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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처한 호모 오일리쿠스
석유 고갈 대비한 에너지 절약 습관 절실

지난 10월, KBS는 호모 오일리쿠스에 대한 얘기를 3부작 다큐멘터리로 엮어 방송했다. 호모 오일리쿠스―석유를 먹고 쓰고 입으며 살아가는 현대인을 일컫는다. 달리 말하자면 석유중독에 빠진 현대인을 의미한다. 석유정점에 대해, 또 석유로 구축되어 있는 현대문명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우려하여, 늘 에너지전환을 주장해온 나로서는 참으로 반가운 프로그램이었다. 해외 사례에 치중하는 대신, 석유 중독에 단단히 빠져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과 그런 중독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이들의 노력도 함께 보여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래도 우리의 석유의존성과 석유중독증을 드러내 보이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은 틀림없다.

그 프로에 이런 장면이 있었다. 한 가정의 양해를 구해서, 그 집에 있는 물품들 중에서 석유가 사용된 것을 추려서 집 앞마당에 꺼내놓는 거였다. 어떻게 되었을까? 그 집의 거의 모든 물건이 마당으로 쏟아져 나왔다. 과연 우리들 집은 어떨까? 석유가 포함되어 있거나 석유를 이용해서 만든 제품이 어느 정도나 될까? 플라스틱이나 인조피혁, 고무 등이 들어간 제품은 물론, 어쩌면 냉장고 속의 야채까지도 꺼내야 할지 모를 일이다. 야채와 과일, 곡물을 생산하고 수송하는 데도 엄청난 양의 석유가 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약품들도 석유를 원료로 하거나 석유를 용매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약병들도 밖으로 내놓아야 한다. 이렇게 하다보면 아마 집 안에 남아 있을 게 거의 없을 것이다. 방송에 나온 그 가정이 특별한 게 결코 아니다. 좀더 깊이 생각해보면, 거의 모든 물건을 생산하고 수송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석유가 소비되었을 터이므로 사실 모든 게 석유와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석유를 에너지원으로만 생각하기 쉽다. 사실 석유는 2006년 현재 우리나라 1차에너지 소비 중 43.6%, 최종에너지의 55.9%를 차지하는 가장 비중 높은 에너지원이다. 그리고 석유의 절반 이상이 산업부문에서 소비된다(2006년 52.7%). 하지만 이같은 산업부문의 소비는 일상생활 속에서 별로 체감되지 않기 때문에 흔히 사람들은 석유하면 자동차를 머리에 떠올린다. 수송은 산업부문에 이어 석유를 많이 소비하는 부문으로 석유 소비량의 34.1퍼센트를 차지하는데, 다른 소비부문과 달리 특히 석유 의존적이어서 수송연료의 98.0%가 석유이다. 세상에 자동차가 넘쳐나고 온갖 생산품이 국경을 넘어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수송부문의 석유소비는 줄곧 늘어났다.

그런데 산업부문의 석유소비를 엄밀하게 들여다보면, 석유를 에너지원으로만 소비하는 것은 아니다. 최종에너지의 23.2%, 석유의 41.6%는 비에너지유(油)로 소비되는데, 최종소비부문에서 보자면 산업부문 에너지소비의 41.5%, 산업부문 석유소비의 76.9%에 달한다. 즉, 우리 사회에서 석유는 비단 에너지원으로만 아니라 석유화학산업 등에서 원료로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6년 1억 2,000만톤의 원유를 수입해서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석유제품 생산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세계 6위이며 또한 석유제품 수출에서도 세계 6위를 차지한다. 요즘 TV를 보면 우리나라가 석유 수출국이라는, 그래서 참으로 자랑스럽다는 투의 대사를 담은 광고가 나와서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원유를 수입해 와서 정제해서 수출하는 걸 가지고 석유수출국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런 산업들 때문에 대기와 물이 오염되고 있다는 사실은 감춰지고,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같은 사건이 일어난다는 사실도 제대로 조명되지 않는다. 석유에 깊숙이 침윤된 사회, 그것이 바로 우리 사회의 진정한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석유정점이 정말 10년 이내에 온다면 어떻게 될까? 독일의 에너지워치그룹(Energy Watch Group)은 세계가 이미 2006년에 석유정점 구간에 들어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점은 하나의 꼭지점이 아니라 고원처럼 평평한 정상을 이루는 데, 세계가 이미 그 상태로 돌입했다는 거다. 기후변화의 진행은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소비의 감소를 당위적 과제로 제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석유소비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석유소비 증가를 상당한 우려의 눈길로 보고 있지만, 정작 선진국들에서도 석유소비는 독일 정도에서나 줄어들었을까? 거의 대부분 늘어나고 있다.

석유정점이 임박해오고 있다고 한다. 이제 호모 오일리쿠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그건 바로 오늘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선택해서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 주변을 되돌아보자. 에너지 낭비적인, 특히 석유 낭비적인 삶의 모습으로 무엇을 꼽을 수 있을지, 그런 모습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우리는 지금 그야말로 갈림길에 서 있다.

정종현  miss0407@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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