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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북>「反자본주의」
'시장독재와 싸우는 사람들'



책소개
사이먼 토미가 쓴 「反자본주의-시장독재와 싸우는 사람들」은 ‘자본주의와 어떻게 씨름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독자 스스로 찾는 데 유용한 “관련된 문제의 지형도”라 할 수 있다. 반자본주의에 관한 읽을거리는 차고 넘친다지만 정작 “단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하는 사람과, 시작하고는 싶지만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도움될만한 읽을거리가 별로 많지 않다.”라는 글쓴이의 집필취지처럼, 반자본주의 운동이 왜 일어났으며 거기에 누가 참여하는지, 반자본주의 운동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있는 ‘초보자’들이라면 더없이 반가운 책인 셈이다. 특히 ‘답이 무엇인가’보다는 ‘쟁점이 무엇인가’에 더 관심”을 갖고서 “쟁점을 둘러싼 논쟁, 이데올로기, 운동, ‘경계’”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기가 갈 길을 스스로 찾아내려는” 초보자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초보자란 ‘문외한’만이 아니라, “‘무언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가운데, 현재 진행 중인 다양한 저항과 운동들을 ‘좀 더’ 찾으려면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자문하는 사람”들까지 포괄하고 있다. 이 책이 ‘반자본주의’라는 토픽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다가가기 어려웠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이미 운동에 몸담고 있지만 전체적인 운동의 구도를 조망하기에는 애로가 많았던 부문 운동 진영의 활동가들한테도 유익한 이유다.
이런 의도를 갖고서 글쓴이는 반자본주의라는 토픽을 다섯 마디로 나눠 다룬다. 1장에서는 “자본주의 본질은 무엇이고, 지금 어디로 가고 있으며, 그것에 우리가 어떻게 ‘휘둘리고 있는지’를 다룬다.” 즉,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이들은 어째서 자본주의가 우수한 제도이자 지구정치의 근간이라고 믿는지부터” 먼저 살피겠다는 얘기다.
이런 믿음이 설득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자본주의 세계에 있는 사람들 대다수가 지금처럼 살고 있는 건 아니라 해도, 반자본주의 운동의 본질과 내용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오늘날 “자본주의가 어떻게 보통사람들에게 정당하고 합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는지를 알아두는 게 유용”해서다. “세계가 오늘날과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는 건 의당 그래야 해서가 아니라, 특정한 개인들로 짜인 집단이 그걸 원해서”라는 점을 감안하면, 글쓴이에게 이런 정지작업은 반자본주의 운동의 등장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필수코스인 셈이다.

이야기가 있는 책주제
이 책의 장점은 ‘운동들의 운동’이 가일층 풍성한 면모를 갖추는 데 필요한 여러 ‘가능성들’과 ‘불가능성들’을 이렇듯 가까이, 그리고 멀리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한 데만 있지 않다. 책 후반부에 실린 ‘한국어판 후기’에는 글쓴이의 말마따나 이 책이 “모든 텍스트들이 그렇듯, 이 책도 다름 아닌 그 시대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찬찬히 곱씹어볼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이 처음 출간된 뒤 3년 남짓한 시간 동안 지구정치체제가 “포스트-일극체제”로의 전환을 맞이한 가운데 어떤 지정학적 구조변동을 겪고 있으며, 그것이 어떤 새로운 의제와 반자본주의적인 실천의 가능성(또는 어려움)을 부각시키고 있는지 흥미롭게 개괄해볼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이재영(전 민주노동당 정책실장)이 쓴 「자본주의를 넘어서-한국에서의 도전」에서는, 한국의 반자본주의 운동 진영이 1980년대를 거치며 어떻게 동구권과 북한이라는 두 ‘권위적 외부’ 의존이 초래한 정세인식 상의 질곡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정세인식 틀을 갖췄고, 지금의 민주노동당이라는 형태를 통해 민주주의·민족주의를 넘어서는 사회주의 정치 공간을 창출하게 됐는지 다루고 있다. 다른 한편 그는 민주노동당이 ‘민주주의 수호’에 뛰어들거나 북한의 ‘자주적’ 핵무장을 옹호하고 나서는 현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민주노조’ 운동 역시 단체행동의 99%를 단위사업장 경제투쟁에 소모하고, 조합원 의식은 공장의 담벼락을 넘지 못하는 관성을 돌파해낼 반자본주의적인 주체 ‘형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임을 지적한다.
그는 마르크스주의란 것도 어디까지나 뉴턴과 다윈의 시대에 조응하는 국지적 인지 조건에 바탕한 국지적 대응의 산물인 만큼 특정한 시대 인식에 얽매여 있어서는, 아인슈타인과 분자생물학의 시대를 거치며 강력하게 개량된 자본주의에 맞서 승리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현 상황에서 무슨 ‘주의’를 내세우는 건 실천 유보의 알리바이에 지나지 않으며, 오히려 사회주의 정치의 방법을 벗어난 것이다. 그는 “앞으로 일어나는 것은 이전에 지나간 것에 비해 반드시 더 잠정적이고 덜 완벽할 것”이라는 토마스 쿤의 말을 인용, 앞서 지적한 주의나 어떤 정치한 이론체계가 없는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 또한 강조한다. 반자본주의 “운동에 대비하여 준비해야 하는 지식보다는 폭넓은 운동 속에서 얻게 될 지식의 양과 질이 압도적일 터이기 때문”이라면서, 그는 “지금 우리에게는 지도가 없지만, 나침반이 있고, 더 필요한 건 도전에 나설 용기뿐”임을, “진리는 도전 뒤에 온다”는 점을 환기하고 있다.

김진호  webmaster@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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