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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진 않지만, 심각한' 오염

약속시간을 정확하게 지켜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교통수단. 지하철. 저렴하면서 편리하고, 또한, 공해를 유발하지 않는 몇 안돼는 교통수단으로도 사랑 받아온 지하철의 하루 이용자는 1∼4호선에만 대략 500만명에 달한다. 또한, 지하역사에는 지하철 이용을 원활히 하기 위해 역사마다 평균 25명 꼴인 약 2,500명 이상의 근무자들이 3조 2교대로 하루 평균 9시간 이상씩 근무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대형 지하공간이 얼마 전 인체 위해공간으로 밝혀진 후에도 별다른 조치없이 여전히 시민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역사내 공사와 선로자갈 마모 등에 의해 미세먼지와 발암물질인 석면가루가 흩날리고, 설상가상으로 환기닥트 등의 흡·배기시설이 잘못 관리돼 죄 없는 이용자 및 근무자들은 부지불식간에 각종 오염물질들을 들이마시고 있다. 그 결과는 끔찍한 수준의 인체위해로 나타날 수 있음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관계당국의 태도는 미온적이다. 예산 타령도 그렇지만, 터널 환기구를 작동하면 그 소음으로 인해 주변 민원이 문제여서 작동할 수 없다는 반응은 이해하기 힘든 답변이다. 그렇다면, 항의민원은 중요하고, 현황을 잘 몰라 항의하지 않고 있는 대다수의 이용시민들은 그냥 희생되어도 좋다는 것인가. 이용객 편의를 위해 하는 지하철 냉방화 공사니까 공사로 인한 오염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인지, 당장은 몸에 이상이 없으니까 그냥 넘어가라는 것인지.
그나마 이용객들은 낫다. 하루 종일을 근무해야 하는 역무원들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며, 그들은 이 열악한 근무환경에 완전 무방비로 노출돼 각종 질환이 끊이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문제는 이러한 오염으로 인한 인체피해를 정확히 규정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임상실험을 통해 위해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이것이 과연 지하역사 오염만으로 인한 것인지 규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책임질 주체가 불분명해진다는 것이다. 즉, 어느 누구도 이 엄청난 문제에 책임지려하지 않고 있고 그저 쉬쉬할 뿐이다.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문제시하지 않는 현실은 아직도 선진국가로의 길이 요원함을 암시하고 있다. 오늘도 관계당국은 아무 것도 모르는 이용자들의 몸을 통해 무료로 지하오염을 희석시키고 있다.
이제라도 환기닥트의 주기적 청소, 공기질 측정, 인체위해여부 측정, 기 사용된 유해자재의 교체, 스크린도어 설치 등 문제해결을 위해 보다 실질적인 개선노력이 절실하다. 또한, 시민단체, 지하철노조, 관계당국, 학계 등으로 이루어진 ‘지하역사 공기관리 위원회(가칭)’ 등을 통해 계속적인 모니터링과 대중에의 보고, 개선을 위한 실천이 있어야 하겠다.
‘급하진 않지만, 심각한 문제’, ‘불특정 다수의 피해’를 제대로 챙길 줄 알아야 선진국이 된다.

김익수  iskimbest@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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