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가 위험하다고 솜방망이를 들었다면 찍힐 일이 없고 가깝지 않은 사람이 등을 돌리는 것은 배신아 아니라 제 갈길 가는 것일 것이다. 이렇게 항상 우리 뒤통수를 치는 것은 가장 가깝고 가장 믿었던 대상이다.
얼마 전 지하철 미세먼지 농도가 다른 대중교통수단에 비해 높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하루 평균 600만 명 연간 22억 명이 이용하는 서민들의 발, 지하철이 서민들의 뒤통수를 쳤다.
지하철 미세먼지 오염도가 버스, 열차의 약 2배 정도로 높게 나타난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2호선의 오염이 제일 심하다는 점이다.
2호선의 연평균 미세농도 수치는 기준치 200㎍/㎥를 웃도는 219.2㎍/㎥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황사시 시간 최고먼지오염도는 약 200∼500㎍/㎥ 임을 감안할 때 사실상 지하철을 이용하는 서민들은 일 년 내내 황사에 시달린다는 얘기다. 특히 가을철 2호선의 미세먼지 농도는 304.90㎍/㎥로 조사돼 다른 계절에 비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단 미세먼지만이 아니라 2호선의 총휘발성유기화합물 및 폼알데하이드 농도 역시 높게 조사됐다. 2005년 실시한 조사보다 더 증가한 오염물질들의 농도는 ‘혹시나’ 했던 서민들에게 ‘역시나’하는 실망감을 안겨준다.
많은 서민들이 저렴하고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는 지하철이 서민들의 건강을 해치는 ‘필요악’으로 인식될까 우려스럽다. 환경부에서도 권고만 가능할 뿐 제제할 수 있는 어떤 수단도 없다는 사실이 더욱 답답하다.
정부는 뚜렷한 개선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서민들에게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
2호선을 이용하는 많은 직장인들은 오늘도 먼지와 포름알데히드를 들이마시며 밀어대는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어 출근을 했을 것이다. 본 기자 역시 오늘 아침 2호선을 타고 오면서 숨을 멈추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더불어 오염물질이 폐 속으로 직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지하철을 이용해야만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는 과한 감상에 빠져봤다.
<정종현 기자>
정종현 miss0407@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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