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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놀’ 낙동강 지류 대량 유출
화학공장 화재로 인근 대광천으로 유입

먹는물 기준치 비해 무려 900배 초과

구미 일부 주민 수돗물 공급 중단 발생




▲ 지난 1일 코오롱유화공장 김천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다량의 페놀이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천시 등 관계 당국의 늑장 대처로 유해화학물질인 ‘페놀’이 상수도 취수원인 낙동강으로 대량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일 경북 김천시 대광동 코오롱유화공장의 페놀 수지제조시설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 페놀이 인근 대광천을 통해 감천을 거쳐 낙동강 본류로 유입됐다.

이날 새벽 3시 10분 쯤 이 공장에서 화재가 일어나 공장 내부가 타들어가면서 페놀이 유출되기 시작했다. 오전 7시 30분에 화재진화를 완료하고 8시 30분 페놀의 하천유출 차단을 완료했으나 이미 상당량의 페놀이 인근 감천으로 유입된 뒤였다.

경상북도보건환경연구원의 페놀 분석결과 오전 7시 10분 현재 조사지점 원수에서 362ppm이 검출됐고 35분 쯤 김천 감천 합류 전 지점에서 6.26ppm이 검출됐으며, 40분 쯤 대광동 대흥아파트 감천합류 지점은 4.52ppm이 검출됐다.

이는 페놀의 먹는물 수질 기준치인 0.005ppm에 비해 무려 900배 이상을 초과한 것이다.



▲ 구미숭선대교 페놀검출값 추이


김천시는 이날 7시 30분 쯤 뒤늦게 코오롱유화공장으로부터 300여m 떨어진 대광천에 200여m 간격으로 높이 1m에 달하는 둑 3개소를 쌓고 페놀 유출을 차단했다.

2일 새벽 5시 쯤 낙동강지점 수질검사 결과에는 별다른 이상이 별견되지 않았으나 50분 이후부터는 1시간 간격으로 낙동강 숭선대교 지점에서 기준치를 훨씬 초과한 0.01~0.04ppm이 검출됐다.

오전 9시 30분 쯤 구미 해평취수장에는 페놀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수자원공사 구미권 관리단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구미·김천·칠곡의 지자체에 단수 계획을 통보했다. 10시 45분 쯤에는 구미정수장의 취수를 단수하고 일부 지역의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면서 주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

김천시 페놀 오염수 제거 대처 문제
김천시 등 관계당국의 안이한 대처는 2일에도 이어졌다. 대광천을 막은 둑에 물이 차올랐지만 이 물을 끌어올려 페놀 오염수를 제거하는 정화조 탱크 차량은 단 2대 뿐이었다.

뒤늦게 물탱크 차량 1대가 더 도착했지만 이 차량은 식수를 공급하는 용도로 사용하던 것이라 물을 퍼올리지 못하고 돌아갔다. 이 가운데 코오롱유화공장의 최종 배출구에는 이날 오후 4시까지 페놀이 쉼 없이 방류됐다.

낙동강으로 유출된 페놀은 이날 자정 쯤 칠곡군으로 유입되고 다음 날 대구 상수원까지 유입되기 시작해 지역민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관계당국은 2일 안동·임하·합천댐의 방류량을 50~100톤으로 늘려 페놀을 희석시키는 등 조치를 취했다. 한국수자원공사 구미권 관리단은 구미시 해평면 문량리 낙동강 구미광역취수장에서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던 페놀이 기준치 이하로 떨어지자 이날 오후 3시 45분부터 취수를 재개했다.

안이한 늑장대처 지적 피할 수 없어
이번 낙동강 페놀 유입사고는 `당국의 늑장 대처'가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화재가 난 코오롱유화 김천공장은 수량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대광천과 지류인 감천을 거쳐 불과 수십km 인근에서 낙동강과 연결된다. 사고지점에서 감천까지 연결된 대광천은 1.7km로 대광천의 유입수량이 매우 적어 낙동강 지류인 감천으로 유입만 차단했다면 충분히 방제가 가능했다.

공휴일인 2일에는 김천시 환경과 직원 2명만이 현장에 나와 오염사고 현장을 지켜봤고 일부 직원은 사고 당일 코오롱유화공장에서 페놀이 유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날 코오롱유화공장은 굳게 문을 닫아 걸어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다. 이에 따라 아직도 불에 탄 공장 내부의 페놀 수지제조시설에서 페놀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파악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며, 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요구된다.

주민 B(37ㆍ구미시 원평동)씨는 “낙동강은 영남권의 식수원인데 수질사고가 되풀이 되고 있어 주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며 “비슷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적절한 방제대책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천시 환경보호과 장지현과장은 “페놀이 더 이상 감천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방제작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경찰 사건경위 집중 조사
대구시는 생활용수 취수지점인 달성군 다사읍 매곡취수장에서 페놀이 검출되면 즉시 취수를 중단하고 다른 지역에 있는 댐 계통 정수장에서 생산되는 수돗물과 배수지에 보관중인 수돗물을 공급하기로 했다.

대구시는 지난 1991년 페놀사태 이후 오존처리 및 활성탄흡착시설을 갖춘 고도정수시설을 설치 운영하고 있어 만일 페놀이 검출되더라도 이를 완전 제거할 수 있지만 시민의 안전을 위해 페놀이 검출되면 취수는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주민들은 지난 낙동강 페놀사태에 대한 '악몽'을 되살리며 이번 사고가 1991년 사고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했다.

한편 경북지방경찰청은 화재가 발생한 코오롱유화 김천공장과 진화에 동원된 소방관계자, 환경당국 관계자 등을 상대로 페놀이 낙동강까지 흘러들게 된 경위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또 김천·구미시 등 행정기관이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 사용된 물에 공장안에 있던 페놀이 섞여 낙동강 지류를 타고 상수원인 낙동강으로 흘러들 가능성을 파악하고 수질오염 방지책 매뉴얼에 따라 제대로 방제를 했는지 여부 등도 조사할 방침이다.

중추신경장애·암 등 신체 악영향
페놀은 하이드록시벤젠이라고도 하며 콜타르를 분류(分溜)하거나 벤젠을 원료로 하는 화학 합성으로 만든다. 또 유독한 냄새가 나는 백색결정으로 수지, 합성섬유, 살충제, 방부제, 염료, 소독제 등의 원료로 쓰인다.

1일 폭발사고가 났던 김천 코오롱유화공장은 페놀과 포르말린 등 합성수지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다. 페놀이 상수도 소독제인 염소와 결합할 경우 클로로페놀로 화학 변화해 악취가 생기며 농도 1㎎/ℓ(ppm)이상일 경우 중추신경장애, 암 등 신체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더 나아가 페놀 증기를 마시면 목구멍과 코에 타는 듯한 느낌과 함께 기침, 두통, 설사, 호흡곤란 등을 일으키고 눈에 들어가면 시력감퇴, 화상, 각막혼탁 등의 증상을 보이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미=김기완 기자>

김기완  kgw6668@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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