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길섶에서 만난 야생화와 곤충의 소중한 동행!
야생화와 곤충이 ‘관계’ 맺는 ‘방법’을 관찰한 한국 최초의 책!
야생화는 곤충을 유혹한다. 그것도 놀랄 만큼 독특한 전략을 갖고 주도면밀하게 곤충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곤충은 또 어떤가? 온몸의 촉각을 곤두세우고 야생화의 포근한 눈짓을 놓치지 않으려고 커다란 눈망울을 분주히 움직인다. 서로의 ‘만남’에 집중돼 있는 야생화와 곤충의 생존전략! ‘바늘과 실’ 같은 그들의 열정적인 속삭임을 한국 최초로 집중 통역한다.
야생화와 곤충의 생존전략을 충매화, 자가수분, 풍매화로 나눠 살펴
주변에서 흔하디흔한 서양민들레는 혀꽃을 무수히 만든 덕에 꽃가루며 꽃 꿀이 풍부해 곤충이 수시로 든다. 하지만 서양민들레는 곤충이 찾아와 꽃가루를 먹든 말든 관심이 없다. 밑씨가 성숙하면 곧바로 자기와 똑같은 DNA를 가진 자손(씨앗)을 복제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들판에서 만나는 서양민들레는 모두 쌍둥이일지도 모른다.
야생화 중에서 풍매화의 꽃을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도대체 꽃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거리가 먼 꽃을 피우는 깨풀이며 쑥, 개모시풀 등은 한 포기에 암꽃과 수꽃을 따로 피워 바람이 꽃가루를 전달해 주길 바란다. 하지만 곤충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고 곤충이 찾아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잎사귀는 나비들 애벌레와 잎벌레들의 귀한 보금자리가 된다.
야생화와 곤충의 생존전략에 담긴 공진화 관계의 우연성 보여줘
꽃과 곤충의 관계는 서로 돕는 관계일까? 꽃은 곤충에게 먹이를 제공하고, 곤충은 그 대가로 중매를 서 주니 언뜻 보면 서로 윈윈 하자는 계약이라도 맺은 것 같다. 인간의 눈에는 서로가 바늘과 실 같은 관계처럼 보인다. 서로의 생존을 위해서는 분명 맞는 말이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자연세계에서는 서로 다른 생각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야생화는 오로지 자신의 대를 잇기 위해 꽃 밥상을 차리고, 곤충은 오로지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꽃 밥상을 찾아온다. 야생화의 의도와 상관없이 곤충은 고픈 배를 채우느라 이꽃 저꽃 돌아다니고, 그런 와중에 꽃들을 중매시키게 된다. 우연치고는 중매 성공률이 굉장히 높다. 우연이라고? 맞다. 곤충의 머릿속엔 중매 생각이 아예 없으니 우연인 것이 분명하다. 다만 야생화는 오랜 시절 진화과정을 거쳐 그 ‘우연’이 ‘반드시’ 일어날 수 있도록 온갖 장치를 마련해 꽃 밥상을 차려 놓고 곤충을 기다린다. 어쩌면 이 ‘우연한 중매’도 식물의 번식 전략 속에 이미 포함돼 있지는 않을까? 이렇게 꽃과 곤충의 관계는 ‘필연’과 ‘우연’이 공존하는 관계이다. 매년 숲 속에서는 꽃과 곤충이 계속해 ‘따로 또 같이’ 살아가고 있다.
김영애 press@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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