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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개발도상국의 농업발전을 돕는가?

 

개도국 삶의 질 개선, 해답은 ‘농업기술협력’

농진청, 자발적 아시아 권역 기술 지원해

 

농진청 문홍길 과장.

▲ 농촌진흥청 국제기술협력과

   문홍길 과장

2010년 2월27일, 칠레 중부 콘셉시온 연안에서 리히터 규모 8.8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아이티 지진의 1000배에 이르는 강진과 수백 차례 이어지는 여진으로 인해, 남미 유일의 OECD 가입국 칠레는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기업, NGO 단체들은 신속하게 칠레에 긴급구호자금과 물자를 제공했으며, 칠레의 사회경제질서는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다. 분명 ‘원조(援助)’는 칠레 국민들이 지진참사의 고통에서 벗어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며, 필자는 바로 이것이 원조의 힘이라고 믿고 있다.

 

지난해 우리 정부는 OECD 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하고,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과 복지증진을 위한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규모를 확대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국민총소득 대비 현재 0.1% 수준의 ODA 규모가 2015년에는 0.25%(약 30억달러)에 이르게 된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대한민국이 드디어 기아·빈곤 등 국제사회의 현안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국민의 정성을 모아 어렵게 조성한 예산인 만큼 이제는 올바른 원조방법에 대해 고민할 때이다. 국제사회가 매년 수백억 달러 규모의 개발 원조를 실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과 가난으로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으며, ‘유엔 새천년개발계획’을 통해 2015년까지 세계 기아인구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국제사회의 이상실현 또한 버거워 보인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최근 잠비아 출신의 여성 경제학자 ‘담비사 모요’는 이 문제에 대한 파격적 주장을 제기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녀가 저술한 ‘죽은 원조(Dead Aid)’에 따르면, 현행 개발원조는 오히려 아프리카 정부 관료의 부패를 조장하고, 원조 의존적 경제구조를 고착화하기 때문에, 정부를 대상으로 한 원조를 전면중단하고 민간분야의 직접투자를 장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주장에 대한 반론 또한 만만치 않다. 행정비용, 부채탕감, 원조 공여국(供與國) 활동가의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실제 개발도상국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개발원조의 규모를 당연히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 또한 일리가 있다. 그

 

렇다면 효율적으로 예산을 운영하면서도, 개발도상국 주민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그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묘안이 없을까?

필자는 그 해답을 농업기술협력에서 찾고 싶다. 주곡 중심의 농업발전은 기아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것이다. 개발도상국 주민의 상당수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농업생산성 증대는 농촌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과정에서도 그러했듯이 농업부문의 안정적 성장은 다른 경제부문의 발전을 견인하는데 필요한 인적·물적 여유를 제공할 것이다.

실제로 농촌진흥청에는 매년 농업기술협력을 요청하는 개발도상국 수반과 정부 각료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제성장의 선결 조건인 ‘기아극복’과 ‘빈곤탈출’을 위해서 우리나라의 농업·농촌개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그만큼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세계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이 짧은 시간 동안 주곡을 자급할 수 있었던 노하우를 간절히 원하고 있으며, 다행히 우리에게는 녹색혁명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던 인력, 기술, 시스템이 여전히 유지·발전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개발도상국 농업기술 발전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농촌진흥청은 지난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3000여명의 외국인 훈련생들은 배출했으며, 그들은 이제 각국의 농업 부처, 대학, 연구소의 요직을 담당하며, 자국의 농업발전과 농촌개발을 견인하고 있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2009년부터는 현지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농업기술을 현지에서 직접 보급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주요 협력대상 6개국(베트남, 미얀마, 우즈벡, 케냐, 브라질, 파라과이)에 해외농업기술개발(KOPIA: Korea Project on International Agriculture) 센터를 설치하고, 각 분야 농업전문가와 젊은 청년 인턴을 파견했다. 그리고 현지 언론의 뜨거운 반응에 힘을 얻어, 올해에는 DR콩고와 캄보디아를 비롯한 4개국에 추가로 KOPIA 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노력의 결과 지난해 11월에는 우리나라의 주도로 아시아 12개국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아시아 농식품 기술협력 이니셔티브(AFACI: Asian Food and Agriculture Cooperation Initiative)’를 결성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국제적인 협의체를 주도하면서 자타가 공인하는 아시아 권역의 농업기술협력 리더로 자리매김하게 됐으며, 올해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한-아프리카 농식품 기술협력 협의체’를 구축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개발도상국 농업발전을 도와주면 우리에겐 어떤 이익이 돌아올까? 기술지원을 통한 국가 브랜드 가치 제고나 경제적·외교적 실리를 굳이 강조해 논하고 싶지는 않다. 농업기술 국제협력을 이끌고 있는 실무책임자가 순수한 마음을 잃으면, 그들의 손을 맞잡고 두 눈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의 농업기술이 세계로 뻗어나가 지구촌 이웃의 아픈 상처를 보듬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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