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2012년도 에코디자인 국제세미나’에서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윤승준 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
[환경일보] 안상미 기자 =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산된 ‘에코디자인’이 국내 산업계에도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특히 국내 생산제품이 해외시장으로 진출할 경우 제품의 전과정에 걸친 에코디자인의 적용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2012년도 에코디자인 국제세미나’를 열어 선진국의 최신 동향과 제도, 국내 기업들의 우수사례를 공개하며 에코디자인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도모했다.
EU의 방법론 ‘MEErP’ 권유
▲ EU위원회가 가장 최근 발효한 환경 라벨 <자료제공=한국환경산업기술원> |
17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2012년도 에코디자인 국제세미나’ 1부는 선진국들의 에코디자인 정책 트랜드가 공개됐다.
니토 덴코 유럽기술센터(Nitto Denko Europe Technical center) 월터 이버스(Walter Eevers) 박사는 EU 친환경정책 핵심과 에코디자인 지침을 발표했다. 월터 박사는 “전 세계의 관심사인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지속가능개발을 추진할 때, 경영차원에서 에코디자인이 고려돼야 한다”며 이에 따라 EU가 정한 정책과 지침을 설명했다.
EU는 지속가능개발을 위해 RoHS(특정위험물질사용 제한지침), WEEE(EU 폐전기전자제품), REACH(화학물질의 등록, 평가, 허가제도)를 정했다.
이 세 가지가 기업을 주도하는 지침이라면, 환경라벨제도로 소비자의 생태학적 소비 욕구를 자극해 기업과 소비자 양자의 움직임을 연결한다. 유럽의 환경라벨은 에너지소비량과 환경적 요소뿐 아니라 안정성, 재료 등 여러 요소들을 표시해 소비자와 소통하고 스스로 소비태도를 바꿀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와 관련된 EU의 에코디자인 지침은 2005년 도입돼 에너지소비제품들에 적용했으며, 2009년 개정을 통해 에너지 관련상품에도 적용하고 있다. 이 지침은 2020년까지 2009년 기준 에너지 소비량의 12% 절감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월터 박사는 “한국 산업계가 EU의 지침에 적합한 제품들을 많이 만들어 유럽의 기업들과 활발히 교류하기를 권한다. EU의 에코디자인 방법론인 MEErP를 참고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화학물질 공개로 긍정적 변화
미국 국가위생국(NSF)의 책임독성학자이자 환경보호청 라벨링 제도를 총괄한 테레사 맥그래티(Teresa McGrath) 매니저는 현지에서 웹으로 연결해 미국의 에코디자인 정책과 현황을 설명했다. NSF는 지속가능표준을 개발하고 이에 따른 전과정평가, 인증과 검증 등을 실시하는데 테레사 매니저는 그중에서도 화학물질을 공개하는 ‘녹색화학서비스’를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 미국 DfE 라벨링 과정 |
미국의 환경라벨인 DfE는 제품의 pH와 성분, 성능을 공개하고 계면활성제, 용제, 금속이온봉쇄제 등이 사용되는 제품의 안전성을 공개한다. 환경보호청은 이를 위해 기업들에 이상적인 모델링 도구와 전문지식, 관련 데이터베이스, 안전화학물질목록 지침을 제공한다.
