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매 중인 100리터 쓰레기 봉투 |
[환경일보] 안상미 기자 = 모 단체의 조합원이 자신의 SNS를 통해 “나는 100리터 쓰레기봉투에 항의한다”며 올린 글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며 ‘100리터 쓰레기종량제봉투(이하 100리터 봉투)’가 미움을 사고 있다.
글의 내용은 폐기물로 가득 찬 100리터 봉투는 환경미화원이 운반하기에 너무 크고 무거워 허리, 어깨 등에 무리가 간다는 것. 또 환경미화원의 주된 연령층이 중·노년인 것을 감안하면 관련업에 종사하는 이들을 배려하지 않은 크기라는 것이다.
지난 12월 30일 올라온 이 글은 현재 SNS상에서 확산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비용 아끼겠다고 꽉꽉 채웠던 제가 밉네요”, “처리하시는 분을 미처 생각 못 했다”, “봉투를 만들 때 대책이 있어야 한다” 등의 의견들을 속속 올리고 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근골격계질환센터 윤덕기 연구원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생활 폐기물 수거자는 1일 평균 6.4톤 이상의 중량물을 취급한다. 환경미화원 54.2%는 허리, 어깨, 무릎 부위에 통증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연구원은 “2010년 이후로 꾸준히 실태조사를 했는데 환경미화원 대부분이 허리, 무릎 통증을 호소했고 어깨 근육이 파열된 이들도 많았다”며 “어떤 곳에서는 종량제 봉투에 시멘트를 가득 채워 버린 일도 있었는데, 작업자들은 봉투 안 폐기물을 파악하지 못 한 채 운반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우려된다. 그렇기 때문에 용량이 큰 종량제 봉투 사용을 자제하는 것만으로도 환경미화원의 안전성을 높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직 환경미화원인 이상도 씨는 “환경미화원 대부분이 근골격계질환을 앓고 있다. 특히 100리터 봉투는 사업장에서 주로 사용하는데, 사업장이 밀집된 지역에서 작업하는 이들은 더 일이 고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늘 공해에 노출돼 있고 위험한 직업이라 보험사에 보험가입을 거절당하기도 한다. 사망사고율도 아주 높고 전반적으로 수명도 짧다. 그런데 제도적으로 보호나 대우를 못 받는 게 환경미화원들의 서글픈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시·구 “우리 책임은 없다”
이처럼 환경미화원의 안전을 위협하는 100리터 봉투에 대해 서울시 생활환경과 관계자는 “시에서는 직영 환경미화원들의 복지만 관리한다. 종량제 봉투를 운반하는 것은 대행 환경미화원들이기 때문에 우리와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 내 한 자치구의 청소행정과는 이 내용을 문의하자 “100리터가 무거우면 두 명이 함께 들면 되지 않냐”고 반박했다. 작업속도나 작업환경 때문에 두 명이 운반할 수 없다고 설명하자 “구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안전교육을 하고 있다. 대행업체에 이런 내용을 전달해 안전에 더욱 신경쓰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항은 구에서 해결할 일이 아니라 시나 환경부에서 해결할 일이다. 또 다른 구들이 100리터 봉투를 판매하는데 우리만 판매를 자제하거나 제도를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우리는 종류별로 판매만 할 뿐 구매해 사용하는 것은 주민들이다”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박원순 시장과는 엇박자?
▲ 박원순 시장 페이스북 |
100리터 봉투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한 네티즌이 지난 2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페이스북에 서울시부터 100리터 봉투 자제하기를 제안했고 박 시장은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다음날 박 시장은 “종량제 봉투와 관계없다”던 서울시 생활환경과의 답변과 달리 “100리터 봉투는 수거 시 무리가 있을 수 있다. 환경부에 적극 건의하겠다”고 긍정적인 답을 내놓았다.
한편 2012년에는 청소대행업체의 비리 적발과 소속 환경미화원의 부당해고, 임금착취 등의 문제로 환경미화원의 처우 논란이 있었다. 그럼에도 이들의 안전과 처우에 대해 지자체 내 담당자들은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환경미화원들이 잘 관리한 거리 풍경이 씁쓸하게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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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coble@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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