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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災難)과 인간
천(天)·지(地)·인(人)은 동양 철학에서 삼재(三才) 또는 삼기(三氣)로 논한다. 천(天)은 해와 달 등 자연이 숨쉬는 공기와 비바람을 포함하고, 지(地)는 흙과 물· 나무와 바위 등 온갖 숨쉬고 생존하는 동식물과 생태계를 포함하고, 인(人)은 천과 지 사이에 존재하는 생명체를 대표하며, 천기(天氣)·지기(地氣)의 영향과 생성에 따라 선(善)·악(惡) 등의 온갖 변화와 그 존재의 의미와 형태를 달리 한다.
천기(天)에 해당하는 대기는, 인류문명과 경제발전에 따라 대기중 이산화탄소 밀도의 상승으로 인한 지구온난화에 따라 영구동토층인 북극 빙하의 40%가 이미 녹아 내렸고 향후 1백년이면 다 녹아 내릴 것이라고 환경학자들은 예고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홍수·기근·물부족·질병발생 등 재앙이 인류를 위협하고 있으며, 프레온가스 발생량의 급증으로 인해 지구 대기의 오존층이 파괴돼 태양 자외선이 지구 생태계의 종(種)의 변화를 초래하고 있으며, 근접대기층은 온갖 환경오염으로 인해 인류생존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지(地)에 해당하는 흙과 물은 황폐해지고 오염됐으며, 자연은 무차별 개발로 지기(地氣)를 상실해 동식물 생태계 사슬의 단절과 소멸을 초래 자연의 분노와 재앙을 예고하는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
인(人)에 해당하는 인간은, 오염과 파괴로 인해 자연의 생성과 조화의 섭리와 균형을 상실한 천·지의 영향을 받아 날로 횡포해지고 사악해져, 인간스스로 개발해 낸 문명과 인간이 황폐화시킨 자연의 분노와 재앙으로 인해 만물의 영장이라는 독존의 지위를 잃어가고 있는 시점이라고 학자들은 예고하고 있다.
금년의 여름은 45일간의 기나긴 장마와 집중호우로 인해 많은 인명의 손실과 수재민 등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남겼다. 특히, 강원 북부 설악산 주변의 수재는 재앙에 가까웠다는 게 중론이다. 필자는 지난 5년간 년 4-5회의 설악산 종주 산행 일정 때문에 내·외설악의 강원북부 지역을 자주 오갔다. 오갈 때마다 그 천혜의 자연에 동화돼 가슴을 설레곤 했다. 2002년과 2003년의 태풍 루사와 매미가 1천여 밀리의 엄청난 폭우를 쏟아 붓고 갔어도 멀쩡했던 지역이 불과 6백여밀리의 집중 호우로 인해 엄청난 수해를 유발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수해지역 중, 장수대-한계령 구간의 심각한 도로 유실 부분은 도로관리상 예방조치 부재로 인한 인재(人災)임을 단언한다. 필자가 지난 7월 7-8일 설악산 종주 산행 때 목격한 장수대 인근의 계곡 교량교체공사는 계곡의 수로를 막고 소형관을 묻어 물길을 우회시켜 집중 호우시 물길이 막혀 그대로 유실 될 수밖에 없는 여건으로, 장마철 집중호우로 인한 도로 유실을 방치했음을 변명키 어려울 것이다. 장수대 교량공사의 시공사와 시행청에 철저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내린천에서 한계령 방향의 한계1,2,3리 와 점봉산 서편에 해당하는 귀둔 지역과 필례 약수터 인근 수해는 산악지대의 등고선 상층부에 해당하며, 특별히 개발 등 인위적으로 손 댄 흔적이 없는 곳으로서 재앙에 가깝다고 보여진다. 산림청과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산악 지역 하단부에 오랜 기간동안 방치됐던 간벌목으로 인해 수재가 더 크게 유발된 점에 대해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간벌목은 이미 산불 발생시에도 도화선 역할을 해 순식간에 불길 번짐을 촉진시키는 등, 문제가 지적 돼 왔으며 이번의 수재에도 대량의 간벌목 유실로 인해 물길이 막혀 더 수재를 키웠다는 데는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향후, 정부 당국에서 전국에 산재한 간벌목 문제는 재난관리 차원에서 철저한 대책 수립이 요청되는 대목이다.