여기 해당하는 안전화학물질목록은 제품에 허용되는 화학물질을 소비자들에게 공개하는 것으로, 지난 9월 발표됐으며 1~2개월마다 업데이트된다. 이 화학물질들은 안전 수준에 따라 녹색원, 녹색반원, 노란 삼각형의 색상코드로 표시한다. 테레사 매니저는 “기업들이 생분해 가능한 물질을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도록 연속적인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입시험에 ‘전과정평가’ 출제
일본 카나카와 공업대학 키요시 유노(Kiyoshi Ueno) 교수는 일본의 에코디자인 추진현황을 소개하며 바람직한 미래상으로 교육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감축, 재사용, 재활용을 뜻하는 ‘3R법’이라 불리는 재활용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여기 속하는 DfE는 가전제품, 자동차의 재활용방안으로 플라스틱, 희토류 금속 등을 회수한다. DfE가 실현되는 재활용공장이 일본 내 49개 있는데, 이 공장들은 작업도 하지만 교육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크다. 가전제품과 자동차는 거의 분업화돼있어 대기업과 중소기업들까지 재활용과 관련된 에코디자인 교육을 전문적으로 할 만한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디자인된 나사 디자인 |
각 기업의 디자이너들은 재활용공장에서 에코디자인 교육을 받고 각 기업의 제품설계단계에서 재활용이 쉽도록 디자인한다. 이밖에도 어린이, 가족, 학생, 외국인 등 다양한 계층이 찾아와 교육을 받는다.
키요시 교수는 “국민들의 환경과 자원순환에 대한 인식을 높이려면 교육이 활성화돼야 한다. 최근에는 대입 입시문제에 전과정평가와 재활용에 관련된 문제를 내서 학생들과 학부모들 사이에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5개년 액션플랜 계획 중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신동희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에코디자인 정책현황을 발표했다. 신 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EU의 에코디자인 지침이 발표되면서 우리나라에서 유럽으로 수출하는 제품의 70% 이상이 지침에 포함되자 우리나라 에코디자인 제도도 탄력을 받게 됐다. 우리나라는 2009년 에코디자인 개념 인지 중심의 정책이 시작됐으며, 현재는 제품들이 친환경 경쟁력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춰져 있다.
이에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매년 10개 기업을 선정해 에코디자인 컨설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모든 기업에게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기업들이 사내교육 프로그램으로 활용하는 것도 연계시킨다. 아울러 총 4개 대학에 특성화 대학원을 운영해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향후 에코디자인 5개년 액션플랜 수립과 중소기업 위주의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 보급, 정보시스템 활성화를 계획하고 있다.
녹색제품 관련된 컨설팅 요구돼
▲ ‘2012년도 에코디자인 현장 진단·시도사업’ 시제품으로 전시된 굿필코리아의 ‘친환경 문구 패키지(좌)’와 우리엔지니어링의 ‘태양광 LED 조명장치(우)’ |
이어 국내 기업들의 사례가 발표됐다. 애경산업(주)의 정헌창 책임은 액체세탁세제 ‘리큐(LIQ)’의 사례를 설명했다. 리큐는 기존의 용기 재질을 변경해 재활용율을 81%로 올려 누액문제를 해결하고 부품을 최소화하면서 세탁볼 기능도 강화하는 에코디자인을 적용했다.
에코디자인 전문업체인 에코아이의 나윤수 팀장은 우리엔지니어링의 태양광 LED 조명장치를 사례로 들었다. 에코아이는 제품의 환경적 요인과 시장성을 검증해 타깃을 재설정한 후 디자인을 시작했으며, 추가적인 금형설계와 업무 추진 프로세스에 관한 자문으로 사후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와이앤지테크 배석호 대표는 에코디자인을 적용한 고뮤슈패드를 개발해 이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출했으며, 원료 절감을 통해 단가도 7~10% 가량 낮추는 결과를 낳았다.
에코네트워크 이윤희 실장은 굿필코리아의 친환경 문구 패키지를 사례로 설명했다. 재활용한 크라프트지, 신문지 등을 이용해 연필을 제조하고 무독성 지우개, 재활용지로 만든 수첩 등으로 친환경 문구 패키지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부자재 종류가 감소해 비용이 절감됐으며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일 수 있었다.
세미나를 마치며 이 실장은 “체계적인 홍보로 에코디자인 인식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인지도가 개선돼야 한다. 또한 에코디자인뿐 아니라 공정 전문가와 같이 녹색제품 개발과 관련된 여러 분야 전문가의 컨설팅이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우리 산업계에 필요하다”고 전했다.
coble@hkbs.co.kr
안상미 coble@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