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기상이변, 식량안보에 치명적
농경지 감소하면 환경적 공익기능도 하락

농업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식량생산이라는 고유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 외에 식량안보, 좋은 농촌경관 제공과 집중 호우시 홍수조절, 생물다양성 보호 등 환경을 보전하는 기능 등 다양한 기능을 함께 공급하는데 이를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라고 한다. 다원적 기능은 최근 들어 국내외 농업정책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농업은 기후 의존적인 산업이다. 우리나라에서 1904년 이후 2000년까지 관측된 기온자료에 의하면 평균기온이 1.5℃가 상승해 기후변화관련정부간협의체(IPCC)에서 발표한 전 지구적인 온난화 추세를 상회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우리나라 농업분야는 세계 다른 지역들보다 빠르게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농업분야에 나타난 기후변화 영향들을 크게 구분하면 농작물의 재배적지 북상, 월동환경 변화에 따른 병해충·잡초의 피해발생 증가, 작물의 생육기간 감소 및 조기 결실로 생산량과 품질이 저하, 가축의 고온 스트레스로 우유생산 감소, 질병증가 등 가축의 생산성 저하 등이 있다.

세계식량기구(FAO)에서는 기후가 변화하고 있는 상태에서 세계의 식량을 안전하게 확보하는 것은 우리가 금세기에서 직면한 큰 난관 중의 하나로 보고 있다. 또한 기후 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작물에 대한 열 스트레스와 가용한 담수의 양 감소로 온난한 기후대에 위치한 국가들은 수확량이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식량안보의 가치는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즉 식량은 국민의 생존과 직결되므로 식량안보는 곧 국가안보에 해당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해마다 800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기아와 관련해 목숨을 잃는 것으로 추산하는데, 약 2만 명의 사람들이 날마다 식량부족으로 죽고 있는 셈이다.

예기치 못한 광범위한 기상이변이나 비상사태가 발생한다면 식량자급률이 27%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식량안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적어도 주식인 쌀을 안전하게 공급하려면 적절한 수준의 국내생산 능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량 농지를 잘 보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체 농경지 면적은 1980년 220만㏊에서 2006년 180만㏊로 약 40만㏊의 농경지가 사라졌다. 그 이유는 대개 도시개발이나 산업용 부지로 전용됐기 때문인데, 한번 전용된 농지를 환원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농업 진흥지역과 같은 우량 농지는 식량안보의 목적으로 꾸준히 관리 및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농경지의 감소는 농경지가 갖는 다양한 환경적 공익 기능도 함께 줄어든다는 점도 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교토의정서에서 온실가스 감축 의무 이행에 신축성 확보를 위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를 도입했다. 각국별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₂) 배출 감축의무와 연간 배출허용량을 정한 뒤 할당량만큼 감축이 불가능한 기업이나 국가는 감축 목표를 초과달성한 기업이나 국가로부터 배출권을 사들여 목표를 달성토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3년부터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이행할 계획으로 있으며, 이때부터 국제 배출권 거래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이에 농촌진흥청에서는 온실가스 저배출 영농기술과 흡수원을 개발해 보급한다면 농업부문의 온실가스를 2020년까지 연평균 0.6%씩 감축이 가능하며, 적응기술로 기후변화 악영향을 최소화해 저탄소 녹색성장이 가능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 중에서 홍수조절기능, 한여름 고온기 온도를 낮춰주는 대기순화기능,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하는 대기 정화기능, 지하수 함양기능 등 환경적 공익기능을 경제적으로 환산하면 2006년 기준 연간 67조원에 상당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향후 대기정화기능과 관련된 탄소를 흡수하는 기능의 가치는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거래단가를 적용한다면 더욱 배가돼 농업의 다원적 가치는 경제적으로 훨씬 커진다고 전망할 수 있겠다.

김선애  moosim@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