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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차별화는 안주하지 않는다

주류가 전달해온 메시지, 가치 창출 방식 등과는 철저히 반대 방향을 선택해 공략함으로써 나만의 가치 색깔을 분명히 제시하는 것이다. 주류들이 전달해온 가치의 맹점을 지적하고 대안적 가치 제안을 통해 제공 가치 차이를 극대화함으로써 소비자의 인식과 구매 행동에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편집자 주>

 

주류와 역방향으로 맞서다

 

도브.

▲도브는 리얼 뷰티 캠페인을 통해 아름다움의 개념을

재정의했다. <도브 ‘Evolution’ 동영상>

주류와는 전혀 다른 방향의 접근으로 성공한 도브(Dove)를 보자. 세계 1위 화장품 메이커인 로레알을 비롯한 미용 카테고리에 속한 기업들은 한결같이 화려한 모델들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이상적인 아름다움과 자사 제품들이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강조해왔다. 반면 도브는 2004년부터 ‘리얼 뷰티(Real Beauty)’라는 캠페인을 통해 인공적 아름다움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평범한 일반 여성들이 실현할 수 있는 차원에서 미의 개념을 재정의했다. 기존 광고에 등장하는 아름답고 날씬한 모델 대신 나이, 신체 치수, 인종을 아우르는 진짜 소비자들을 광고에 내세워 이들이야말로 자연미인임을 강조했다.

 

그 결과 전년까지 28만 개밖에 팔리지 않던 ‘도브 퍼밍(Dove Firming)’ 제품이 2004년 상반기에만 230만 개를 판매하는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캠페인의 연장선에서 2006년 10월 유튜브에 올려진 ‘Evolution’이라는 동영상은 지금껏 화제가 되고 있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여성 모델이 맨얼굴에서 엄청난 화장과 포토샵 작업을 거쳐 옥외 광고판 속의 완벽한 모습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 눈부신 아름다움이 기술적인 산물임을 고발하고 있다.

 

뉴발란스.

▲뉴발란스는 주류업체들의 스타성에

대비되는 대중성과 다양성을 추구해

 성공할 수 있었다.<사진=뉴발란스>

메시지뿐만 아니라 실제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에서도 주류와는 다른 방식으로 성공한 사례가 있다. 바로 나이키와 정반대의 길을 가는 뉴발란스이다. 운동화업계의 넘버원인 나이키가 유명 운동선수들의 광고를 통해 승리, 극한의 노력, 대중의 환호 등에 초점을 맞춘 데 반해, 뉴발란스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을 광고에 등장시켜 개인적 성취, 균형 잡힌 노력, 내면의 자아 성장 등에 많은 관심을 갖는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주류업체들의 스타성에 대비되는 대중성과 다양성을 추구함으로써 뉴발란스는 1990년 미국 운동화 업계 12위에서 2004년 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여기에는 연간 50여 개의 스타일을 선보이며 닮은 듯 다른 느낌으로 차별화해 온 ‘574시리즈’가 선봉장 역할을 해왔다. 1980년대 첫 출시 이후 전 세계 최다 판매 2위에, 한국에서도 연간 60만 켤레 이상이 판매된 히트작이다. 비결은 기능성을 강조한 기존 브랜드와 다른 길을 택했기 때문이다. 획일화된 유행을 지양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드러내길 원하는 젊은 층을 겨냥해 세계 각국에서 손꼽히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들과의 협업으로 독창적인 디자인을 만들어냈다. 또한 비용 절감을 위해 개도국 생산기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나이키, 아디다스와 달리, 미국과 영국의 생산공장을 고수하는 생산방식에도 불구, 직원들의 높은 생산성과 소매점과의 유대 관계 덕분에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넘버원에 앞서 올인하기

 

lg전자 lte.

▲LG유플러스는 열위 분야인 3G보다는 4G에 전사적으로

거의 모든 자원을 결집해 서비스 조기 활성화에 앞장섰다.

<자료=LG유플러스>

아울러 경쟁 시기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상상 이상의 완전히 새로운 가치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사한 가치 제공자들이 늘어나면서 차별화 효과가 점점 빛이 바래기 마련이다. 반면 예측 가능한 가치라도 한발 앞서 뛰어든다면 누구든지 제공 가치의 선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넘버원은 자신이 우위에 있는 기존 시장의 투자비 회수에 집착해 차세대 시장에 곧바로 뛰어드는데 주저하게 마련이다. 이때 후발주자들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먼저 올인한다면 시간 차별화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선도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더구나 상대적으로 가용 자원이 제약된 후발주자들에게 시간차를 활용한 선제 공략은 전혀 새로운 가치만을 추구하는 것 못지않게 현실적인 차별화의 대안이 될 수 있다.

