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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된 부정(父情)

버지니아 참사로 세상을 놀래킨지 얼마되지 않아 국내에서도 다소 엽기적인 일이 벌어졌다.

죄질로 따지면이야 버지니아 사태를 일으킨 조승희 군의 행동에 더 큰 잘못이 있지만 오히려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은 후자 즉 한화사태가 아닌가 싶다.

조군의 경우 과도한 심경적 콤플렉스가 그러한 사태를 나았고 용서받지 못할 죄로 평생 손가락질 받을 것이라 우려했지만 뜻밖에 현지인들, 그리고 피해동료 등이 먼저 그를 용서하고 되레 그의 심경을 헤아리지 못한 자신들의 잘못까지 반성하는 모습이 눈에 띄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터진 한화 김승연 회장의 부자 폭력사태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심경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게 사실이다.

맞았으니 그만큼 때릴 수 있다는 논리로 '인과응보' 차원에서 바라볼 때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김 회장의 사회적 위치, 대기업의 수장으로서 '수준미달'의 행동을 보였다는데 국민들로 하여금 더 큰 분개를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내 아들, 내 딸은 소중한 존재다. 하지만 꼭 그렇게 공개적으로 지나친 '부정'을 강조했어야 했는지 묻고 싶다.

사회 부유층이자 국내 굴지의 기업 대표로서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보였다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쉬움을 남기는 게 사실이다. 모범을 보여도 모자랄 판에 어른으로서, 부모로서 꼭 그렇게 대응했어야 했는지 말이다.

회장의 아들이 어린 나이에 유흥업소를 들락거린 점은 문제삼고 싶지 않다. 술을 마시고 싸움을 벌였다는 점에도 그다지 큰 비중을 두고 싶지 않다.

누구라도 겪을 수 있는 상황이지만 그 대응에 있어선 분명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회장의 아들은 미취학 아동도 아니요, 몸이나 정신이 불편한 아이도 아닌 신체건강한 20대 청년이다. 성인 아들의 다툼에 아버지라는 사람까지 끼어들어 똑같은 보복을 했다는 사실이 모두를 허탈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금쪽같은(?) 아들이 맞았다고 그에 화를 품고 보복을 한 것도 그렇고 똑같이 상대에 폭력을 가한 아버지(또는 아버지 일행인 조직포력배들)나 아들 역시 정신감정을 한번 받아볼 일이다.

그런 아버지 아래서 자란 아들이 과연 사회에 또 다른 부유층, 어느 기업의 지도자가 됐을 모습을 상상하면 정말 앞날이 캄캄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안타까운 건 '돈이면 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래야 안 할 수 없는 상황도 빚어지고 있다는 현실이다.

경찰의 말바꿈과 늑장대응이 그렇고 이번 피해를 입은 업체에서도 초반엔 무언의 협박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음을 말이다.

김 회장의 자식사랑에 기어코 가해자(?)를 찾아내고 폭력으로 보복하고 술까지 시켜먹고 100만원을 술값으로 내던지고 나갔다는 종업원들의 말조차 너무도 씁쓸하게 들린다.

영화 속 장면이라면 그저 욕을 하고 말지만 그게 현실이라는 부유층에 대한 분개감까지 낳게 하고 있다. 벌써부터 ‘한화’라는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떨어지고 있고 그런 CEO를 믿고 과연 어떻게 일을 할 수 있을지 신뢰감 실추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지켜볼 일이다.

물론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김 회장이겠지만 다시금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을 되새겨보라고 전하고 싶다.

그리고 요즘은 자식에게 정을 쏟는 일보다 정을 덜 쏟는 일이 더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까지 말이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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