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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일원 생물다양성 보전의 의미

오충현교수.
▲ 오충현 교수
올해는 유엔이 정한 생물다양성 보전의 해이다. 과거 종다양성의 보전에 머물던 자연관리 정책은 1990년대 이후 유전자ㆍ종ㆍ서식처ㆍ경관 다양성에 이르는 생물다양성 보전으로 확대돼 추진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생물다양성 보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나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생물다양성이 가장 잘 보전되고 있는 지역들은 국립공원, 백두대간, DMZ 일원, 일부 습지지역 등이다.

 

이중 DMZ 일원은 조국분단의 아픔이 있는 지역이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과정을 통해 민간인들의 출입이 억제되면서 국내 어느 지역보다도 생물다양성이 잘 보전되고 있다. 다만 군사지역이라는 특성상 전체지역이 잘 보전되고 있다기보다는 험준한 산악지, 습지 등과 같이 사람의 손이 닿기 어려운 지역들을 중심으로 잘 보전됐다. 또한 일반적으로 DMZ 내부가 잘 보전돼 있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DMZ 일원에서 가장 보전이 잘 이뤄지고 있는 지역은 남한의 민통선 지역이다. 이것은 DMZ 내부의 경우 남북한 상호간에 시계 확보를 위해 불을 놓는 작업이 6.25 종전 이후 수십 년간 진행돼 숲이 단순화되거나 산불에 적응한 형태로 발달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의 DMZ 연접지역은 우리나라 민통선 지역과는 달리 지속적인 벌채 등으로 심하게 헐벗은 산야가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휴전선 일원뿐만 아니라 압록강이나 두만강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어 북한의 상당부 산림이 크게 황폐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통일이 되면 이들 지역에 대한 대규모 산림복원사업이 필요하다.

 

DMZ는 경기도에서 강원도에 이르는 비무장지대로서 6.25 휴전에 의해 설정된 지역이다. 당초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각각 2Km 폭이 설정됐으나, 그동안 남북 모두 군사분계선 쪽으로 철책을 전진 배치해 현재는 전체적으로 일정한 폭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 또한 민통선은 휴전 후 1954년 미8군 사령관에 이해 설정된 라인으로 초기에는 남방한계선에서 약 2~20km 지역에 설정됐으나, 현재는 많이 북상해 서부지역의 경우 남방한계선과 거의 근접한 곳도 있다. DMZ 일원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DMZ와 민통선 지역을 의미한다. 이 지역은 휴전 후 현재까지 민간인의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됐고, 일부 미확인 지뢰지대가 산재해 있어, 사람에 의한 교란이 비교적 적다. DMZ 일원은 지역적으로는 자연환경을 중심으로 크게 서부해안지역, 중서부내륙지역, 중동부산악지역, 동해안지역과 같이 4개지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서부해안지역은 백령도와 강화도가 있는 서해안지역이다, 이 지역은 다양한 어류와 물새류, 물개ㆍ물범 등 수중포유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이중 강화도 갯벌지역은 세계적인 희귀조류인 저어새의 서식지로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 갯벌면적의 감소와 연안개발 등으로 인해 생물다양성 보전에 어려움이 있다.

중서부 내륙지역은 파주, 연천, 철원 일원의 넓은 평야지역이다. 이 지역은 한강 및 임진강 하류의 넓은 충적지를 중심으로 평야와 습지가 발달하였다. DMZ 일원에는 24개소의 습지가 있는데, 이중 약 절반인 11개소의 습지가 이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특히 면적에 있어서는 민통선 일원 습지의 70% 이상이 이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대표적인 습지로는 장단반도 습지, 사천 주변 습지, 초평도 습지, 임진강 주변 습지, 철원평야 논 습지 등이 있다. 이 습지들은 농경지가 전쟁에 의해 경작되지 않으면서 습지로 변화된 지역들이 대부분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이 습지지역은 두루미를 비롯한 다양한 철새들의 주요서식처가 되고 있다.

 

중동부 산악지역은 경기도 포천에서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남한에서 가장 험준한 산악지대이다. 이 지역은 백두대간과 연계되는 산림지역으로 남한에서는 보기 드문 대규모 가래나무, 물오리나무, 찰피나무 등과 같은 북방계 식물군집들이 분포하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또한 향로봉과 같은 1000m 이상 되는 고산들을 중심으로 솔나리, 금강초롱 등과 같은 희귀한 식물들이 다수 분포하고 있다. 또한 일부 대암산 용늪과 같은 고층습원이 발달해, 생태적으로 보전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 산림청에서는 이 지역 산림이 가진 중요성을 고려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동해안지역은 백두대간과 동해안이 만나는 지역으로 다양한 사구지형이 발달한 독특한 지형조건을 갖춘 지역이다. 이 지역에는 화진포 주변 습지, 감호 주변 습지, 통일전망대 주변 습지 등과 같은 다양한 석호와 습지들이 발달해 독특한 생태환경을 형성하고 있다.

 

DMZ 일원은 전쟁이라는 아픈 상처로 인해 오히려 사람들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운 생물다양성의 보고로 보전됐다. 또한 동해안에서 서해안에 이르는 다양한 서식처와 경관을 보유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 생물다양성 보전이 가장 잘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안보관광,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목적으로 잘 보전돼 온 이 지역 생태자원이 훼손위협에 직면하거나 이미 훼손된 지역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 지역은 그동안 개발에서 소외됐다는 어려움은 있지만, 생태관광 등과 같은 이 지역에 적합한 방식을 통해 자연자원을 보전하면서 경제적인 문제점도 같이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백두대간보호법’과 같이 DMZ 일원의 자연환경을 보전할 수 있는 별도의 법체계를 마련해 이 지역을 보전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DMZ 일원의 생태계가 우리나라 생태계의 종축인 백두대간과 연결해 서해안에서 동해안으로 연결되는 중요한 동서생태축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한선미  freesmhan@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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