 

LG유플러스가 LTE서비스로 지난해 이동통신 시장에서 일으킨 돌풍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국내 통신시장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빅3 체제로 재편된 이후로는 대략 5:3:2의 시장점유율에 거의 변화가 없었다. 이동전화 보급률이 99%에 달해 제로섬 게임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서 LG유플러스는 기존 고객 지키기에도 바쁜 상황이었다. 하지만 3G에서 4G로 넘어가는 시기를 반전의 기회로 놓치지 않았다. 이른바 ‘LTE 올인’ 전략에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반면 2G, 3G 서비스에도 이미 상당히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경쟁사들은 차세대 서비스에 대한 투자 못지않게 기존 시장에도 적지 않은 신경을 써야 할 판이었다. 이를 틈타 LG유플러스는 열위 분야인 3G보다는 4G에 전사적으로 거의 모든 자원을 결집했다. 전국 84개 도시에 LTE망 구축을 가장 빠르게 완료해 서비스 조기 활성화에 앞장섰다.

 

LTE 커버리지 우위 선점은 다시 주요 단말기 확보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냈다. 약점보다는 새로이 강점화할 수 있는 차세대 분야에 과감히 선투자 하는 식의 도전적 행보가 고객들로부터 차별화된 존재감을 인정받게 한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LG유플러스의 LTE서비스 가입자는 55만 7천여 명으로 SK텔레콤의 63만 4천여 명을 크게 뒤지지 않아 기존 시장 판도를 뒤흔드는 데 성공했다.

 

차별화는 도전의 연속이다

 

02g39397.

▲차별화는 한번 성공했다고 완성되는 것도 아니며, 한차례의

 차별화 성공으로 쉽게 넘버원을 차지하는 것도 아니다.

기업의 성장 과정 속에 끊임없는 선택으로 서로 다른 위상을 갖게 된다. 선두기업이 이미 개척해 놓은 익숙한 경쟁 방식에 이끌려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면서 생존에 무게중심을 가져갈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수많은 후발기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에 리스크를 무릅쓰더라도 기존의 경쟁사나 1등 기업마저도 생각하지 못한 참신한 시도들을 통해 자신만의 길에 도전하여 새롭게 떠오른 기업들도 있다.

 

전자는, 단기적으로는 생명을 연장하는데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넘버원 따라잡기만을 열심히 지속하다가는 결국 자신의 존재감을 잃기 쉽다. 후자의 경우, 당장은 넘버원 자리를 차지하지 못할지라도, 넘버원의 한계가 될 수 있는 자신의 강점을 중심으로 한 차별화된 시도를 거듭하다 보면 앞선 성공사례처럼 넘버원도 따돌릴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후발기업들이 넘버원 기업과 효과적으로 경쟁하려면 진정한 차별화의 길에 나설 수 있는 도전적인(Risk-taking) 의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후발기업이 의미 있는 차별화로 넘버원을 따돌렸다고 해서 안심하기엔 아직 이르다. 급변하는 경영환경만큼이나 성공한 후발주자의 차별적 가치 또한 급격히 줄어들고 또 다른 차별화의 압력에 내몰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차별화는 한번 성공했다고 완성되는 것도 아니며, 한차례의 차별화 성공으로 쉽게 넘버원을 차지하는 것도 아니다. 꼬꼬면이 올해 들어 판매량이 지난해 같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너도나도 하얀 국물 라면에 뛰어드는 바람에 이제는 소비자들에게 하얀 국물이 익숙해져 차별적 가치가 급감한 결과다.

 

물론 해당 산업의 특성에 따라 트렌드 변화 속도나 소비자 행동 변화에 다소간 차이는 있겠지만, 자신만의 차별적 강점이 희석되어 시장에서 보편화된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한다면 또 다른 차별화의 길을 떠나야 할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이렇듯 진정한 차별화의 길은 안주하지 않고 끝없이 내디뎌야 하는 외로운 길임이 틀림없다.

 

<자료=LG경제연구원·정리=김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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