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적 사고로 문제해결 능력 배양
정책홍보 뛰어 넘는 보편적 가치 강조
【서울=환경일보】김경태 기자 = 2011년부터 고교 선택과목 중 하나인 ‘생태와 환경’ 과목이 ‘환경과 녹색성장’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환경과 녹색성장’에는 기존 과목에 포함됐던 내용이 더욱 구체화되고 특히, 기후 변화 이해와 대응, 자원과 에너지, 녹색기술 등 녹색성장과 관련된 내용이 더욱 강화된다. 18일 열린 ‘환경과 녹색성장’ 공청회에서 교육과정 발표를 맡은 이재영 교수를 만나 새로운 환경과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Q. 이번 교육과정 개정안에서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A. 지금까지 환경문제를 규범적으로 다룬 측면이 강했다면, 개정안에서는 무엇보다 실제 문제를 탐구하고 창의적인 해결책을 다루는 데 무게 중심을 뒀다. ‘환경문제가 무엇이 있고, 어떻게 발생하고 영향이 어떻다’ 하는 것보다는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공간에서 경험하게 되는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 환경과목에서 배웠던 것을 적용해서 실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만들어 실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성과를 학교 안팎에서 공유하고 확산하는 것까지를 포함한 것이며, 지식이나 환경 중심이라기보다 학생 중심적이다.
또한 기존의 서술적 스타일에서 벗어나 환경문제, 사회·경제적 문제가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는지를 구체적인 사건이나 쟁점을 중심으로 다루도록 하고 학생들이 통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에 중점을 뒀다.
Q.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환경교육에서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A.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청소년들이 가장 낮은 집단으로 나타났다. 환경과목이 선택과목이기 때문에, 배우지 않은 학생들은 환경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다른 과목에서는 기후변화, 녹색성장 등에 대해 전혀 다루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환경에 대해 자신의 삶과 연관시킬 때 진정한 녹색성장이 이뤄진다고 본다면, 청소년기 시절의 환경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거산 초등학교의 환경생태교육 |
Q. 개정안 마련을 위한 검토회의에서 나왔던 의견들은 무엇인가?
A. 가장 중요한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환경문제에 대해 비관적이거나 냉소적이 되지 않도록 긍정적인 내용을 많이 담자는 것이다. 국내외에서 진행됐거나 진행되고 있는 창의적이고 성공적인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고 개인적으로는 물론 공동체 수준에서 긍정적 태도와 신념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주제와 쟁점 중시의 접근과 다양한 교수 학습 방법을 활용해서 환경 쟁점의 사회경제적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통합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도록 지역의 구체적인 사례 조사, 토의 토론, 쟁점 탐구, 실험 실습, 인터넷 활용 학습, 역할놀이, 모의 놀이 등을 사용하도록 했다.
한편으로 정책 홍보과목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기존의 고등학교 ‘환경’과 내용체계의 연속성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녹색성장의 의미와 교육적 맥락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고 만드는 것이다. 특히 학교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반영될 수 있도록 평가 부분을 보완하자는 것이다.
Q. 정책홍보를 탈피한 교육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A. 이번 개정안에서는 현 정부가 펼치고 있는 정책에 대한 홍보 차원을 벗어나 보편적 가치를 강조하려고 한다. 근본적으로 유엔을 중심으로 추진해 온 지속가능발전교육, 만인을 위한 교육, 지구헌장, 새천년개발목표 등의 이념과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다. 아울러 성격, 목표, 교수법, 평가의 전 영역에 걸쳐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실례로 최근 들어 논란이 되고 있는 원자력, 하천정비사업 등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하고 논쟁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내용은 처음부터 배제하겠지만 특정 주제를 다루지 못하게 하거나 특정한 방식으로 다루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한편으로 그간 학교에서의 환경 교육이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도구적으로 이용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녹색사회 만들기’라는 환경적 목표와 ‘자아성장과 높은 삶의 질을 실현’이라는 교육적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환경윤리와 실천을 기본 목표로 공유하고 고등학교 특성을 고려해 문제해결을 위한 ‘인지기능 cognitive skills’ 목표를 강조하고자 한다. 아울러 중학교 환경과목, 타 교과의 환경 관련 내용과의 중복을 피하고 환경과의 정체성과 고등학생의 사고 능력에 맞도록 고유한 내용을 포함하고자 한다.
Q. 기후변화가 특별하게 다뤄지고 있는데?
A. 녹색성장에 대한 정책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기후변화라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이전까지는 기후변화를 지구적인 차원의 여러 가지 문제 중 하나로 다뤘으나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는 그렇게 다룰 문제가 아니다. 기후변화는 생물다양성, 에너지, 환경 등 모든 문제에 다양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나를 꺼내면 여러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묶어서 다룰 수 있게 된다.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 문제를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묶어서 생각하는 핵심적인 주제가 바로 기후변화다. 이를 집중적으로 다루게 되면 앞에서 다뤘던 물, 공기, 자원 등의 문제를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이라는 전체적인 틀 안에 모두 엮을 수 있다.
Q. ‘통합적’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는데?
A. 이번에 전체적인 핵심적인 키워드가 바로 문제 해결을 위한 통합적인 사고다. 그간 교육을 통해 문제해결 능력을 제대로 기르지 못한 이유가 분절적으로 다뤘기 때문이다. 이번에 ‘녹색성장’이 주요 이슈로 부각되면서 가장 중요한 인식의 변화 가운데 하나가 환경문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문제를 함께 다루게 된 것이다. 여기에 사회적 맥락을 함께 통합해 아이들의 사고력을 높이도록 했으며, 이를 통해 논술, 면접 등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과목으로 만들고자 한다.
Q. 끝으로 한마디 하자면.
A. 지금보다 선진적인 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경쟁력을 키우는 교육’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환경 과목이 두 가지 모두를 충족시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과목 가운데 유일하며 특별한 과목으로 만들어야 한다. 많은 학교가 환경과목을 선택해서 창의와 인성을 보완할 수 있는 교육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김경태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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