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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질서를 바꾸는 글로벌 환경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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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복잡해지는 국제환경규제는 새로운 무역질서를 만들고 있다.

최근 포스트-교토 협약이 진전에 어려움을 보이면서 국제기구를 통한 환경 규제의 글로벌화가 추진 동력이 약화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국가별 규제는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편집자 주>

 

다자 간 협정이 어려워질 때 협상의 당사자들은 양자 간 협정을 통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유인을 느끼게 된다. 환경규제가 국가 간, 지역 간 협정 차원에서도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될 전망인데 특히 이러한 쌍무 협정에 의한 환경 규제의 글로벌화 가능성을 대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쌍무 협정은 ‘WTO +’ 형태

 

환경 규제도 글로벌 기구를 중심으로 하는 협력이 이뤄지지 않으면 쌍무 협정에 의한 협력도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다자 간 협정보다 훨씬 쉬운 쌍무 협정에서 양자 간의 이해가 맞아떨어질 때 환경 규제의 글로벌화와 함께 양국 모두에 이득이 되는 국제 조약의 체결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직접 해당 문제에 대한 협상을 통한 쌍방 협조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이 교토 협상과정에서 유럽연합과 러시아가 맺은 협력 관계이다. 2004년 당시 러시아는 당면한 긴급 과제로 WTO 가입을 추진하고 있었고, 유럽 연합은 교토 협약 비준을 망설이는 선진국을 대표해서 협약을 진전시킬 의도가 있었다. 이러한 이해관계에 근거해 유럽연합은 러시아에 WTO 가입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고 러시아는 교토 협약 비준을 통해 교토 협약 자체의 출범을 가능하게 했다.

 

쌍무 협약의 강점은 작은 단위에서라도 법적 구속력(Legally Binding)을 갖춘 환경 규제의 국제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몬트리올 협약을 이어 교토 협약까지는 글로벌 환경 협약이 성공적으로 체결됐으나 이후 포스트 교토 협약에서는 법적 구속력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추진 동력으로 전환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WTO의 틀을 이용한 쌍무 협약을 추진하게 될 때 법적인 구속력이 확보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형태의 글로벌 환경 규제가 형성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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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국경세는 수출 당사국들이 유럽연합 기업들과 동등한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지고 있을 때 감면이 전망된다.


쌍무 협정의 확대 가능성

 

앞으로 글로벌 힘의 균형을 고려해 볼 때 주요 쌍무 협정의 대상국으로 등장하는 주체들은 미국, EU, 중국, 인도, 러시아의 5개국과 이들 국가를 둘러싼 해당 협정을 주로 담당하는 특정한 세계 기구(환경 문제에서는 UN의 UNFCCC 등)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즉 선진국과 선진국,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쌍무 협정을 통한 환경 규범의 확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컨대 가장 먼저 유럽연합의 국경세와 중국의 탄소세가 연계돼 쌍무협정으로 정착되는 형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유럽연합은 포스트 교토 협약에 진전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자체적인 배출권 거래제를 유지하는 등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목표를 지속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이러한 배출권 거래제 운영에 의한 유럽 역내 기업들의 부담을 상쇄하고 역내 기업들의 역외 이전에 의한 제조업 공동화를 막는 의미에서 탄소 다배출 제품에 대한 국경세 형태의 수입 유사관세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반면 중국의 경우는 글로벌 수출입 1위이며 온실가스 배출에서도 세계 최대의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규제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 탄소세 도입 추진

 

여기에 중국의 탄소세 도입이 중요한 고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국제사회와의 약속에 대한 압력에 대비하면서 동시에 자국 산업들에 대한 효율성 강화를 강제하고자 최근 탄소세 제도와 여타 오염물질 배출을 규제하는 환경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국무원에 제출된 최근의 법안들에 따르면 탄소세는 2013년 이후 톤당 10위안, 20년 이후 40위안이 검토되고 있으며, 환경세의 경우 SO₂는 2위안/kg, 오·폐수 1위안/톤, 고체폐기물 2위안/kg이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국내 법안의 정비는 202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05년 대비 40~45% 감축하고자 하는 중국 내부의 목표와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구조조정 및 고도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감축 기준 선제적 제시와 같은 목표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법안들이 현실화되면 중국에 진출한 에너지 다배출 기업들은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기도 하다.

 

유럽연합의 국경세는 유럽 연합에 대한 수출 당사국들이 유럽연합 역내의 기업들과 동등한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지고 있을 때는 해당국 기업에게 감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 기초해 볼 때 유럽과 중국의 전략적 공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공조가 현실화되면 중국이 탄소세를 통해 자국 산업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 부담을 인증받아 유럽연합과 쌍무협상을 통해 국경세를 감면받게 된다. 이러한 공조를 통해 유럽은 국경세에 대한 글로벌 인정을 얻게 되고 중국은 중요한 시장을 지키면서 동시에 자국의 산업구조조정도 추진하는 전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쌍무 협정은 미국과 중국 간에도 추진 가능할 것이다. 미국의 청정에너지 및 안전보장법안(H.R. 2454 법안)에서는 대통령에게 2020년 이후 수입업자에 대한 배출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었다. 이러한 배출권 제출 요구는 미국과 ‘비교가능한’ 배출 기준을 채택하고 있는 나라로부터의 수입은 면제될 수 있는 것으로 면제 대상국가는 현재 기준으로는 미국 외에 유럽, 일본이 이러한 기준을 협정에 의해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앞서 유럽에서 살펴본 것처럼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중국이 유력한 후보국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도 자국의 탄소세 제도를 실행해 ‘비교가능한 실행(comparability action)’ 요건을 충족해 이러한 쌍무 협정을 체결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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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국 역시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대비한 적극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날로 복잡해지는 환경규제

 

지금까지 살펴본 것 외에도 다양한 여러 조합이 가능하다. 유럽과 미국의 항공 분야에 관한 타협도 가능하고 중국과 인도의 공조에 의한 포스트-교토 협상에서의 선진국에 대한 압박이나 비토 제기도 가능하다. 이 외에도 유해물질 부문에서 유럽과 인도의 협력도 가능하고 유럽이 국제 표준화를 주도해 국제기구에 의한 새로운 환경 기준(나노 관련 표준화 등)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결국 포스트-교토와 같은 글로벌 단일 기준 제정이 실패하게 되면 쌍무 협상의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새로운 다양한 변수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러한 각국의 다양한 협상 시나리오는 우리 기업들에게 새로운 도전 환경을 만들게 될 전망이다. 선진국 기업과 선진국의 협력 및 표준화에 대비하면서 개도국의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요 강대국들의 합종연횡에 의한 환경 규제의 변화 지형에도 적극적인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들이 국경세를 도입하면서 개도국 중 일부가 자국의 탄소세를 인정받게 되는 경우 우리의 선진국으로의 수출은 불리해지고 개도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게 될 수 있다.

 

환경 규제의 틀은 날로 복잡해지고 이에 따라 기업들의 대응도 어려워지고 있다. 지금까지 점검해본 시나리오가 위협되기 전에 새로운 환경규제의 가능성을 점검하고 전략적으로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리=김경태 기자·자료=LG경제연구원>

김경태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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