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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ES와 고려인삼의 '윈윈'
[#사진1]사자·호랑이·판다와 코뿔소의 공통점이 무엇이냐고 물어 본다면 누구나 육지에 사는 포유류로서 초식 또는 육식동물이라고 쉽게 대답을 할 것이다. 고래를 하나 더 넣어서 질문하면 약간 고개를 갸우뚱하겠지만 바다에 살지만 포유류라는 대답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이제 러시아인삼을 하나 더 넣어서 동일한 질문을 하면 이것은 정말 끙끙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 아이디어를 짜내도 대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인삼은 식물인데 동물과 공통점은 과연 있기나 할까. 아무리 궁리해도 생물이라는 것 외에는 공통점이 없는 것 같다. 이 생물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은 바로 CITES, 즉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 보호를 위한 국제협약’의 보호대상 종이라는 것이다.

몇 년 전 UNEP(유엔환경계획) 본부가 있는 케냐의 나이로비에서 CITES 당사국 총회가 개최됐다. 이 회의에서 러시아는 자국의 야생인삼 보호와 국제간 수출입 통제를 목적으로 인삼을 CITES 부속서 2에 등재할 것을 주장하는 제안을 했다.

이에 우리나라는 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 대표 상품인 인삼 수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당시 농림부·외교통상부·환경부 관계공무원으로 대표단이 구성됐고 필자도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가했다. 대표단은 홍보물, 샘플, 관련 논문 등 철저한 사전준비와 이해 당사국간 적극적인 협상을 전개해 우리 입장을 관철시켰다. 한국 대표단은 외교적 쾌거를 이뤄 한국 인삼은 CITES 부속서의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러시아 제안 등재 시 미치는 영향
우리나라는 야생인삼의 보호를 위한 러시아 측의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었지만 러시아 제안이 채택되면 한국 인삼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게 된다.

인삼이 CITES부속서 2에 등재될 경우 러시아의 당초 의도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거의 1000년 동안 인삼을 재배하고 가공·수출해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배인삼 수출 시 ‘재배인삼증명서’를 의무적으로 발행해야 하는 별도의 절차가 추가되므로 행정적·재정적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 청천벽력이 되는 셈이다. 그 이유는 한국(고려)인삼과 러시아 인삼의 학명이 ‘Panax ginseng’으로 동일 종(species)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삼, 규제 대상에서 제외
러시아의 당초 제안에 대해 야생 동식물 보호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CITES 사무국과 협정을 체결해 당사국의 연례보고서를 공식으로 분석하는 기구인 IWMC 및 WCT에서 지지를, 또한 CITES 사무국과 미국 등이 지지하는 등 주변 여건이 러시아의 주장에 동조해 우리나라 입장 관철이 매우 어려운 분위기였다. 우리나라는 최대한의 협상능력을 발휘해 전체회의 전 러시아와의 사전 협의를 통해 최대한의 타협점을 도출하기 위해 수정안 상정이 최상이라고 판단하고 양자협의를 추진했다.

양자협의 시 우리나라는 인삼수출 시 초래하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동시에 러시아 제안대로 야생인삼의 보호 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 러시아산 야생 인삼만을 부속서에 등재하는 절충방안을 제시했지만 합의점 도출은 실패하고 사무국과의 삼자회의를 통해 재협의키로 했다. 한·러·사무국 삼자협의에서 우리 대표단은 제품 샘플과 홍보물, 그리고 종전 입장을 변경해 한국 타협안을 지지한다는 IWMC 성명문 등을 활용했다. 사무국 식물담당관의 측면지원도 한 몫을 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러시아도 한국 인삼에 대한 이해에 잘못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러시아는 규제 대상을 자국의 러시아 인삼으로 한정한다는 수정안을 작성해 사무국에 제출키로 약속하고 양 측은 IWMC의 성명문 하단에 상호 서명하고 이를 관계국에 보여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전략은 주효해 러시아 원안을 지지하던 EU와 미국 등이 입장을 바꿔 수정안을 지지했고, 중·일·캐나다 등이 지지 발언을 해 수정안은 만장일치로 분과위원회에서 채택됐다. 분과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했기 때문에 전체회의에서는 토의 없이 인준됐다.

산삼에 대해서도 인식 전환이 필요
이러한 CITES 결정을 계기로 우리나라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별도의 재배인삼증명서 발행이라는 추가적인 행정적·재정적 부담 없이 고려인삼을 수출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러시아는 자국의 야생 인삼을 보호할 수 있게 돼 양측 모두에 윈-윈이 된 셈이다. 앞으로도 인삼은 김치와 더불어 세계시장에서 한국 대표 브랜드의 농산식품으로 더욱 성장할 것을 확신한다. 그리고 남은 과제는 이제부터는 야생인삼을 무작정 채취 대상이 아닌 귀중한 생물자원으로 여기고 관리하는 인식의 전환이라고 본다.

이준기  jeke1@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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