), 당연히 도시에는 더욱 많은 생명이 살게 된다. 건물과 빌딩으로 삭막하기만 했던 도시는 생물다양성을 간직한 ‘생태도시’로 탈바꿈한다. 속설에 아인슈타인이 “꿀벌이 멸종한다면 4년 후 인류는 멸종할 것”이라고 예언했다는데 이 말을 도시양봉에 적용한다면 “도시양봉 4년이면 인류를 비롯한 모든 생물은 번성할 것”으로 바꿔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김영애 pres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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