장수대 도로유실은 교량공사 수로차단으로 피해 키워
자연지반 유실도로는 향후 자연침식 진행을 예고
간벌목은 산불과 수해시 기폭제- 관리 대책마련 시급

한계령에서 오색으로 내려가는 9킬로 구간 중 몇 곳은 태풍 루사와 매미 때도 약간의 토사 유실이 있었던 지역이나 이번의 수킬로에 해당하는 도로 유실은 재앙에 가깝다고 보여진다. 문제는, 이번의 수해는 도로의 자연지반과 하단 부분이 통채로 유실 돼 도로의 복원공사의 완공시점이 불투명하고 복원돼도, 지반층의 하중과 견고성을 지탱치 못해 앞으로 적은 량의 폭우에도 언제든 유실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산악 지형의 생명력을 고려해 조기 땜질 복원이 아닌 견고한 설계와 복원공사가 요청되는 대목이다.
백담계곡은 계곡을 거쳐 대청봉을 오르는 구간의 수재 형상은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다. 강폭 1백여미터에 수로 깊이가 10-20미터 정도나 되는 백담 계곡을 덮쳤던 수마는 포장도로 곡선부분 물길이 닿는 곳의 견고한 옹벽공사와 자연의 바위벽이 통채로 벗겨져 나갔고, 도로변의 전봇대가 엿 부러뜨리듯 몇 동강이로 부러져 나뒹굴고 있었다. 백담사에서 영시암 구간의 개활천 구간에는 직경 50-70쎈티에 길이 15미터 정도의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껍질이 모두 벗겨진 채로 떠밀려와 쌓여 있어 참혹할 정도였다. 수렴동 대피소와 가야동 계곡 입구부근은 수마에 휩쓸려 개활지가 돼버려 봉정암으로 가는 길이 사라져 버렸다.
휘운각 대피소 옆의 천혜의 물길 상수원이었던 계곡과 소청으로 향하는 철계단 부근이 떠밀려온 바위와 수백년 생 고송들이 통채로 뽑혀 떠밀려와 차곡차곡 쌓여있고 약 1백여 미터 공터의 개활지로 변해 버렸으며 소청으로 올라가는 철계단의 하단부가 뚝 부러져 떠내려가 버렸다. 중청에서 대청봉으로 오르는 정상 부근의 왼쪽 부분(천불동방향)은 두 갈래로 약 1백여 미터의 측면이 유실돼 복원이 불가능해 보인다. 향후 몇 차례의 폭우를 맞으면 대청봉 북동 방향의 상단부의 침식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재난이 발생 한 후 재난이니 인재니 호들갑 떨고 곧 잊어버린다. 개통된 미시령 터널은 길이 3.7킬로로 산악도로에 비해 통과 시간을 25분을 단축시켰다고 한다. 연말연시 연휴 때 며칠과 여름 피서 때 불과 1주일 여 차량 통행이 혼잡하다는 이유로 불과 25분을 단축시키 위해 정부는 천혜의 자연이자 태백정맥의 심장부에 해당하는 설악산 미시령의 허리를 뚫어 버린 셈이다. 해방 후, 일본이 한국의 민족정기를 끊기 위해 태백정맥을 비롯 전국의 산맥 허리마다 쇠못으로 박았다는 일화가 있다. 미시령 터널은 과학적으로 증명기 어려운 역학적 재앙을 초래 할 수 있다고 보는 게 동양 역리학자들의 주장이다.
설악산 주변의 천혜의 자연자원이 입은 수해는 안타까운 일이다.
앞에서 언급한 천·지·인 중에 존재하는 인간은 자연의 존재와 생성의 섭리를 무너뜨린 죗과로 향후 어떤 재난과 재앙에 직면하게 될 지 예측을 불허한다. 인간은 스스로 저지른 자연의 파괴로 인해 응보(應報)의 순리에 처해 있음을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허성호 대기자)

허성호  webmaster@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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