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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출처 명시, 기사체로 쓸 것] 구중궁궐의 꽃 … ‘능소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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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중궁궐의 꽃으로 불리는 능소화(凌霄花)는 원산산지가 중국인 덩굴성식물로 나팔모양의 주황, 홍황색 꽃이 늦여름에 피고 개화 기간이 길다고 합니다.

 옛날 우리나라에서는 양반집 정원에만 심을 수 있었고, 일반 상민이 이 꽃을 심으면 잡아다가 곤장을 때리고 다시는 심지 못하게 했다고 하여 ‘양반꽃’이라고도 했다고 합니다.

 어느 깊은 두메산골에 속세를 등지고 살아가는 노부부는 늘 허허롭고 욕심없이 살아가면서 어려운 이웃을 헌신으로 돌보는 신선의 심성을 닮았는데, 심중에 소원이 하나 있어 슬하에 자녀를 소원하였다가 어느 날 깊은 계곡에 산신제를 모시고 내려오는 길에 벼랑위에서 아이 울음소리를 듣고 하늘의 선물이라 여겨 해야 달이야 귀중하게 키웠답니다.

 그의 이름은 본래 생김새가 복숭아 빛 같은 뺨에 빼어난 자태도 고왔지만, 무엇보다 그 밝은 미소가 사랑스러워 누구나 근심을 잊고 꽃처럼 미소를 머금게 한다는 뜻에서 ‘소화’라고 불렀는데, 소화가 무럭무럭 자라 꽃다운 열여섯살이 되었습니다.

 그해 마침 임금이 이 고을을 순행하던 길에 소화를 보게 되었고, 그만 임금의 눈에 들어 노부모와 헤어져 궁궐로 들어가 궁녀로 지내게 되었습니다.

 후궁에게 임금의 사랑이 계속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서 소화는 구중궁궐에서 임금이 다시 찾아오기를 학수고대하며 기다리다가 그만 소망을 실현하지 못했습니다. 그리움이 쌓인 채 담장 너머를 기웃거리며 서성거리다 결국 상사병이 들어 “임금의 처소가 가까운 담장아래 묻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게 되었답니다.

 담장 가에 묻혀 “내일이라도 오실 임금님을 기다리겠노라”던 한 소녀의 유언은 그녀가 죽은 뒤 임금의 귀에 전해져 그녀의 유언대로 시행되었답니다.

 소화를 묻은 궁궐의 담장 아래에서 자라나 피어난 이 꽃은 마치 귀를 활짝 열어 님이 오는 소리를 들으려는 듯, 나팔처럼 활짝 피었났습니다. 담장 너머로 조금이라도 더 멀리 밖을 보려고 높게 피어나 그리운 님의 발자국 소리나마 들으려고 꽃잎을 넓게 벌린 꽃이 피었으니, 사람들은 그것을 능소화라 불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능소화는 일편단심으로 한 명의 지아비를 향한 지조있는 사랑을 품어서인지, 누구나 함부로 제 몸 만지는 것을 거부하는 듯 행여 아름다운 꽃모습에 반해 꽃을 따서 가까이 할라치면 갈고리 모양의 꽃가루가 눈에 들어가 실명의 위험을 가져다준다고하니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능소화는 독이 있어 더 만지고 싶은 아름다운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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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이것을 좋아하는 사연이 우리를 제법 흥미롭게 하는데요. 먼저, 능소화는 흔히 양반꽃 이라 하여 양반들이 좋아했던 것은 능소화의 전설에 나오듯이 임금을 기다리는 한 여자의 정조가 있으므로 옛날 양반들이 자기 집 딸이 간택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집안에 능소화를 심었을 법도 합니다.

 당연히 일반 평민들이 능소화를 집에 심었다 걸리면 온전하지 못했을 것은 자명한 일이지요.

 이것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반상 구분 없이 능소화는 한자어의 뜻풀이에서 보듯 능소화[凌霄花, 능가 능(凌), 하늘 소(霄), 꽃 화(花)]는 하늘(임금)을 향해 높이 오르려는 큰 의지를 누구도 따를 수 없는 하늘 꽃이라는 뜻으로 사료됩니다. 능소지(凌霄志) 또한 하늘보다도 더 높은 큰 뜻 혹은 뒤지지 않으려는 의지를 의미하는 것이니 하늘같은 지조와 정조를 간직하고자하는 소망을 짐작할 만합니다.

 능소화가 돋보이는 점은 꽃이 떨어지는 시기인 데 대부분의 꽃은 꽃망울이 맺히고, 거기서 꽃을 피운 뒤 10일 전후로(화무십일홍) 아름다운 자태를 한껏 뽐낸 후 꽃이 시든 후에 떨어지는데, 이 능소화는 아름다운 자태의 소화가 님을 기다리다 죽은 꽃이라서인지 꽃망울이 맺혀 꽃이 피고 한껏 아름다운 상태에서(동백꽃처럼) 꽃이 통째로 뚝 떨어집니다. 임을 향해 온 몸 던지듯 하는 사랑이야말로 얼마나 숭고한 지고지순의 사랑이 아닐까 합니다.

 능소화에 호감을 가는 이유는 꽃이 긴 시간 피어있어 오랫동안 꽃을 볼 수 있는 매력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배롱나무의 백일홍도 길게 피어있지만 능소화의 꽃도 만만치 않게 오래 피어있습니다.

 오래 시들지 않고 아름다운 자태로 피어 기쁨을 가져다주는 꽃이니 그 슬픈 전설에도 불구하고 고마운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누군가를 그토록 오래도록 기다린다는 것, 그 또한 아름다운 마음이 아닐까요?

김규천  tofjal@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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